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수단
포트수단행 버스를 타고는, 자리를 잡고 바로 잠이 들었다. 티켓을 사러 갈까 생각도 했지만, 몸이 너무 안좋아, 버스 안에서도 팔겠지 하고는 그냥 잤는데, 버스가 출발하고는 티켓을 걷는거다. 버스 요금이 얼만지도 모르니 40파운드를 건네 줬더니, 티켓 없느냔다. 없다고 했더니, 기사가 뭐라뭐라 하고, 승객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잔돈은 나중에 주겠지 하고, 잤다. 세시간쯤 잤나. 몸이 좀 개운해 지는 듯했다. 버스는 휴게소(그냥 서명 다 휴게소지 뭐)에 섰다. 내 뒤에 앉은 여자한테 버스 요금 얼마냐고 물어보니 24란다. 그래서 잔돈 4를 꺼내, 차장한테 4 줄테니 20달라고 했다. 잔돈이 없어 그러는 줄 알았거든. 그랬더니 웃으면서 없단다. 못 준단다. 벌떡 일어나서 다시 큰 소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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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단
세상에서, 내 맘대로 되는 건 별로 없다는 건, 그래,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른 새벽, 아디스를 출발한지 꼬박 나흘만에, 수단에서의 1차적 목적지였던 포트수단에 도착하기는 했다. 완전 녹초가 되어 펄펄 끓는 열을 가지고 기침까지 하며, 입술은 부르터서, 또다시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선물, 빈대와 이들이 남긴 상처를 온몸에 잔뜩 지닌채, 그래도 12월 31일이 되기 전에 포트수단에 도착했으니, 목표대로 레드씨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뿌듯했었다. 하지만, 기대는 다 무너져 내렸다. 여기는 포트 수단, 말 그대로 항구일 뿐 바다가 아니다. 방파제 안쪽의 물웅덩이 밖에 보이지 않고, 아침에는 잔뜩 구름이 끼어 일출의 장관 같은 건 없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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