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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첫번째 관문 통과 버스가 출발하고 내겐 어떤 제재도 가해지지 않은채 길을 달려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걱정했던 만큼 멀미는 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리라고 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만약 나를 태웠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이 버스회사는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거든. 나는 경찰에 걸리는 순간 내려서 사나아로 다시 되돌려보내질거고. 그래도 테러리스트들한테 걸려 납치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그 구간이 외국인에게 금지된 이유가 그거거든. 그 길에 있는 마리브라는 도시 근처에서 몇 번이나 외국인 납치사건이 났기 때문이거든. 그래서 그 길은 외국인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는 거야. 다시 생각해도 터키아저씨들 정말 고맙다. 흔들흔들 달리던 버스는 드디어 첫 번째 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 다른 구간에서와는 달리 이 구간의 길에서.. 더보기
사윤으로 사윤은 예멘의 북동부에 있는 도시다. 사윤 자체보다도 내가 내일 구경하러 가게 될 시밤이라는 오래된 도시 때문에 거쳐갈 수 밖에 없는 곳이지. 그리고 나로선 이 다음에 갈 나라인 오만으로 가는 거점 도시가 되기도 하니까 지나칠 수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꼭 사윤엘 와야겠는데 어떤 버스회사에서도 버스티켓을 안파는 거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인에게는 팔지 않는 거다. 사윤 뿐 아니라 사윤의 바로 남쪽에 있는 무칼라까지의 티켓도 안판다. 위험하다며 꼭 가려거든 비행기를 타고 가라는 거지. 비행기 값은 80달러. 요즘 환율로 치면 12만원이다. 두바이에서 터키로 가는 비행기를 싸게 17만원 정도에 인터넷으로 샀다고 좋아했더니 엉뚱하게도 국내선에서 큰 돈이 깨지게 된거지. 게다가 새벽 비행기라 공항까.. 더보기
또다시 모험의 시작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의 여행이 끝난 후 참 오랜만에 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루지아를 떠난 이후로 이제까지는 이스라엘에 4박 5일 다녀온 것 외에는 줄곧 예전에 다 돌아본 나라들에 있었거든. 4개월이나 익숙한 나라들만 돌아다니니 그만큼 편하긴 했지만 신선한 맛은 떨어져 사실 좀 지루하더군. 이제는 좀 편해졌다. 컴퓨터로 쓰고 있으니. 손은 좀 편해졌지만 그만큼 편지 쓰는 맛은 덜한 것 같다. 글씨가 좀 지저분하긴 해도 역시 편지는 펜으로 노트에 쓰는게 제맛이잖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기 전까지는 다시 편지를 쓰지 않게 될 줄 알았다. 특별히 새로운 나라에 가게 될 것 같지 않았거든. 여기는 예멘. 예멘도 예전에 다 둘러본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서 예멘에서 다시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 더보기
예멘종료 그림같은 바다, 비르알리에 아픈 마사와 함께 4일을 머물렀지만, 슬슬 사나아로 돌아가야할 때가 되었다. 마사는 좀 더 있고 싶은 듯 하루만 더 있다가 가면 안되느냐고 했지만, 너, 여기가, 너랑 안맞는지도 몰라, 그래서 아픈지도 모르는거야, 그러니까 가자, 나랑 같이 사나아로 가자, 하고, 데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마사는 아쉬운 듯, 머뭇거렸지만, 에잇 그래, 가자, 하고는 따라 나섰다. 비르알리를 떠나자, 거짓말처럼 마사는 나았다. 아덴을 거쳐 사나아로 돌아오는 동안, 아주 건강했다. 아덴에서 사나아로 돌아오는 버스가, 사나아를 한시간 반 남겨놓고 고장이 났다. 기사가 길 옆에 버스를 세우더니, 승객들더러 모두 내리라고 했다. 우왕좌왕 사람들이 허둥대며 다 내렸다. 나도 내려서 뭔일인가 보니, 버스 .. 더보기
비르알리, 간병기 비르알리. 가이드북에도 잘 나와있지 않은 곳이다. 정말 손바닥만한 마을이고, 마을에서 5킬로쯤 떨어진 곳에, 말이 호텔이지, 바닷가에 헛간 몇개가 있을 뿐인 호텔이 있다. 정말, 정말 조용한 비치였다. 실물을 보는건지. 그림을 보는건지. 분간이 안갈 정도의 색을 가진 바다. 하얀 모래. 헛 참, 하며 비웃음 아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기가막힌 풍경이었다. 뭐 저런게 다 있나. 흥정 후 방을 잡고 본격적으로 쉴 작정을 했지만, 그 날부터 마사는 아프기 시작했다. 이상한 징크스다. 누군가랑 같이 여행을 하면, 같이 있는 사람이 한번씩은 앓는다. 인도에서도 그랬고, 파키스탄에서도, 아프간에서도, 이번에 상민이도 한번 아팠고. 그런데 마사가 또 아픈거다. 그 전날부터 몸이 좀 무겁네 하더니, 비르알리에 도착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