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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시밤으로 가다 사윤이라는 곳에서 잠깐 시밤만 구경하고 오만으로 넘어갈 줄 알았던 정류소같은 이 마을에서 5박이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3박만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또 버스가 내 발목을 잡았다. 떠나려고 맘 먹었던 날의 오만 살랄라 행 버스는 꽉 찼단다.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없는 버스라 다음 버스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간 두바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날짜에 맞추기가 아슬아슬해지거든. 그래서 어제는 버스문제 해결하느라 하루종일 땀 삐질삐질 흘리며 걸어다니고 또 녹초가 되었다. 어떻게든 길이 보이긴 해서 다행이지만. 하마터면 여기서 다섯시간 걸리는 무칼라까지 가서 다시 국제버스를 탈 뻔했다. 정말 어젠 깜깜하더라. 그냥 돈만 내면 사는 것이 버스표인줄 알았더니 이리 가라 저리가라 여긴 꽉 찼으니 다른 회사 가봐라.. 더보기
두려움을 넘어 외로움을 넘어 두 번째 휴게소에 도착해서도 내리라고 같이 밥 먹자고 하는걸 사양했더니 버스로 돌아오면서 큰 소리로 날 부르며 차이를 갖다 주시더라. 조낸 뜨거웠다. 차이도 뜨겁고 날도 뜨겁고 게다가 나는 베일로 얼굴을 다 가린채였고. 하는 수 없이 나도 현지인 여자들처럼 베일 속으로 차이를 가져다 홀짝홀짝 마셨다. 마시니까 또 마셔지더군. 그렇게 차 한잔 다 마시고 나니까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긴 했지만. 그 후로도 몇 번인가 군인이 올라탔다가 내리고 이삼십 킬로미터마다 하나씩 검문소를 지나쳤지만 나는 태연한척 하고 있었다. 내 바로 옆에 군인이 앉아서 가기도 했지만 다행히 내게 말을 걸진 않았다. 일곱시간이면 도착한다던 사윤까지 결국 열한시간이 걸렸다. 위험한 구간은 지나간 듯 검문소도 뜸해지고 사람들도 도중의 .. 더보기
첫번째 관문 통과 버스가 출발하고 내겐 어떤 제재도 가해지지 않은채 길을 달려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걱정했던 만큼 멀미는 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리라고 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만약 나를 태웠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이 버스회사는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거든. 나는 경찰에 걸리는 순간 내려서 사나아로 다시 되돌려보내질거고. 그래도 테러리스트들한테 걸려 납치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그 구간이 외국인에게 금지된 이유가 그거거든. 그 길에 있는 마리브라는 도시 근처에서 몇 번이나 외국인 납치사건이 났기 때문이거든. 그래서 그 길은 외국인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는 거야. 다시 생각해도 터키아저씨들 정말 고맙다. 흔들흔들 달리던 버스는 드디어 첫 번째 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 다른 구간에서와는 달리 이 구간의 길에서.. 더보기
사윤으로 사윤은 예멘의 북동부에 있는 도시다. 사윤 자체보다도 내가 내일 구경하러 가게 될 시밤이라는 오래된 도시 때문에 거쳐갈 수 밖에 없는 곳이지. 그리고 나로선 이 다음에 갈 나라인 오만으로 가는 거점 도시가 되기도 하니까 지나칠 수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꼭 사윤엘 와야겠는데 어떤 버스회사에서도 버스티켓을 안파는 거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인에게는 팔지 않는 거다. 사윤 뿐 아니라 사윤의 바로 남쪽에 있는 무칼라까지의 티켓도 안판다. 위험하다며 꼭 가려거든 비행기를 타고 가라는 거지. 비행기 값은 80달러. 요즘 환율로 치면 12만원이다. 두바이에서 터키로 가는 비행기를 싸게 17만원 정도에 인터넷으로 샀다고 좋아했더니 엉뚱하게도 국내선에서 큰 돈이 깨지게 된거지. 게다가 새벽 비행기라 공항까.. 더보기
또다시 모험의 시작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의 여행이 끝난 후 참 오랜만에 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루지아를 떠난 이후로 이제까지는 이스라엘에 4박 5일 다녀온 것 외에는 줄곧 예전에 다 돌아본 나라들에 있었거든. 4개월이나 익숙한 나라들만 돌아다니니 그만큼 편하긴 했지만 신선한 맛은 떨어져 사실 좀 지루하더군. 이제는 좀 편해졌다. 컴퓨터로 쓰고 있으니. 손은 좀 편해졌지만 그만큼 편지 쓰는 맛은 덜한 것 같다. 글씨가 좀 지저분하긴 해도 역시 편지는 펜으로 노트에 쓰는게 제맛이잖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기 전까지는 다시 편지를 쓰지 않게 될 줄 알았다. 특별히 새로운 나라에 가게 될 것 같지 않았거든. 여기는 예멘. 예멘도 예전에 다 둘러본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서 예멘에서 다시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