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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툼

복잡한 출국절차 드디어 수단을 떠나왔다. 아주 복잡한 절차 끝에, 드디어 여권에 출국 스탬프를 찍고, 배를 타고, 이집트 영역으로 들어왔다. 기차는 처음 이야기한 대로 27시간만에, 이집트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한 마을 와디할파에 도착했고, 그때 나는, 추위에, 먼지에, 꼴이 꼴이 아니었다. 사막속의 마을 와디할파는, 온통 모래먼지의 마을이었다. 실컷 찍지 못한 사진을 찍어두려고, 마을들을 돌아다니다가, 이 마을엔 모래먼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도 나오지 않는, 바깥과 다를바 없는 모래바닥의 방을 가진 호텔에서, 두 양동이의 물을 퍼다놓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생각해보면 참 기가 막힌다. 한국이라는 문명세계에서 살고 있는 너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그런 공간을 우리는 호텔이라 부르고, 거기서 .. 더보기
먼지투성이 기차 기차 안이다. 탄자니아 남부를 관통하는 24시간짜리 1등 침대칸을 타면서 22불쯤 내고는 씨부럴, 제기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투덜거렸는데, 그 기차는 싸고 좋은 거였다. 한칸에 네명씩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도 있고, 추울까봐 이불에 침대시트까지 깔아주니. 35불쯤 내고도 한칸에 8명씩 들어가 앉아 완전 다 찢어진 의자에 나무 바닥에, 탑승칸인지 화물칸인지 구분이 안될만큼 지저분한 객실에 앉아 있어야 하니. 수단의 기차에서 가장 힘든건 먼지다. 기차에 타니 이미 좌석이며 등받이며 바닥이며, 1cm는 되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 휴지로 대충이라도 닦고 앉을 때만 해도, 그게 헛된 일이란걸 몰랐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누가 옆에서 먼지를 뿌려대는 것처럼, 마치 케냐에서 국경을 넘을 때의 트럭 안에서처.. 더보기
정말 착한 사람들 서너시간쯤 잤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뒷마당에 제법 큰 양이 한마리 매여 울고 있더라. 오랜만에 귀한 손님 왔다고 양을 잡는 모양이더군. 주마때보다도 훨씬 더 능숙한 손놀림으로 양 한마리를 산산조각 내더군.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척 아줌마보다 나에게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사진도 찍어주고, 이집저집 다니며 놀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마침 카르툼 간다는 사람 한명이랑 같이 버스를 탔는데, 버스비도 다 내주고, 숙소를 찾을 때까지 땡볕에 같이 다녀주고, 나중에 콜라까지 사 주더라.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는데도 끝까지 다 책임을 져 준거지. 정말,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사실 아줌마가 처음에 자기집에 가자고했을 때, 아프가니스탄 같은 기회가 또 오는건가 살짝 기대했었다. 결코 좋은 것들은 아니었지만,.. 더보기
카르툼 가는 길 카르툼이다. 힘들긴 하지만, 차근차근, 카이로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나는 갈수록 불안하기만 하다. 하나씩 잃어버리고 다니는 물건들이 생겨서 말이야. 내가 정신을 놓고 다니는 건지. 누가 내걸 가져가는 건지. 남들은 그렇게 힘들지 않게 가는 듯한 이 길을 나만 유독 힘들게 가고 있는 듯하여, 불안한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 때면, 꼭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나를 도와주니까. 버스는 아침에 출발했다. 예정시각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뭐 12시간 걸린다니 크게 지장 없겠지 싶었다. 비가 내렸고, 나는 잠바를 뒤집어 쓰고 계속 잤다. 버스 안에서 나눠주는 물을 사람들이 마시길래 나도 달래서 보니, 컵 안에 이상한 것이잔뜩 떠 다녔다. 도저히 마.. 더보기
수단, 사람은 참 좋다. 푹 쉬었더니 몸도 거의 다 나았다. 몸살도 거의 다 나아 열도 내리고 콧물도 기침도 거의 멈추고, 머리도 안아프다. 교통사고 후유증도 거의 끝나간다. 멍든 곳들도 거의 가라앉았고, 손목도 무리하지 않으면 별로 아프지 않고, 종아리 근육 뭉친 것도 많이 나았다. 그래도 역시 교통사고란게 무섭구나 생각은 들더라. 멍들고 삔 정도인줄 알았는데, 보름이 넘도록 남아 있으니 말이야. 몸도 좀 낫고 해서, 일생에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은 이 나라 사진이나 좀 찍어 두려고, 거리를 싸돌아 다녀봤다.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이슬람의 큰 항구도시일 뿐. 그래도 여긴, 나를 먼저 찾아와 사진 찍어달라는 아이들이 많다. 카메라가 신기한거지. 아프리카에서는 카메라만 꺼내면 도망가거나, 돈을 달라는 통에 사람들 사진을 거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