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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할파

수단을 떠나는 배 배는 생각보다 쾌적하다. 이제껏 타 본 어떤 배들보다도, 깨끗하고, 바다 아닌 호수 위를 달리는 거라 파도가 없으니 흔들리지도 않고, 비싸서 그렇지. 우리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배에는 외국인이 세 명이나 더 있었다. 아디스에서부터 자기들 차로 온 독일 아저씨들 두 명과 그 아저씨들한테 꼽사리 껴서 온 중국 여자애 한명. 아프리카에서 중국 여행자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중국인 여자 여행자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영어를 엄청나게 잘해서 내가 기죽는거 아닌가 좀 걱정이 되기도했는데. 왜냐면 지금 여행을 나오는 아이들은 다들 부자고 교육 많이 받은 아이들이 많거든. 이제까지 만난 중국 여행자들은 다 그랬었고. 그런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더군. 에티오피아에서 사람들이 차이나!라고 부르지 않더.. 더보기
복잡한 출국절차 드디어 수단을 떠나왔다. 아주 복잡한 절차 끝에, 드디어 여권에 출국 스탬프를 찍고, 배를 타고, 이집트 영역으로 들어왔다. 기차는 처음 이야기한 대로 27시간만에, 이집트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한 마을 와디할파에 도착했고, 그때 나는, 추위에, 먼지에, 꼴이 꼴이 아니었다. 사막속의 마을 와디할파는, 온통 모래먼지의 마을이었다. 실컷 찍지 못한 사진을 찍어두려고, 마을들을 돌아다니다가, 이 마을엔 모래먼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도 나오지 않는, 바깥과 다를바 없는 모래바닥의 방을 가진 호텔에서, 두 양동이의 물을 퍼다놓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생각해보면 참 기가 막힌다. 한국이라는 문명세계에서 살고 있는 너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그런 공간을 우리는 호텔이라 부르고, 거기서 .. 더보기
먼지투성이 기차 기차 안이다. 탄자니아 남부를 관통하는 24시간짜리 1등 침대칸을 타면서 22불쯤 내고는 씨부럴, 제기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투덜거렸는데, 그 기차는 싸고 좋은 거였다. 한칸에 네명씩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도 있고, 추울까봐 이불에 침대시트까지 깔아주니. 35불쯤 내고도 한칸에 8명씩 들어가 앉아 완전 다 찢어진 의자에 나무 바닥에, 탑승칸인지 화물칸인지 구분이 안될만큼 지저분한 객실에 앉아 있어야 하니. 수단의 기차에서 가장 힘든건 먼지다. 기차에 타니 이미 좌석이며 등받이며 바닥이며, 1cm는 되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 휴지로 대충이라도 닦고 앉을 때만 해도, 그게 헛된 일이란걸 몰랐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누가 옆에서 먼지를 뿌려대는 것처럼, 마치 케냐에서 국경을 넘을 때의 트럭 안에서처.. 더보기
수단 카르툼에서 이집트로 Khartoum-Wadi halfa 기차가 매주 월요일 아침 8시반에 출발. 7시까지 기차역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기차표는 미리 기차역에서 예매를 해야한다. 기차역을 들어가 오른쪽은 기차표 예매창구, 왼쪽은 와디할파 페리 예매창구다. 페리 예매창구 옆의 사무실 안에서 사람들이 불러들여 친절을 베푸는 척, 자기들이 티켓을 사다 줄 테니 앉아 있으라고 하는 경우가 있으나, 바가지를 쓰게 되므로 주의. 티켓 판매소 직원들은 모두 간단한 영어 정도는 하므로, 본인이 직접 사고, 출발 시간 및 가격 등을 한번 더 확인하도록 하자. 2등칸 64, 1등칸 85파운드. 기차역으로 가는 미니버스는 호텔 주인아저씨한테 아랍어로 적어 달라고 하자. 기차는 출발하기 전부터 이미 먼지가 쌓여 있고, 움직이.. 더보기
동지들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발하여 수단으로 국경을 넘고, 수단을 2주 가까운 시간 동안 여행하는 동안 나는 단 한명의 외국인도 만나지 못했다. 수단에서 나는 참 많이 외로웠다. 그러다 와디할파의 이민국에서 만난 사람이 영국사람 데렉이다. 그는 오토바이로 4년째 여행중이라고 했다. 아프리카만 당시 2년 4개월. 오랜만에 만난 외국인이 너무 반가워 마구마구 수다를 떨었다. 데렉도 날 엄청 챙겨줬다. 외국인 중에선 1등칸 예약 안한게 나 뿐이었거덩.. 와디할파에서 아스완으로 가는 배 안에서 나는 독일 할아버지 2명과 중국 여자아이 하나를 만났다. 독일 할아버지는 현재 남아공 거주자로, 자가용으로 아프리카를 종단중이라고 했고, 중국 아이 수잔은 일하러 왔다가 안되어, 여행하고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수단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