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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아덴 그리고 그날부터 한국어 강좌가 시작되었다. 마사가 자극을 많이 받은 모양이야. 둘이 같이 다니면,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우리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오고, 하나는 한국, 하나는 일본이다 그러면, 니들 같은 언어쓰느냐고 물어온다. 그게 아니라 내가 일본말을 하는 거라고, 아랍어나 영어로, 내가 설명을 하지. 자기가 나보다 잘하는 말이 자기네 국어인 일본말밖에 없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았나봐. 자기도 한국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길래, 그럼 나랑 같이 있는 동안 공부해 볼래? 했더니, 해 보겠다더군. 글자부터 가르쳤다. 글자를 알아야 정확한 한국어 발음이 되니까. 카타카나로 발음 적지 말라고 했다. 너, 머리 속에서 카타카나를 지우지 않으면, 한국어 뿐 아니라 어떤 언어도 발음은 제대로 할 수 없게 .. 더보기
지블라 편지는 아직, 반도 채 못쓴거 가은데, 나는 벌써, 에멘을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와 있다. 즐겁게 여행 잘 하고, 이제 인도로 가려는데, 이 찢어질 것 같은 마음은 뭔지. 많은 것을 남겨 놓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뭔가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가는 듯한 느낌이다. 다시 오겠지, 다시 오겠지. 하지만 역시 다시 갈거라고 계획했던 인도도 4년이 훨씬 넘게 지나서야 다시 가는데, 정말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래도 정말 다시 가긴 하니, 여기도 다시 오긴 하겠지. 타이즈에서의 첫날에 타이즈를 만끽한 후, 다음날은 지블라로 갔다. 옛 집들이 많이 남아 있는 역사의 마을이다. 가는 길은 험했다. 산을 오르던 길만큼이나 꼬불꼬불했고, 가드레일도 없는 산길을, 합승택시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다. 내 .. 더보기
그곳에 살고 싶다 타이즈는, 그냥 거쳐만 가려던 도시였다. 예멘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니, 그냥 큰 도시겠지, 라고만 생각했했거든. 실로 크긴 했다. 터키의 부르사처럼, 거대한 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만들어진 도시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호텔을 찾아 나서기 전, 쥬스부터 마셨다. 예멘은 어느 도시엘 가든, 신선한 과일쥬스가 싸고 맛있거든. 망고를 갈아 만든 쥬스가 300원, 메론 250원 이런 식이다. 쥬스를 마시고 좀 쉬다가는 일본친구가 들고 있는 가이드북 복사본의 지도만 가지고 호텔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찾던, 싼 숙소를 찾는데, 꼬박 두시간이 걸렸다.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건. 꼬불꼬불 산길이라, 지도에 표시된 길은, 전혀 참조가 되지 않는 거였.. 더보기
모카커피는 없다 코하에서 모카까지 해변을 연결하는 길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 길을 달리는 대중교통은 없다. 4륜구동 지프를 빌려타고 멋지게 가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비싸고, 가고 싶긴 하고 해서, 오토바이를 섭외했다. 두시간 걸리는 길에, 내 가방은 운전자 앞에 놓고, 아저씨가 맨 앞에 앉고, 그 뒤에 내가 타고, 맨 뒤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일본친구가 앉았다. 모카를 향해 출발하기 전, 코하의 폴리스에 들러 신고를 하고, 그나마, 바람이 좀 덜 부는 이른 아침에 출발하긴 했지만, 출발부터 오토바이는 불안했다. 기사도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듯, 지나가는 오토바이 기사를 볼 때마다, 대신 가주지 않겠느냐고 부탁하는 듯했지만, 아무도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오토바이는 그냥 출발했지만, 불안하기.. 더보기
홍해의 해변, 코하 다음 날은 길을 떠났다. 예멘의 홍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모카에 들를 작정이었다. 그 유명한 모카커피로 유명한 모카는 꼭 들러보고 싶었거든. 별로 멀지 않은 거리니, 천천히 일어나, 미니버스를 갈아타고 갈 작정이었는데, 같이 있는 일본친구가 모카보다 앞에 있는 코하에 먼저 가지 않겠느냔다. 홍해에서 해변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뭐, 그러자고 했다. 엄청난 모래먼지를 맞으며, 미니버스와 트럭을 갈아타고, 코하까지 갔다. 정말 작은 시골동네였다. 호텔을 찾으니 마을에서 7킬로 떨어진 해변으로 가야 한단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들어 우리를 둘러싸고, 여기다, 저기다, 오토바이택시를 타야한다, 하며 왁자지껄 목소리들을 높이길래, 그들로부터 우선 벗어나 걷기 시작하자, 한 사람이 우리를 계속 따라오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