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떠나다
타쉬켄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까지 왔다. 지난 열흘간, 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 중앙아시아행은 착착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비자도 다 받았고, 터키까지는 순조롭게 가는 일만 남았다, 생각했더니 그루지아에서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 열흘간 생긴 일들중 가장 나빴던 건, 카메라 충전기가 망가진거다. 정말이지 땅을 치고, 벽에 머리라도 찧으며 자학이라도 하고 싶었다. 씨벌, 이놈의 두샨베에서는 되는 일이 없어! 하면서. 두샨베 시내를 다 뒤져봤지만, 내 카메라와 똑같은 카메라는 없고, 호환되는 거라도 없을까 싶어 물어볼라치면,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고개를 저으며 노! 라는 말부터 나오니. 절망했었다. 한국에서 받으려고 해보니, 그것도 쉽지가 않아 십몇만원을 들여 ..
더보기
두샨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날들
두샨베 17 일째가되었다. 아는 아직도 여길 떠나지 못하고, 같은 호텔에서, 여전히 투덜거리며, 오늘인지 내일인지 구분 안가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제대를 며칠 안남겨둔 말년 병사처럼, 출소일을 기다리는 수인들처럼. 하루하루가 가는 것을 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투르크멘 비자 신청 열흘째는 토요일이었다. 월요일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힘드니까 하루 일찍 금요일에 받을 수 없을까하고 물어봤더니, 영사가 자기 번호를 주며, 일단 전화를 해보라고 했었다. 수험생들의 합격자 발표 전화처럼 떨리는 기분으로 전화를 했더니, 이게 왠일. 월요일도 아니고, 수요일에 오라는 거다. 뭐가 나빴는지, 영사는 화를 내고 있었다. 월요일에 한번 더 확인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관뒀다. 또 화를 내고, 다음주 월요일! 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