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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아쉬가밧 가는 길 다샤오우즈까지는 택시를 탔다. 유럽의 승용차였는데, 두시간 걸리는 거리를 2000원에 갔다. 여긴 기름도 아주 싼 나라인거다. 달리는 차들도 온통 BMW, 벤츠 같은 비싼 차들 뿐이다. 이 차 얼마주고 샀느냐고 물어봤더니, 5500불이란다. 550만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싼 값에 오펠의 승용차를 살 수 있는거다. 차도 싸고, 기름도 싸니까, 너도나도 다들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거다. 어떻게 차가 그렇게 쌀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택시기사가 자기집에 가서 밥 먹고 가란다. 그러자고 했다. 환전도 도와주고, 차시간도 알아봐주고, 밥까지 먹고 가라는 거였다. 주기로 했던 것보다 조금 더 많이 택시비를 지불했다. 밥 먹고, 사진도 찍어주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아쉬가밧행 미니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 더보기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은 재밌는 나라다. 중앙아시아의 북한이라고 불리는 폐쇄된 나라지.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중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독립을 했고, 그 후 2006년 12월까지 투르크멘바쉬(투르크멘의 머리, 지도자)라고 나중에 이름을 바꾼 종신 대통령에 의해 통치되던 나라다. 천연가스가 아주 풍부한 나라라 가스도 전기도 수도도 공짜로 쓰는 곳이다. 물가가 쌀 수 밖에 없지. 황금을 아주좋아하고, 기록을 만들기 좋아하던 대통령 덕에,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많이 가진 나라지. 국가의 수퍼스타, 국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적어도 언뜻 보기엔 그런 단 한사람, 투르크멘바쉬가 거리마다 관공서마다 장식되어 있다. 터키의 아타투르크처럼, 시라아의 대통령처럼, 그리고 북한이 그럴거라고 생각되는 것처럼. .. 더보기
쿡시와 국수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로 돌아와 동네에 하나 밖에 없는 듯한 구멍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 동네 아이들이 끈질기게 따라 왔다. 첨엔 헬로헬로 소리만 지르더니, 나중엔 용기를 내서는 따라오며 옷도 만지고, 가방도 잡아당기고 하는거다. 한순간 홱 돌아서 뒤에 바짝 붙어 잡아당기던 녀석들 둘의 머리를 재빠르게 때렸다. 이런 건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 때에 헛손질이라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더 기고만장해서 웃고 약을 올리게 되거든. 실수없이 한대씩 쥐어박아 줬더니, 한놈은 멀리 도망가고, 한놈은 완전 울상이 되어 서 있더군. 그리고 아이들은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심하게 까부는 아이들을 혼내주는 건 에티오피아 이후로 습관이 되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해뜨는 걸 보러 가고 싶었지만, 혼.. 더보기
히바와 모이낙 비싼 택시를 타고, 히바로 가는 길은 편편했지만 공사구간이 많이 꽤나 오래 걸렸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결국 우리가 히바에 도착하고 방을 잡은 건, 여섯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거기서 우연히 다시 만난 다른 일본아이와 함께 재빠르게 관광을 했다. 정말이지 유명한 히바였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내게는 그닥 볼거리는 없고, 물가만 미친듯이 비싼 곳이었다. 부하라보다 더 심했다. 게다가 유적들은 천년 가까운 시간을 서 있는 것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너무나도 깔끔하게, 거의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한시간을 돌고 나니 갈 곳도 없고, 밥이나 먹으러 가기로 했다. 우리보다 하루 먼저온 친구의 안내로 근처 마을까지 나가서는 밥을 먹었다. 기분 좋게 맥주까지 마시고, 생각보다 많이 나온 요금을 계산하고.. 더보기
5년만의 체스, 10년만의 볼링 타쉬켄트를 떠나 사마르칸드로 갈 땐 카즈와 함께였다. 사마르칸드엔 왜 또 갔느냐고? 사실 사마르칸드엘 또 간게 아니라, 거기서 묵었던 호텔에 다시 간거였다. 아주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고, 중간에 정원이 있어 기분좋은 호텔이거든. 타쉬켄트를 떠나면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 도착하기까지 미친듯이 달려야하는데,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치는 듯하여, 하루 쉬었다 가기로 한거다. 여전히 많은 일본아이들이 몰려있었고, 그 중 한 아이와 나는 체스를 뒀다. 5년만의 체스였다. 다른 아이와 함께 두고 있는걸 보고 있으려니, 다시 옛날 생각이 났고, 두고 싶지 않았지만, 내 앞에다 체스판을 놓고는 말을 다 늘어놓은 뒤, 먼저 두세요, 하고 재촉을 하는 바람에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5년만이라 생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