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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아프리카에서 보낸 편지

사디가! 나를 부르는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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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수단에서 5일째. 내일은 떠나려고 한다. 수단에서는 여기에 오는 것 말고, 별다른 계획이
없었으니, 그냥 여기서 푹 쉬다 가는거지. 아프기도 했고, 지치기도 했고. 이곳 수단, 정말이지
사람은 참 좋다. 그 징글징글한 에티오피아인들에 비하면, 정말 천사들이다.

여행자들이 수단에 들어오려면 에티오피아 혹은 이집트를 거쳐서 들어오는게 보통이니, 더더욱
사람이 좋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 지친 정신을 사람들이 풀어주는
곳이다.

돈 달라고 달려드는 거지도 없고. 수단에서 1주일간 본 거지 수가, 에티오피아의 거리에서 5분간
보는 거지 수보다 적다. 역시, 이슬람 국가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차이나!를 외치는 사람의 수도
내가 아니라고 고쳐줄 수 있을 정도밖에 안되고.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며 말을 붙여오는 사람들
보다는, '사디가!'(친구여)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많다.

사디가!라는 말이 얼마나 느낌이 좋은지 모를거다. 처음으로 나한테 사디가!라고 불러준 사람은
포트수단에 도착하던 날, 나를 데리고 호텔을 찾으러 다녀준 릭샤꾼이었는데, 하나씩 하나씩
호텔들을 둘러보면서 굳이 나한테 아랍어로 다시 설명을 해 줄 때마다, '사디가!' 하고 한 번 부른
다음에 이야기했다. 좋은 사람들이 불러주는 말이니, 더 좋게 들리는 거겠지. 길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이 그늘에 앉아 있다가는 사디가! 하고 부른다. 시장통에 가도 상인들이 사디가! 하고 부른다.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호텔 앞 노점까페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주인 아줌마나 다른 손님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말도 안통하는데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인가 싶지만, 낮에는, 빨래를 해서는
뒷마당에 널고, 잠시 쉬다가 해가 조금 기울면 항구로 나와 산책을 하고, 커다란 배에 콘테이너들이
실리는 걸 보면서 쥬스를 마시고 샤와르마를 먹으면서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고, 해가 지면 다시
걸어 호텔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가이드북 보며 연구하고, 그런 단조로운 날들이 다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노점까페나 항구 앞 까페 사람들이나 호텔 건너편의 교도소(경찰들이 맨날 잔뜩
있길래 경찰서인줄 알았더니 교도소라더군)를 지키는 경찰 아저씨들이랑도 안면을 트고 친해지고,
동네가 우리동네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워낙에 친근감 있는 사람들이라 내가 한두마디 아랍어를
하니, 나한테 어찌나 아랍어로 쏟아 붓는지. 조금 더 배워둘 걸 하는, 늘 하는 생각을 또 했다.

맨날 오는 까페에 두번째로 오던 날, 그 에티오피아 사람에게, 에티오피아에서 마지막 기념으로
사 온 담배를 선물로 줬다. 일 하느라 나와 있으니 집에 얼마나 가고 싶을까 싶어서. 되게 고마워
하더라. 그리고는 내가 그날 먹은 밥값을 지가 내겠단다. 우리 돈으로는 2500원 정도지만, 그
사람한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거든. 됐다고, 그냥 두라고 해도 결국 받지 않더라.

그리고 어제 또 왔더니, 종이에 편지라며 적어 주더군. 삐뚤빼뚤, 나의 천재적인 이해력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조차 알아먹을 수 없을 만큼 엉망인 철자에 I LOVE YOU SO
MUCH만 정확하게 적혀 있더군. 하여간 에티오피아놈들이라니. 잘 해주면 안된다는 소리가 이해가
되더군. 그냥 웃어주고 말았다. 어차피 곧 떠날거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