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해 놓고(죽을 것 같이 피곤해도 빨래는 해야하는 신세),
인터넷도 쓰고(공짜로 쓰게 되어 있는 인터넷은 오래 쓰지 못하게 하려고, 서서 쓰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픈 다리, 허리 달래가며 한시간 넘게 썼다) 산책을 나갔다.
허리 아프게 돌아다닐 때는 이 빌어먹을 나라가 그렇게 싫더니, 까르푸에서 장을 보고,
근처 식당에서 국수 한그릇 먹고 나니, 갑자기 너무너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쩜 이렇게 모든 야채, 과일, 음식들이 싸고 맛있는지. 중국은 정말 여행할만한 나라다.
장보고, 저녁 먹고 들어와서는, 호텔 뒤의 광장으로 나가봤다. 아홉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건만,
날은 어두워질 줄 모르고, 아직 훤한데 벌서 자기도 뭣해서, 산책이나 가기로 했던 거다.
마침 무슨 행사가 있는지, 무대가차려져 있고, 무대위의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동안,
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웃고, 박수치고, 즐기고 있더라.
우루무치 또한 중국이니 이 광장도 엄청나게 넓어 호수도 만들어져 잇고, 9시가 넘어 선선해지니,
동네 아줌마들로 보이는 그룹이 광장 한켠에서 줄지어 서서는 댄스연습을 하는데, 재밌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한 아줌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박자도 안맞고, 순서도 틀리면서, 가장 신나게 춤을 추더라고.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 보드나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도 보호대를 착용하고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게, 요즘 중국의 생활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겠더군. 열시가 넘을 때까지
해가 지기 전의 광장은 사람 구경하기 딱 좋더라.
그리고 다음날, 카슈가르로 가는 기차를 탔다. 우루무치로 갈 때보다는 쌌지만, 24시간 이동하는 데에
5만원을 내야했다. 그리고, 그 24시간 동안 나는 중국이 더 좋아져 버렸다. 역시 어느 나라에서든
부자들은 재수가 없다. 빈부차가 큰 나라일수록 그재수없음은 정도가 더해진다. 처음 탔던 기차는
가장 비싼 등급이었으니 부자들만 탔었다. 그러다보니 별 이야기도 안하게되고, 정도안들더니,
그래도 중간 등급의 기차를 타니 중산층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훨씬 좋았다.
그리고 중국 본토사람인 한족들 뿐 아니라 소수민족인 위구르, 키르기즈, 카작족들도 만날 수 있어,
나는 벌써 중앙아시아에 가까워 온 듯했다. 음식도 나눠 먹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여행중 에 있어
당연한 일들인데, 중국 들어오곤 처음이었다. 중국 여행에서의 매력인, 필담도 즐겼다.
내 한자가 그래도 영 엉망인 건 아니더라고.
카쉬에 도착하고, 이번엔 찾던 호텔을 쉽게 찾았다. 예전에 러시아 대사관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이 호텔은, 사실은 별이 세개나 붙어 있는 호텔이었다. 이런델 내가 어떻게 왔나 싶겠지만,
모든 방이 다 비싼게 아니고, 허름한 도미토리 방도 있어 3000원에 묵을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카쉬에 도착하자 나를 기쁘게 하는 사실이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월목에 있는 줄 알았던,
키르기스탄으로 국경을 넘는 버스가, 금요일에 있다는 거였다. 내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건지, 그 사이 요일이 바뀐 건지 알 수 없지만, 안되면 혼자서 택시를 타고라도 넘으려고 했던 내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비싸긴했다. 멀지도 않은 거리를 이틀달리는 버스가 65불.
어지간한 나라에서의 일주일치 경비가 날아가긴 했지만, 지금처럼 시간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는,
그래도 반가웠다.
08/04/2008 05:3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