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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람들을 만나다 다시 기차안. 이번에는 바라나시를 떠나는 기차 안이다. 바라나시에서는 편지를 거의 손 놓고 있었다. 쓰지 않게 될거라고 알고 있었다. 쓸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머리 속에 생각들이 얼키고 설킨 만큼, 그것이 글로 표현되기는 더 힘든 일이니까. 끝없이 흐르고 있는 생명의 강, 갠지스처럼, 나도 내 마음을 다스려 흘려보내야 하는데, 나는 강이 아니라, 나는 신이 아니라, 그러기란 좀처럼 힘든 일이었다. 바라나시에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냥 만난게 아니라 다시 만났다. 만난 적 있는 사람들을 다시 만난거다. 하루는 강가에 앉아 강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어떤 일본사람이 말을 걸어오는거다. 그땐 한국사람이랑 같이 앉아 있었는데, 내가 일본말하는거 어떻게 알고, 자신만만, 일본어로 말을 거나 싶었.. 더보기
바라나시 이삼일만에 뜨려던 바라나시에 온지, 벌써 일주일 가까이 되었다. 늘 그런 식이다. 잠시만 왔다 가야지 하며, 예정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 버린다. 몸도 마음도 자꾸만 축축 늘어지게 되어, 그럴까봐 빨리 뜨려던 건데, 그래서 결국, 또 오래 있게 되었다. 이제 흐르는 갠지스에 보내야 하는데, 보내려고 온 건데, 여기까지 오고 보니, 보내기 싫은건 왠지, 놓아주기 싫은건 왜인지. 머릿속이 복잡해서, 미칠 것 같다. 도착하고는 곧장, 예전에 묵었던 숙소로 왔다. 언제나 인기 많은 숙소인만큼, 성수기가 끝나지 않은 지금은 당연히 만원. 다른 곳에서 2박을 하고 사흘째에 다시 이곳에 체크인을 했다. 첫날 저녁엔, 푸자를 보러 갔다. 생명의 강 갠지스, 생명의 신께 드리는 제사지. 푸자를 보고, 꽃으로 장식된 접시에.. 더보기
바라나시로 간다 처음 인도에 왔을 때, 나는 살이 죽죽 빠졌었다. 모든 음식에서 나는 이상한 향신료 냄새 때문에 밥은 거의 못먹고, 맨날 수박에 라시만 먹고 다녔으니. 그런데 이번에 다시 온 인도에서는 살이 피둥피둥 찌고 있다. 요즘 인도음식에는 왜 그 향신료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인지, 인도 음식은 언제부터 이렇게 맛있었는지. 모든 인도음식이 입에 짝짝 붙고 맛있다. 이번 인도행이 끝나고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두려워진다. 아그라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는, 두번째다. 죽은 친구와 함께 탔었다. 자다가 깨보니, 건너편 침대에서 자고 있어야 할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이라도 갔나보다 했는데, 함참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어나보니, 아래층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거다. 밖은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더보기
세번째 아그라 뭄바이에서 1박을 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어디로 갈 건지를 정해야 했다. 뭄바이로 들어온 김에, 전에 못 본 남인도를 보고 갈까 싶어, 엘로라 아잔타 석굴유적들에 가까운 아우랑가바드로 갈까, 비치가 멋진 고아에 가서 며칠 수영이나 하며 좀 쉬다 갈까, 이것도 저것도 다 때려치우고 바라나시로 갈까, 뭄바이에 도착하고나서도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그라다. 세번쨰다. 처음 입장료가 비싼 것에 광분하며, 들어가지 않았던 타지마할을, 결국 들어가보고 싶어서 다시 왔었고, 이번에는 한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온 거다. 뭄바이에서 하룻밤도 안자고, 낮동안 영화만 한편 본 후 곧장 야간기차를 타버렸다. 인도영화를 오랜만에 보면서 생각한 건, 변한건 영화관 요금 뿐이구나 하는 거였다. 어쩜.. 더보기
인도로 돌아오다 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 어젯밤 사나아 공항을 떠나면서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더니, 다시 인도에 오고, 인도의 향기와, 넘쳐나는 인도 사람들과, 인도억양의 영어의 물결 속에 휩싸이고 보니, 다시 오기심 만빵이다. 이 즐거운 세상 속으로 나는 다시 들어왔구나. 살만하다. 그럼 그렇지. 인도인데. 어제저녁, 일찌감치 공항으로 간 나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머리수건을 풀고, 겉에 덧입었던 치마를 벗어 가방 속에 넣고는 체크인을 했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공항 내의 커피숍에서 마지막 남은 리알을 탈탈 털어 물을 한병 사서는 마시며 앉아, 계속 편지를 썼다. 예멘을 떠나기 전에, 예멘의 이야기는 끝을 내리라 생각하며. 계속, 팔이 아프도록 쓰는데, 좀처럼 안내방송이 안나오길래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육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