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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지부티 가는 길 에티오피아의 디레다와에서 지부티로 가던 길이다. 총 312킬로미터밖에 안되던 이 길은 50시간이 걸렸다. 가는 길에 우리는 이틀밤을 기차에서 보내야했다. 화물을 운반하는 기차의 맨 마지막에 딸린 객실.. 객실이라고 하기도 좀 그런 나무의자와 다 썩어빠진 나무바닥이 있던 그 기차를 타고 가던 길이다. 그나마 나는 지붕은 있는 객실에 탔지만, 객식에 타지 못하고, 화물을 실어나르는, 지붕도 없는 칸에 탄 사람들은 밤에 얼마나 추웠을까. 사람이나, 짐승이나, 짐짝이나, 하찮게 여기지기가 똑같은 나라들이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누구보다 풍요롭다. 에티오피아에서 한 가장 좋은 경험이었고,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가장 좋은 사람들이었다. 더보기
6개월, 아프리카 종단을 끝내다 결국 우리가 배에서 내려 커스텀을 통과하고 밖으로 나온 것은 한시 쯤이었다. 세명은 먼저 나가고, 영국아저씨는 오토바이 때문에 좀 더 오래 걸리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서 아스완 시내로 갔다. 미니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다보니, 이제껏 하나도 보지 못했던 한국 사람들이 잔뜩 있는거다. 하도 많아서 나는 패키지 그룹이 온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은 지금 겨울방학이더군. 대학생이며 선생님들이 잔뜩 몰려나올 때인거지. 나는 너무 반가워서 먼저 말을 걸었다. 6개월동안 아프리카 종단을 끝내고, 이제 막 문명세게, 이집트로 들어온 내 몰골은 생각지도 않고.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기분이 상했다. 카이로에 도착하고까지, 계속 그랬다. 그래서 이제 그냥 말 안걸기로했다... 더보기
수단을 떠나는 배 배는 생각보다 쾌적하다. 이제껏 타 본 어떤 배들보다도, 깨끗하고, 바다 아닌 호수 위를 달리는 거라 파도가 없으니 흔들리지도 않고, 비싸서 그렇지. 우리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배에는 외국인이 세 명이나 더 있었다. 아디스에서부터 자기들 차로 온 독일 아저씨들 두 명과 그 아저씨들한테 꼽사리 껴서 온 중국 여자애 한명. 아프리카에서 중국 여행자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중국인 여자 여행자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영어를 엄청나게 잘해서 내가 기죽는거 아닌가 좀 걱정이 되기도했는데. 왜냐면 지금 여행을 나오는 아이들은 다들 부자고 교육 많이 받은 아이들이 많거든. 이제까지 만난 중국 여행자들은 다 그랬었고. 그런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더군. 에티오피아에서 사람들이 차이나!라고 부르지 않더.. 더보기
복잡한 출국절차 드디어 수단을 떠나왔다. 아주 복잡한 절차 끝에, 드디어 여권에 출국 스탬프를 찍고, 배를 타고, 이집트 영역으로 들어왔다. 기차는 처음 이야기한 대로 27시간만에, 이집트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한 마을 와디할파에 도착했고, 그때 나는, 추위에, 먼지에, 꼴이 꼴이 아니었다. 사막속의 마을 와디할파는, 온통 모래먼지의 마을이었다. 실컷 찍지 못한 사진을 찍어두려고, 마을들을 돌아다니다가, 이 마을엔 모래먼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도 나오지 않는, 바깥과 다를바 없는 모래바닥의 방을 가진 호텔에서, 두 양동이의 물을 퍼다놓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생각해보면 참 기가 막힌다. 한국이라는 문명세계에서 살고 있는 너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그런 공간을 우리는 호텔이라 부르고, 거기서 .. 더보기
먼지투성이 기차 기차 안이다. 탄자니아 남부를 관통하는 24시간짜리 1등 침대칸을 타면서 22불쯤 내고는 씨부럴, 제기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투덜거렸는데, 그 기차는 싸고 좋은 거였다. 한칸에 네명씩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도 있고, 추울까봐 이불에 침대시트까지 깔아주니. 35불쯤 내고도 한칸에 8명씩 들어가 앉아 완전 다 찢어진 의자에 나무 바닥에, 탑승칸인지 화물칸인지 구분이 안될만큼 지저분한 객실에 앉아 있어야 하니. 수단의 기차에서 가장 힘든건 먼지다. 기차에 타니 이미 좌석이며 등받이며 바닥이며, 1cm는 되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 휴지로 대충이라도 닦고 앉을 때만 해도, 그게 헛된 일이란걸 몰랐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누가 옆에서 먼지를 뿌려대는 것처럼, 마치 케냐에서 국경을 넘을 때의 트럭 안에서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