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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스테파니 델리에서 푸리로 가는, 미친 여행길의 동행자였다. 2박3일, 30시간이 넘는 여정을 선택한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으리라고는, 서로 생각지 못했기에 반가웠다. 스테파니는 푸리에 익숙한 날 따라 산타나롯지에 묵었다. 너 어디서 왔니? 음.... 미국. 스테파니는 좀 생각한 후에 말했다. 그런 스테파니는 현지인들이 물어오면 자기는 캐나다인이라고 답했다. 나인 일레븐 이후로 미국여행자는 팍 줄고 대신 캐나다와 호주 여행자들이 팍 늘었다는 건, 여기서 온다. 나는 미국인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다. 스테파니는 키가 아주 크고 씩씩한 아이였다. 22살.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갖고 있었고, 외국인 여행자들은 남자들도 꺼리는 현지 이발소에서 머릴 잘랐다. 스테파니는 많이 웃었다. 싼 티켓이 없어, 첸나이까지 비싼 티켓으.. 더보기
역시 인도는 멋진 곳이다. 푸리는, 4년만에 다시 간 푸리는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그대로였으면,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내 욕심이지. 길도 많이 깨끗해지고, 새로운 건물도 제법 많이 들어서 있었다.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대로였다. 길가의 개나 돼지들, 시끄러운 까마귀들, 밤이면 극성인 모기, 해변의 높은 파도나 강한 바람, 모두가 잠든 밤이면 희미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 그것 만으로도 푸리는 충분히 푸리였다. 내 기억속의 푸리를 다시 느끼기에 충분했다. 푸리는 이번 여행 1단계의 마지막 포인트였다. 푸리에서 시작된 일이니, 푸리에서 다 정리하자고 생각했었다. 처음 만나서, 몇번이나 같이 온 곳이 푸리였고, 마지막에 신세 많이 진 곳도 푸리였다. 그는 죽기 전에 인도에 가자고 했었다. 푸.. 더보기
또다시 푸리 그리고 델리. 마지막에 무너졌던 기억이 너무 아파서, 가능하면 가지 않으려고 했던 곳이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가는게 어려운게 아니라 안가고 지나치기가 어려운 곳이지. 한낮에 도착해서, 너무나도 익숙한 거리를 걷자니 삐끼가 들러 붙었다. 인도다운 모습이지. 좋은 호텔 소개해 주겠단다. 내가 대답을 하건 말건 계속 떠든다. 막 오픈해서 아주 좋은 방이 300루피 only!란다. 나 돈 없다고, 나는 100루피짜리 갈거라고 했더니, 자기가 디스카운트를 해 주겠단다. 자기가 가격을 말할테니까 예스인지 노인지를 말하란다. 150루피! 그러길래 가볍게 노, 라고 해줬다. 알았다고 가더니, 좀 가다가는 다시 돌아온다. 힘들지만 100에 해 줄게, 라며. 그래서 아주 쉽게 방을 구했다. 이런게 인도의 편한 점이지... 더보기
해피 홀리 푸리를 떠나 왔다. 이대로 인도의 다른 곳으로 가도 좋았지만, 왠지, 인도를 잠시 떠나고 싶었다. 그를 보내는 여행이 끝나고,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뭔가 하나의 매듭을 지어야할 것 같아서. 그래서 지금은 푸리를 떠나, 첸나이라는 곳으로 가는 기차 안이다. 첸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리랑카로 건너 갔다 올 생각이다. 델리에서 푸리까지의 기차는 길었다. 미친거지. 바라나시에서 반대방향인 델리로 가서, 거기서 다시, 바라나시를 거쳐 푸리로 가는 긴 기차를 탔으니. 친구들 만나느라 어쩔 수 없었다. 바라나시에서 만난 친구를 다시 만나고, 아그라에서 만나기를 실패한 친구를 결국 만났다. 왔다갔다 하느라 기차에 좀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짐도 보내고, 이것저것 얻기도 많이 했다. 수확이 많았지. .. 더보기
또다시 푸리 2년만에 다시 왔다. 인도에 올 때마다 늘 들르는 곳이지만 이번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줄 알아 포기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5일간 머무르기 위해 기차에서 왕복 4박을 해야하지만.. 그래도 푸리에서의 시간은 평화로와 좋다. 여전히 파도가 높고, 여전히 바람이 분다. 만화책과 월드컵으로 시간이 잘도 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