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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두샨베 열흘째 두샨베 열흘째, 투르크멘 비자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정말로 하는 일 없이 여기서 더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어제, 오늘 이틀은 좀 낫다. 좀 시원하다 싶어 보니 38도더군. 매일 40도를 훨씬 넘다가, 구름 끼고 안개 끼니 38도. 훨씬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열흘씩이나 뭘할까. 당연히 인터넷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깨달았다. 중앙아시아는 아프리카보다도 인터넷 쓰기가 힘든 곳이라는 걸. 인터넷 가게도 없고, 몇 안되는 곳 다 뒤져봐도, 한글이 읽히는 곳조차 없는거다. 그러다 딱 한군데 우체국에서 한글이 읽히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요즘은 우체국이 문을 여는 날이면, 버스 타고나가 서너시간씩 다리가 퉁퉁 붓고, 허리가 아플 때까지 쓰다가 온다. 한글이 안돼서 끙끙거리다가, 결국 엉성한 대만.. 더보기
두샨베의 악몽같은 날들 날은 덥고, 말은 안통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그간 몇마디 터키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러시아어를 외울 생각은 전혀 안했었거든. 몇마디 외웠다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이해를 시킬만한 수준까지는 못되었을 거지만.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가방은 그대로 팽개쳐 둔 채, 로비의 소파에 앉아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니들 맘대로 해라. 안되면 로비에서 그냥 밤새지 뭐. 소파에 푹 파묻혀서 눈 지그시 감고 부채질 해서 땀 식히며, 어떻게 되겠지 뭐, 하지만, 어뛓게 된다 해도, 저런 아줌마들이 지키고 있는 호텔에 열흘도 넘게 묵는다는 건 피곤할텐데, 그런 생각들을 하기를 30분쯤. 왠 남자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으로 그 사람이 내 구세주가 될거란 걸 알았다. 역시 난 참 운이 좋다. 항상 어디.. 더보기
파루스키, 파루스키~ 깨어났을 땐, 두샨베에 도착해 있었다. 시각은 12시를 넘어가고있었다. 호텔명을 대자 기사가 택시를 잡아 준다. 다행히 그 호텔은 꽤나 유명한 호텔인 모양으로 기사가 한번만에 갔다. 하긴 시내 한중간에 있는호텔이고, 도대체 두샨베에 호텔이 열개는 될까 싶을만큼 호텔이 드무니까. 그렇게 유명해서 쉽게 찾은 것까진 좋았는데, 방값이 비쌌다. 내가 그호텔을 찾아간 건, 거기에 두 종류의 방이 있어, 싼 곳은 5-6달러면 잘 수 있단 얘기를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가격은 트윈룸의 침대 하나만 빌리는 조건으로 15달러. 리셉션에 앉아 있는 러시아 아줌마한테 영어 좀 하십니까, 했더니, 좀 한다길래 물어봤는데 말이 안통한다. 내가 듣기로 방이 두 종류가 있다는데. 그래 방에 침대 두 개 있다니까. 그게 .. 더보기
내가 가는 길, 나를 기절하게 하는 길 두샨베까지의 차비는 비쌌다. 꾸역꾸역 끼어타고, 오르막길 시속 5킬로를 자랑하는 식빵차가 100소모니(3만원), 조금 편하고, 훨씬 빠른지프는 150소모니(4만천원)이다. 총 거리 600킬로 조금 넘는 거리인데, 게다가 국내를 이동하는건데, 지나치게 비싸다 싶었다. 사람들이 다들 지프를 타란다. 식빵차 타면 내일이나 돼야 도착할거라고. 지프를 타면 밤 10시나 11시에 도착한다는데 그 시각에 도착해서 또 호텔 찾느라 애 먹느니, 차라리 식빵차를 탈까도 싶었다. 하지만 한 사람만 더 모이면 출발한다는 지프가 있어, 타기로 했다. 그 남자에게 주려고 했던 차비 60소모니가 굳었으니, 좀 편하게 가보기로 한거다. 하지만, 맨 마지막 남은 자리는 7인용 지프의 맨 뒤, 2인용 자리. 옆으로는 넓어도, 앞뒤, 위.. 더보기
나를 비참하게 하는 사람들 두샨베로 갈거니까 버스정류장에 내려 달라고했다. 호텔비도 줄이고, 시간도 아끼고. 가능하다면 밤차로 두샨베까지, 내리 질러버릴 생각이었다. 그땐 그 길이 어떤 길인지 몰랐던 거지. 하지만 잠시 후 차가 선곳은, 어느 아파트 앞이었다. 따라오란다. 버스회사 사무실인가 하고 따라갔더니, 어느집 문앞에 서서는 'you today sleep here my home' 하는 거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싶어 아니라고, 나 오늘 밤차 타고 두샨베 갈거니까 정류장에 간다고 했더니, 내가 무얼 걱정하는가 알아차렸는지 'No problem, here my sister my mother live my home. today sleep, tomorrow dushanbe go!' 하며 문을 열어버린다. 문을 연 순간, 그 안에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