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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PEOPLES on the ROAD)

스테파니

 델리에서 푸리로 가는, 미친 여행길의 동행자였다.
2박3일, 30시간이 넘는 여정을 선택한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으리라고는, 서로 생각지 못했기에 반가웠다.
스테파니는 푸리에 익숙한 날 따라 산타나롯지에 묵었다.

너 어디서 왔니? 음.... 미국.
스테파니는 좀 생각한 후에 말했다.
그런 스테파니는 현지인들이 물어오면 자기는 캐나다인이라고 답했다.
나인 일레븐 이후로 미국여행자는 팍 줄고
대신 캐나다와 호주 여행자들이 팍 늘었다는 건, 여기서 온다.
나는 미국인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다.

스테파니는 키가 아주 크고 씩씩한 아이였다. 22살.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갖고 있었고,
외국인 여행자들은 남자들도 꺼리는 현지 이발소에서 머릴 잘랐다.

스테파니는 많이 웃었다.
싼 티켓이 없어, 첸나이까지 비싼 티켓으로 가게 된 스테파니에게 내가 말했다.
너, A/C 클라스를 타면 어떤지 아니?
아침이면 짜이짜이짜이!! 하고 외치며 짜이를 파는 사람들은 안오고,
조용하게 클래식 음악이 흐르면서, 마담, tea or coffee ? 한다.
그랬더니 스테파니는 몇번이나 내 말을 흉내내면서 웃었다.

내 짧은 영어가 미국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