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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다시인도에서 보낸 편지

인도로 돌아오다

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 어젯밤 사나아 공항을 떠나면서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더니, 다시
인도에 오고, 인도의 향기와, 넘쳐나는 인도 사람들과, 인도억양의 영어의 물결 속에 휩싸이고 보니,
다시 오기심 만빵이다. 이 즐거운 세상 속으로 나는 다시 들어왔구나. 살만하다. 그럼 그렇지.
인도인데.

어제저녁, 일찌감치 공항으로 간 나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머리수건을 풀고, 겉에 덧입었던
치마를 벗어 가방 속에 넣고는 체크인을 했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공항 내의 커피숍에서
마지막 남은 리알을 탈탈 털어 물을 한병 사서는 마시며 앉아, 계속 편지를 썼다. 예멘을 떠나기
전에, 예멘의 이야기는 끝을 내리라 생각하며.

계속, 팔이 아프도록 쓰는데, 좀처럼 안내방송이 안나오길래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육성으로
뭄바이 가는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만 해도, 내가 늦은건줄은 몰랐다. 급하게 다른
사람들을 앞질러 게이트를 통과하고, 비행기로 가는 수송버스를 타니, 나 혼자 밖에 없더라.
좀 있다 한명이 더 오자, 버스는 바로 출발했고, 나는 비행기에 마지막으로 탄 승객이 되었다.
이미그레이션 통과할 때는, 니가 뭄바이 넘버원이야, 하는 말을 들었던 내가 말이지.

승객이 얼마 없어 방송을 하지 않고, 조용히 불러 모은 모양이었다. 40명 정도. 그 중 외국인은 나
하나였고, 덕분에 비행기에서는 짧은 시간이나마 다리 쭉 뻗고 편하게 올 수 있엇다. 주는 기내식
배부르게 먹고 푹 잤지. 그러고보니, 나는 힌두교의 나라 인도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소고기를
먹고 있었다. 이거 이래도 되는건지. 이슬람국가로 가면서 돼지고기 먹는거랑 같은거 아냐.
참 신기한 기분이었다.

예멘과 인도의 시차는 두시간 반. 그만큼 한국에는 조금 더 가까워진거지.

짐이 나오려면 한참 걸리겠지 생각하며 화장실에서 하루의 준비를 했다. 이 닦고, 세수하고,
썬크림까지 바르고 천천히 밖으로 나오니, 내 가방과 소말리 작대기만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넘 여유를 부린거지.

밖으로 나오니 인도는 아직 컴컴했다. 우선 돈부터 뽑고, 뭄바이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어보니 14루피란다. 꽤 먼 거리이니 그런가 했는데, 100짜리를 내니 잔돈을
95루피를 주는거다. 그래서 다시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으니, 눈치를 보면서 3루피를 더 준다. 다시
물어보니 12루피란다. 당신 나한테 1루피 주면, 내가 10루피 줄게 했다. 첨엔 무슨 말인지 못알아
먹더군. 그래서 그냥 10루피 돌려줬다. 이삼루피 떼 먹으려다가 10루피 손해볼 뻔한 사기. 그게
인도식 사기꾼이지.

버스에서 내려 시내 중심가로 가는 전철로 갈아타러 가는 5분간의 그 길에, 나는, 인도로, 인도의
그 길로 돌아왔다. 질퍽질퍽한 길에 널려있는 쓰레기들. 길가 한켠에서는 거적대기를 뒤집어 쓴
누군가가 자고 있고, 소며 개며, 나다니는 길거리에 그들이 싸놓은 똥더미들. 북적북적 넘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지켜보는 작은 사당의 신들. 그래 인도다. 여기는, 인도는, 이렇게
지저분했었지. 어딜가나 사람들이 넘쳐났었지. 다시 인도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하지만 뭄바이에서 보는 인도는 변해있었다. 뭄바이니까. 인도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니까 그런
거겠지만, 물가는 배 정도로 올라 있었고, 인터넷은 빨랐다. 거리에 쓰레기라곤 보기 힘들었고,
조금 놀라긴 했지만, 이게 바가지를 씌우는 건지, 물가가 오른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03/21/2008 02:24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