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타고 오쉬로
드디어 나는, 세상의 지붕, 파미르에 섰다. 죽지 않고 살아, 파미르고원 속의 마을 무르갑에 있다. 똥 누다가 졸도하지 않을까 잠시 걱정도 했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차이 마시며 앉아 있다. 물론 비쉬켁을 떠나 오쉬를 거쳐 이곳 무르갑에 도착하기까지의 지난 3박일간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비쉬켁에서 이틀간 쉬며 체력을 회복한 후, 나는 저녁에 출발한다는 오쉬행 버스를 타러 갔다. 오쉬행 버스가 출발한다는 오쉬바자르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탈 것 복은 참으로 없는 편이다. 좌석이 없어 웃돈 주고 기차표를 사지 않나, 버스를 못찾아 늘 비싼 택시를 타지 않나, 가는 길마다 펑크, 고장. 이번에도 버스를 못찾아, 그 대신 소형 트럭을 탔다. 앞에 두 줄만 좌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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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기스런 호텔에서
키르기스탄의 대부분의 주택이 그렇듯, 넓은 정원에 몇개인가 작은 건물이 서 있고, 담은 전부 담쟁이덩쿨 같은 풀로 덮여 있다. 마당 한켠엔, 풀로된 동굴 같은 것도 있다.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뒷뜰의 굴 같은. 비록 나무 밑둥은 아니었지만, 만화같은 굴이 있길래 뭐가 나올까 싶어 빠져 나가보니 별건 없었다. 또 다른 뒷뜰이 나왔을 뿐. 그리고 내가 묵게 된 방이 있는 건물은 여행자들의 숙소라기 보다는 옛 귀족의 별장같은느낌이 강했다. 침대 하나에 작은 화장대가 있던 구석의 내 방은, 귀족의 하녀가 묵을 듯한 방이었고. 그리고 다른 방들은 방이라기보다 응접실 같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잘 꾸며진 방이었다. 몰래 살짝 들여다보니, 가구에, 그림에, 장난아니더군. 으시시한 건, 커텐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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