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브존 일기 9 - 귀경
무사히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장장 열일곱시간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그렇다, 버스를 타고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서까지는 모험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내가 미쳤구나. 물론, 예전의 여행들을 생각한다면 열일곱시간짜리 버스 한번 타는게 무슨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최근의 나는 편한 것들에만 너무 익숙해져 왔다. 그래, 가끔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 12월 시리아에서 돌아오던 때의 열 네시간 이후로 처음 탄 장거리 버스잖은가. 아니구나, 2월 체코에서 바르샤바를 거쳐 빌니우스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던 길도, 언니가 죽은 줄 알았다 싶게 힘들고 긴 길이긴 했다. 아무튼, 다음의 여행을 생각하면, 나는 이런 연습을 가끔씩 해 둘 필요가 있다. 1년동안 벼르기만 하다 온 트라브존. 그동안 본 영화가 몇 편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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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브존 일기 7, 8 - 리제
4월 19일, 4.19다. 그래, 이런 것들도 잊고 산지 이미 오래다. 한국을 떠나 살면서 마음까지도 다 가지고 나와서 살고 있는 거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샌가 난 그렇게 되어 있었다. 딱 두 캔만, 이라고 생각하고 마신 맥주가 끝나버리자, 어중간하게 마셔서 그런지 머리 속이 너무 복잡해졌고, 결국 벌떡 일어나서 사러 나가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어제 둘이서 마신 맥주가 열 캔. 미쳤지. 잘도 마셨지. 그래도 어젯밤엔 재밌었다. 일주일이나 같이 지내면서도 필요한 말 외엔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과,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내 이야기도 많이 했고, 저 친구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오랜만에 웃기도 하고, 그렇게 맥주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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