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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반도

또다시 모험의 시작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의 여행이 끝난 후 참 오랜만에 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루지아를 떠난 이후로 이제까지는 이스라엘에 4박 5일 다녀온 것 외에는 줄곧 예전에 다 돌아본 나라들에 있었거든. 4개월이나 익숙한 나라들만 돌아다니니 그만큼 편하긴 했지만 신선한 맛은 떨어져 사실 좀 지루하더군. 이제는 좀 편해졌다. 컴퓨터로 쓰고 있으니. 손은 좀 편해졌지만 그만큼 편지 쓰는 맛은 덜한 것 같다. 글씨가 좀 지저분하긴 해도 역시 편지는 펜으로 노트에 쓰는게 제맛이잖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기 전까지는 다시 편지를 쓰지 않게 될 줄 알았다. 특별히 새로운 나라에 가게 될 것 같지 않았거든. 여기는 예멘. 예멘도 예전에 다 둘러본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서 예멘에서 다시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 더보기
예멘종료 그림같은 바다, 비르알리에 아픈 마사와 함께 4일을 머물렀지만, 슬슬 사나아로 돌아가야할 때가 되었다. 마사는 좀 더 있고 싶은 듯 하루만 더 있다가 가면 안되느냐고 했지만, 너, 여기가, 너랑 안맞는지도 몰라, 그래서 아픈지도 모르는거야, 그러니까 가자, 나랑 같이 사나아로 가자, 하고, 데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마사는 아쉬운 듯, 머뭇거렸지만, 에잇 그래, 가자, 하고는 따라 나섰다. 비르알리를 떠나자, 거짓말처럼 마사는 나았다. 아덴을 거쳐 사나아로 돌아오는 동안, 아주 건강했다. 아덴에서 사나아로 돌아오는 버스가, 사나아를 한시간 반 남겨놓고 고장이 났다. 기사가 길 옆에 버스를 세우더니, 승객들더러 모두 내리라고 했다. 우왕좌왕 사람들이 허둥대며 다 내렸다. 나도 내려서 뭔일인가 보니, 버스 .. 더보기
비르알리, 간병기 비르알리. 가이드북에도 잘 나와있지 않은 곳이다. 정말 손바닥만한 마을이고, 마을에서 5킬로쯤 떨어진 곳에, 말이 호텔이지, 바닷가에 헛간 몇개가 있을 뿐인 호텔이 있다. 정말, 정말 조용한 비치였다. 실물을 보는건지. 그림을 보는건지. 분간이 안갈 정도의 색을 가진 바다. 하얀 모래. 헛 참, 하며 비웃음 아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기가막힌 풍경이었다. 뭐 저런게 다 있나. 흥정 후 방을 잡고 본격적으로 쉴 작정을 했지만, 그 날부터 마사는 아프기 시작했다. 이상한 징크스다. 누군가랑 같이 여행을 하면, 같이 있는 사람이 한번씩은 앓는다. 인도에서도 그랬고, 파키스탄에서도, 아프간에서도, 이번에 상민이도 한번 아팠고. 그런데 마사가 또 아픈거다. 그 전날부터 몸이 좀 무겁네 하더니, 비르알리에 도착하고.. 더보기
아덴 그리고 그날부터 한국어 강좌가 시작되었다. 마사가 자극을 많이 받은 모양이야. 둘이 같이 다니면,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우리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오고, 하나는 한국, 하나는 일본이다 그러면, 니들 같은 언어쓰느냐고 물어온다. 그게 아니라 내가 일본말을 하는 거라고, 아랍어나 영어로, 내가 설명을 하지. 자기가 나보다 잘하는 말이 자기네 국어인 일본말밖에 없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았나봐. 자기도 한국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길래, 그럼 나랑 같이 있는 동안 공부해 볼래? 했더니, 해 보겠다더군. 글자부터 가르쳤다. 글자를 알아야 정확한 한국어 발음이 되니까. 카타카나로 발음 적지 말라고 했다. 너, 머리 속에서 카타카나를 지우지 않으면, 한국어 뿐 아니라 어떤 언어도 발음은 제대로 할 수 없게 .. 더보기
지블라 편지는 아직, 반도 채 못쓴거 가은데, 나는 벌써, 에멘을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와 있다. 즐겁게 여행 잘 하고, 이제 인도로 가려는데, 이 찢어질 것 같은 마음은 뭔지. 많은 것을 남겨 놓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뭔가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가는 듯한 느낌이다. 다시 오겠지, 다시 오겠지. 하지만 역시 다시 갈거라고 계획했던 인도도 4년이 훨씬 넘게 지나서야 다시 가는데, 정말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래도 정말 다시 가긴 하니, 여기도 다시 오긴 하겠지. 타이즈에서의 첫날에 타이즈를 만끽한 후, 다음날은 지블라로 갔다. 옛 집들이 많이 남아 있는 역사의 마을이다. 가는 길은 험했다. 산을 오르던 길만큼이나 꼬불꼬불했고, 가드레일도 없는 산길을, 합승택시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다. 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