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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쉬

가장 높은 국경 다시 차가 출발하고 아이는 더 심하게 토했다. 당연한 일이다. 먹었으니 나올게 있는거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더 심한 고통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 아이가, 아니 그 아이의 엄마인지 할머니인지 모를 아줌마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는 거다. 내 옆에 앉은 그 여자는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까지 둘을 데리고 탔다. 어린 아이는 자기 무릎에 앉히고, 큰 아이는 그냥 내버려 두는 거다. 처음엔 그 아이가 다른 집 아이인 줄 알았다. 아무데나 가서 사이에 끼어들어 앉고, 이 곳 저 곳, 그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기대서는 토하고, 하는데도 나는 그 아이가 뉘집 아이인 줄 몰랐으니. 잠시 섰다가 다시 타니, 내 자리가 더 좁아져 있다. 자기 옆에 그 아이를 앉힌 거다. 자리는 늘어나지 않으니,.. 더보기
파미르로, 무르갑으로. 다음날은 그 친구도 떠나고, 나도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7월 19일. 내 타직비자가 20일에 시작되니까, 19일 저녁에 출발하는 차를 타면 자정을 넘기고서야 타직 국경을 넘게 되어 있었다. 우즈벡에서 투르크멘을 비롯한 비자들을 받는게 꽤나 시간이 걸릴 듯하여, 나는 하루라도 빨리 우즈벡으로 국경을 넘고 싶어 서두르고 있었다. 파미르고원의 무르갑. 지금 와 있는 이곳으로 향하는 합승차들이 출발하는 정류장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다. 미니버스를 타고 내려 또 한참을 걸어 찾아가 보니, 그날 저녁 7시나 8시쯤 출발한다는 거다. 무르갑행 차는 1주일에 두 번 정도, 부정기적으로 사람이 모이면 출발하거든. 그런데 내가 간 바로 그 날 있다는 건, 지나치게 운이 좋은 거였다. 반신반의하며, 온 길 다시 돌아가 짐.. 더보기
반가운 친구를 만나다 그러다가 깜빡 잠들었다 깨보니, 날은 밝고, 기사가 졸리는지 호숫가에 차를 대놓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나도 내려 기지개를 켜고, 사진도 찍었다. 다행히 별일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고도 우리 차는 아침을 먹고 또 한참 쉬다가, 오쉬까지 가는 길에 온갖 마을에 다 들러 짐칸의 짐들을 배달하며 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마을에 티코가 그렇게 많은 거다. 택시는 거의 다 티코였고. 도대체 몇 대나 되나 싶어 헤어 봤다. 스무대를 헤아리는데 그중 12대가 티코더라. 네 대 중 한대가 아니라 세 대가 티코인거지. 나머지 한 대는 마티즈였고. 알고보니 우즈베키스탄에 대우자동차 공장이 있다는군. 그래서 티코를 비롯한 대우차가 많은 거겠지. 암튼 그 날은 내 생애 가장 많은 티코를, 하루동안 본 날이었다... 더보기
벤츠 타고 오쉬로 드디어 나는, 세상의 지붕, 파미르에 섰다. 죽지 않고 살아, 파미르고원 속의 마을 무르갑에 있다. 똥 누다가 졸도하지 않을까 잠시 걱정도 했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차이 마시며 앉아 있다. 물론 비쉬켁을 떠나 오쉬를 거쳐 이곳 무르갑에 도착하기까지의 지난 3박일간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비쉬켁에서 이틀간 쉬며 체력을 회복한 후, 나는 저녁에 출발한다는 오쉬행 버스를 타러 갔다. 오쉬행 버스가 출발한다는 오쉬바자르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탈 것 복은 참으로 없는 편이다. 좌석이 없어 웃돈 주고 기차표를 사지 않나, 버스를 못찾아 늘 비싼 택시를 타지 않나, 가는 길마다 펑크, 고장. 이번에도 버스를 못찾아, 그 대신 소형 트럭을 탔다. 앞에 두 줄만 좌석이.. 더보기
괴기스런 호텔에서 키르기스탄의 대부분의 주택이 그렇듯, 넓은 정원에 몇개인가 작은 건물이 서 있고, 담은 전부 담쟁이덩쿨 같은 풀로 덮여 있다. 마당 한켠엔, 풀로된 동굴 같은 것도 있다.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뒷뜰의 굴 같은. 비록 나무 밑둥은 아니었지만, 만화같은 굴이 있길래 뭐가 나올까 싶어 빠져 나가보니 별건 없었다. 또 다른 뒷뜰이 나왔을 뿐. 그리고 내가 묵게 된 방이 있는 건물은 여행자들의 숙소라기 보다는 옛 귀족의 별장같은느낌이 강했다. 침대 하나에 작은 화장대가 있던 구석의 내 방은, 귀족의 하녀가 묵을 듯한 방이었고. 그리고 다른 방들은 방이라기보다 응접실 같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잘 꾸며진 방이었다. 몰래 살짝 들여다보니, 가구에, 그림에, 장난아니더군. 으시시한 건, 커텐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