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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악몽같은 아프리카의 버스 그리고 지부티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다. 하루는 에티오피아 사람들과 찻을 하며 시샤를 피웠고. 아, 그리고 터키 아저씨들을 만났다. 프랑스와 독일에 살고 있는, 그래서 한 사람은 프랑스어, 한 사람은 독일어만 하고 영어를 못 하더구만. 그래서 나의 모자란 터키어가 우리 사이에서 가장 잘 통하는 언어였다. 국제 이슬람 기구 같은 곳의 회원으로 이번 이슬람 명절에 자기들이 지원한 것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가를 보러 왔다는 아저씨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지부티에서 터키 사람들을 만나, 터키말로, 이슬람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될지는 몰랐다. 지부티에서 다시 디레다와로, 그리고 다시 아디스로,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으로 버스가 지겹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에티오피아의, 아프리카의 버.. 더보기
에리트레아를 포기하다 아디스 아바바. 다시 올거야, 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 에리트레아 비자는, 이번에는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물가 비싼 지부티에서 5일을 기다렸지만, 대답은 No, 였다. 내가 보기엔 그 사람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내 여권 가지고 있다가, 귀찮으니까 안된다고 한 것 같지만 말이야. 왜냐면 12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중, 일하는 날은 17일 월요일 하루 뿐이고, 그것도 오전만 잠깐 하고 끝나거든. 짧은 시간에 다른 할 일도 많은데, 나 같은 여행자 한 사람의 비자 때문에 수도인 아스마라에 연락하고 어쩌고 하는 게 귀찮았겠지. 나도 오전에 갔으니 그 시간 동안 그 사람들이 내 비자를 위해서 뭘 했겠느냐고. 첨엔 가니까, 잠깐 기다리라더라. 내일은 문을 열.. 더보기
다시 시작하는 여행, 다시 시작하는 삶 그동안 언니는 현장조사를 다 끝내놓고 있었다. 우선 사고의 주된 원인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바퀴와, 울퉁불퉁한 비포장 내리막길이었고, 바닥에 깔려 있는 자갈 때문에 브레이크가 듣질 않은 거였단다. 게다가 가드레일도 소금기에 완전 삭아 버려 가드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그래도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였다. 그런 돌밭에 차가 뒤집히고도 말짱했으니. 우선 차가 튼튼했다. 지붕도 높고 튼튼했으니, 그정도 찌그러지고도, 살아남을 공간이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떨어진 오른쪽은 3미터 정도로 얕은 곳이었지만, 반대쪽은 10미터도 넘는 낭떠러지였다. 그 쪽으로 떨어졌으면, 몇바퀴 구르는 사이에, 벨트를 안하고 있던 나는 튕겨져 나가 돌밭에 내팽개쳐졌겠지. 그리고, 도로를 벗어나 부드러운 흙에 한번 박은.. 더보기
Lac Assal, 빌어먹을 소금호수 내려와서 조금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차가 뒤집혀 선 곳은 커다란 돌들이 잔뜩 있는 돌밭. 튕겨져 나가기라도 했다면, 머리든 뭐든 다 깨졌을 터였다. 그리고 사람도 차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적막강산이었다. 친구가 먼저 나오고, 안전벨트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언니가 가장 나중에 나왔다. 괜찮아요 언니? 하고 물으니, 깜짝 놀라며 내 눈 밑에 붙어 있던 유리조각을 떼어내 주셨다. 상처는 남지 않았지만. 우리는 뙤약볕이긴 했지만, 우선 돌 위에 걸터 앉아 담배부터 한대씩 피워 물었다. 언니 팔에는 유리조각이 잔뜩 박히거나 긁힌 상처를 만들고 있었다. 피가 났다. 유리부터 씻어내야 했다. 어디에서부터 온 녀석들인지 파리들이 잔뜩 몰려와 우리들의 상처위에 엉겨 붙었다. 내가 부어주는 물에 유리를 씻어 내면서 .. 더보기
Lac Assal로 가던 길 12월 19일. 오늘은 한국에서는 5년에 한번 있는 대통령 선거일이고, 전세계 13억 무슬림들에게는 양을 잡는 날,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희생제. 그래서 누구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행복한 날이다. 그런 날, 거의 대부분의 인구가 무슬림인 이 나라 지부티에서도, 다들 즐거워 시끌시끌,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나고, 서로를 축하하는 오늘, 나는 호텔 방 안에 혼자 틀어박혀 울고 있었다. 자꾸만 반복적으로 생각나는 어제의 교통사고에 몸이 떨리고, 그래도 아직 이렇게 살아있음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엄마와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나니 더더욱 서러워지더라. 나, 효도같은 건 해본적도 없지만, 적어도 부모님보다 먼저 죽는 불효 같은 건 정말 하고 싶지 않다고, 오늘 다시 한번 간절하게 생각했다. 결국 에리트레아 비자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