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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반도

그곳에 살고 싶다 타이즈는, 그냥 거쳐만 가려던 도시였다. 예멘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니, 그냥 큰 도시겠지, 라고만 생각했했거든. 실로 크긴 했다. 터키의 부르사처럼, 거대한 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만들어진 도시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호텔을 찾아 나서기 전, 쥬스부터 마셨다. 예멘은 어느 도시엘 가든, 신선한 과일쥬스가 싸고 맛있거든. 망고를 갈아 만든 쥬스가 300원, 메론 250원 이런 식이다. 쥬스를 마시고 좀 쉬다가는 일본친구가 들고 있는 가이드북 복사본의 지도만 가지고 호텔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찾던, 싼 숙소를 찾는데, 꼬박 두시간이 걸렸다.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건. 꼬불꼬불 산길이라, 지도에 표시된 길은, 전혀 참조가 되지 않는 거였.. 더보기
모카커피는 없다 코하에서 모카까지 해변을 연결하는 길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 길을 달리는 대중교통은 없다. 4륜구동 지프를 빌려타고 멋지게 가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비싸고, 가고 싶긴 하고 해서, 오토바이를 섭외했다. 두시간 걸리는 길에, 내 가방은 운전자 앞에 놓고, 아저씨가 맨 앞에 앉고, 그 뒤에 내가 타고, 맨 뒤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일본친구가 앉았다. 모카를 향해 출발하기 전, 코하의 폴리스에 들러 신고를 하고, 그나마, 바람이 좀 덜 부는 이른 아침에 출발하긴 했지만, 출발부터 오토바이는 불안했다. 기사도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듯, 지나가는 오토바이 기사를 볼 때마다, 대신 가주지 않겠느냐고 부탁하는 듯했지만, 아무도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오토바이는 그냥 출발했지만, 불안하기.. 더보기
홍해의 해변, 코하 다음 날은 길을 떠났다. 예멘의 홍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모카에 들를 작정이었다. 그 유명한 모카커피로 유명한 모카는 꼭 들러보고 싶었거든. 별로 멀지 않은 거리니, 천천히 일어나, 미니버스를 갈아타고 갈 작정이었는데, 같이 있는 일본친구가 모카보다 앞에 있는 코하에 먼저 가지 않겠느냔다. 홍해에서 해변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뭐, 그러자고 했다. 엄청난 모래먼지를 맞으며, 미니버스와 트럭을 갈아타고, 코하까지 갔다. 정말 작은 시골동네였다. 호텔을 찾으니 마을에서 7킬로 떨어진 해변으로 가야 한단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들어 우리를 둘러싸고, 여기다, 저기다, 오토바이택시를 타야한다, 하며 왁자지껄 목소리들을 높이길래, 그들로부터 우선 벗어나 걷기 시작하자, 한 사람이 우리를 계속 따라오더.. 더보기
호데이다의 시장 구경 3년 전, 다합에서 즐기던 홍해를, 그 건너편인 예멘에 와서 봤다. 그땐 홍해로 떠오르던 해를 봤는데, 이번엔 반대로 해가 지는 홍해를 봤지 사실 홍해의 석양은 별거 없더군. 붉은 기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석양을 호데이다에서, 기대에 차서 보다가, 해가 아니라 달 같군, 하는 생각을 했다. 호데이다는 더웠다. 수도인 사나아는 해발고도 2300미터에 위치한데다 건조하기까지 해서, 한낮의 태양아래만 아니면 서늘했는데, 호데이다는 바로 바닷가니 습하기까지 해서, 2월이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더웠지만, 그래도 겨울이라, 저녁이면 선선해져서 바닷가의 노천까페(라고는 하지만 의자만 몇 개 놓여있을 뿐이다)에서 시샤를 피고 놀기 좋더군. 바닷가에 위치한 큰 도시니만큼 사람들도 복작복작하니 많더군. 사람들 사는 모습 구.. 더보기
아라비아 반도에 서다 아프리카 종단이 끝나고 편지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 뭐, 안쓴다고 뭐라할 사람도 없고, 읽는 너도 힘들거고, 그만둘까 싶기도 했지만, 여행하면서, 이거 말고는 하는 일도 없는데, 이거 말고는, 남는 기록도 없는데 싶어, 다시 볼펜 들고, 공책 사서 쓰기 시작한다. 여기는 예멘. 한국사람들에겐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곳이지만, 여행자들은 천국이라고 말하는 곳이다. 좋다고 좋다고, 모두가 말하는 곳은 정말 좋더라고. 파키스탄의 훈자가 그랬고, 이집트 다합이 그랬고, 여기, 예멘이 그렇다. 좋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가서, 되려 실망하는게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하는 곳은 정말 좋더군. 예멘이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가, 하는 것부터 이야기해야겠구나. 아라비아반도, 터키에서보자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