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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정말 착한 사람들 서너시간쯤 잤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뒷마당에 제법 큰 양이 한마리 매여 울고 있더라. 오랜만에 귀한 손님 왔다고 양을 잡는 모양이더군. 주마때보다도 훨씬 더 능숙한 손놀림으로 양 한마리를 산산조각 내더군.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척 아줌마보다 나에게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사진도 찍어주고, 이집저집 다니며 놀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마침 카르툼 간다는 사람 한명이랑 같이 버스를 탔는데, 버스비도 다 내주고, 숙소를 찾을 때까지 땡볕에 같이 다녀주고, 나중에 콜라까지 사 주더라.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는데도 끝까지 다 책임을 져 준거지. 정말,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사실 아줌마가 처음에 자기집에 가자고했을 때, 아프가니스탄 같은 기회가 또 오는건가 살짝 기대했었다. 결코 좋은 것들은 아니었지만,.. 더보기
카르툼 가는 길 카르툼이다. 힘들긴 하지만, 차근차근, 카이로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나는 갈수록 불안하기만 하다. 하나씩 잃어버리고 다니는 물건들이 생겨서 말이야. 내가 정신을 놓고 다니는 건지. 누가 내걸 가져가는 건지. 남들은 그렇게 힘들지 않게 가는 듯한 이 길을 나만 유독 힘들게 가고 있는 듯하여, 불안한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 때면, 꼭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나를 도와주니까. 버스는 아침에 출발했다. 예정시각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뭐 12시간 걸린다니 크게 지장 없겠지 싶었다. 비가 내렸고, 나는 잠바를 뒤집어 쓰고 계속 잤다. 버스 안에서 나눠주는 물을 사람들이 마시길래 나도 달래서 보니, 컵 안에 이상한 것이잔뜩 떠 다녔다. 도저히 마.. 더보기
수단, 사람은 참 좋다. 푹 쉬었더니 몸도 거의 다 나았다. 몸살도 거의 다 나아 열도 내리고 콧물도 기침도 거의 멈추고, 머리도 안아프다. 교통사고 후유증도 거의 끝나간다. 멍든 곳들도 거의 가라앉았고, 손목도 무리하지 않으면 별로 아프지 않고, 종아리 근육 뭉친 것도 많이 나았다. 그래도 역시 교통사고란게 무섭구나 생각은 들더라. 멍들고 삔 정도인줄 알았는데, 보름이 넘도록 남아 있으니 말이야. 몸도 좀 낫고 해서, 일생에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은 이 나라 사진이나 좀 찍어 두려고, 거리를 싸돌아 다녀봤다.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이슬람의 큰 항구도시일 뿐. 그래도 여긴, 나를 먼저 찾아와 사진 찍어달라는 아이들이 많다. 카메라가 신기한거지. 아프리카에서는 카메라만 꺼내면 도망가거나, 돈을 달라는 통에 사람들 사진을 거의.. 더보기
사디가! 나를 부르는 외침 포트수단에서 5일째. 내일은 떠나려고 한다. 수단에서는 여기에 오는 것 말고, 별다른 계획이 없었으니, 그냥 여기서 푹 쉬다 가는거지. 아프기도 했고, 지치기도 했고. 이곳 수단, 정말이지 사람은 참 좋다. 그 징글징글한 에티오피아인들에 비하면, 정말 천사들이다. 여행자들이 수단에 들어오려면 에티오피아 혹은 이집트를 거쳐서 들어오는게 보통이니, 더더욱 사람이 좋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 지친 정신을 사람들이 풀어주는 곳이다. 돈 달라고 달려드는 거지도 없고. 수단에서 1주일간 본 거지 수가, 에티오피아의 거리에서 5분간 보는 거지 수보다 적다. 역시, 이슬람 국가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차이나!를 외치는 사람의 수도 내가 아니라고 고쳐줄 수 있을 정도밖에 안되고. 이상한 소리를 .. 더보기
포트수단 포트수단행 버스를 타고는, 자리를 잡고 바로 잠이 들었다. 티켓을 사러 갈까 생각도 했지만, 몸이 너무 안좋아, 버스 안에서도 팔겠지 하고는 그냥 잤는데, 버스가 출발하고는 티켓을 걷는거다. 버스 요금이 얼만지도 모르니 40파운드를 건네 줬더니, 티켓 없느냔다. 없다고 했더니, 기사가 뭐라뭐라 하고, 승객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잔돈은 나중에 주겠지 하고, 잤다. 세시간쯤 잤나. 몸이 좀 개운해 지는 듯했다. 버스는 휴게소(그냥 서명 다 휴게소지 뭐)에 섰다. 내 뒤에 앉은 여자한테 버스 요금 얼마냐고 물어보니 24란다. 그래서 잔돈 4를 꺼내, 차장한테 4 줄테니 20달라고 했다. 잔돈이 없어 그러는 줄 알았거든. 그랬더니 웃으면서 없단다. 못 준단다. 벌떡 일어나서 다시 큰 소리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