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추억의 장소
마땅한 숙소가 없는 예레반에서, 맘편하게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허름한 건물에 스프링이 꺼져버린 침대였지만, 개인으로 여행하던 시절,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에서의 4개월 중 가장 편한 숙소였고, 가장 오래 머물던 숙소였다 리다 할머니는 날 알아보지 못하셨다. 2년만이었고, 그간 수없이 많은 일본사람 한국사람을 봐왔을 터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따뜻한 눈빛만은 그대로셨다. 쌀쌀한 아침, 할머니께서 끓여주시던 아르메니아 커피가 그립다. 2년 전, 아장아장 걸으며, 한국말로 누나! 안녕, 하는 말을 배워 곧잘하던 아람과 그의 형 까를로스. 귀여웠던 아이들도 많이 자라 있었다. 물론 날 알아볼 리는 없었지만. 팀원들을 이끌고 갔던 여행에선 호텔에 묵게 되어 민박집에 갈 필요가 없었지만, 추억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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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세반호와 예레반
그루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국경을 넘은 후에는, 알라베르디의 하그팟 수도원에 들렀다가, 세반호수로 갔다. 그 다음엔 아르메니아 최고의 피서지 딜리잔에 들렀다가 수도인 예레반으로 갔다. 아르메니아 최대의 호수, 세반이다. 개인으로 여행했을 땐, 예레반에 머물면서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이번엔 호숫가의 숙소에 묵으며 세반호의 노을도 볼 수 있었다. 하츄카르, 십자가석이다. 반드시 서쪽을 향해 세워지며, 주로 묘석으로 이요되었지만, 중요한 사건(전쟁에서의 승리, 교회나 다리의 건설 등)을 기념하는 경우에도 사용되었으며, 건립자의 이름과 그 이유가 기록되었다. 그리고 천재지변을 피하거나 병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이싸는 민간신앙도 넓게 퍼져 기독교 이전의 종교가 영향을 끼쳤다고도 한다. 아르메니아 국내에만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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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아, 카즈베기로
터키다. 이제 미루지 않고 착실하게 편지 잘 써야지 했는데, 아르메니아를 떠나던 기차 이후로 또 그만 손을 놓고 말았다. 그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그루지아 구경하고, 밤버스에 시달리면서 터키로 국경을 넘어 트라브존에 갔다가, 다시 여기 카파도키아에 왔다. 터키 사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빨리 이스탄불 안오고 뭐하느냐고, 수십번 다닌 카파도키아는 왜 또 갔느냐는 반응들이지만, 나는 이스탄불에 가기 전에 한번 더 카파도키아에 가기로 결심을 했다. 이스탄불로 직행해서 하루라도 더 빨리 친구들을 만나고, 이번 또다른 루트로의 아시아횡단을 끝내고 싶다는 기분도 없지 않지만, 그 전에 다시 한번 여행자로서 카파도키아를 즐기고 싶은 마음도 컸다. 예레반을 정시에 출발한 기차는, 왠일인지 시간이 아주 많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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