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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두번째 아시아횡단 터키로 국경을 넘을 때는 트라브존이랑 카파도키아에서 이삼일씩 쉬어, 1주일이면 이스탄불에 도착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트라브존 3일에, 카파도키아에서는 3주를 쉬어 버렸고, 예정에도 없던 파묵칼레까지 1주일 넘게 쉬어버린 바람에, 이스탄불에 도착하기까지 한달도 넘게 걸려버렸다. 오랜만에 돌아온 터키가 편하고 좋았고, 이런저런 심경의 변화도 있었거든. 하지만 어쨌건 나는 이스탄불까지 무사히 도착했고, 5년만에 다시 한번, 다른 루트로 아시아횡단을 끝냈다. 그리고 지금은 예루살렘이라는, 전혀 상관없는 도시에 앉아 편지의 마지막을 쓰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 여행도 끝났고, 올해도 거의 끝나간다. 미루고 미루다가, 올해가 끝나기 전에 지난 여행 이야기도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맘 잡고 쓰는 거다. 중.. 더보기
카프카스, 아제르바이잔 밖으로 나온 우리는 일단 밥부터 먹었다. 밥을 먹고 비싼 값을 치를 때만 해도 그 식당은 항구 앞이라 비싼 것이려니 하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바쿠에서 처음 하루를 보내고 그 식당은 싼 편이었다는걸 깨달을 수 있었다. 호텔까지는 택시를 타야했고, 가장 싼 듯한 호텔에 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50달러 란다. 다른 방은 없는가 물어보니 더 비싼 방도 있어, 한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내고 싶지 않아 나왔다. 우리가 갈 곳은 기차역에 딸린 간이숙소 뿐이었다. 여기는 20달러였다. 시설을 생각하면 결코 싸지 않은 값이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부부가 아니면 한방에 묵을 수 없다는 거다. 수단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 4인용 도미토리를 4인분 값 치르고 혼자 묵어야 하던. 또 그런.. 더보기
카스피해를 건너 바쿠로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다. 그날도 야경은 못보지만, 그래도 이틀 꼬박, 투르크멘바쉬가 만들어 놓은 꿈의 도시를 구경하고, 아쉬가밧을 떠나야 했다.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가 차이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가방을 메고 역으로 갔다. 기차는 놀라우리만치 싸고 깨끗하고 쾌적했다. 중국산 기차였다. 내가 북경에서 우루무치까지 40시간동안 무려 170불을 주고 탔던 그 4인실 기차가, 14시간 짜리이긴 했지만, 달랑 4불에, 어쩜 그럴 수 있는지. 기차는 정말 싸고 좋았지만, 편하게 잠들지는 못했다. 우리칸에 누군가가 심하게 발냄새를 풍기면서 코를 골았기 때문이다. 결국 참지못하고 일어나 흔들어 깨우고 말았다. 기차는 투르크멘바쉬에 도착했다. 4일째의 아침이 되었고, 나는 여기서 바쿠로 는 페리를 기다려야 하는 .. 더보기
세계 최대의 분수, 세계 최대의 카펫 그리고 그날은 기절했다. 하룻밤을 거의 꼬박 새고, 이틀동안 그렇게 열심히 관광을 하느라 걸어 다녔으니, 기절할 만도 하지. 숙소로 돌아가 주인 아줌마가 차려주는 저녁을 배가 찢어져라 먹고, 기분좋게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면서 또하나 투르크메니스탄의 재밌는 사실을 확인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는 공짜지만 성냥은 공짜가 아니라, 사람들이 가스렌지의 불을 24시간 켜둔다, 하고 가이드북에 적혀 있던 말이 사실이었던 거다. 요리를 하기 위한 가스렌지도 계속 켜져 있었고, 샤워할 물을 데우는 온수기도 계속 켜져있는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물을 틀면 불이 켜지고, 잠그면 불꽃이 자동으로 작아지는 그런 좋은 온수기가 아니라 불이 계속 켜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가스 온수기가 폭발하는 걸 방지.. 더보기
주말시장 탈쿠치카 내가 주소만 갖고 그 홈스테이에 도착했을 때, 그집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문을 두드려볼까 하다가, 어느 문이 주인집인지도 모르고, 너무 이른 시각인가 싶어 9시가 되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거의 아홉시가 다 되어 주인아줌마가 밖으로 나왔다. 나를 방으로 안내해주고, 아침밥부터 차려주었다. 사실 아침의 그 식사에 나는 감동했다. 비록 어제 먹다 남은 밥인지 모르지만, 따뜻하게 데워서, 계란 후라이까지 해서는 얹어 주시는 거다. 식사포함의 요금이긴 했지만, 보통 포함되는 식사는 저녁과 다음날 아침 정도거든. 도착하자마자 지치고 배고픈 나에게 제공된 밥과 따뜻한 차이는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밥을 먹고는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정말이지 피곤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짧으니까. 세면도구를 꺼내려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