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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르노 카라바흐와 타테브로의 여행 카라바흐로 가면서 내가 보고싶었던 것은 '우리들의 산'이라는 제목의 조각상 뿐이었다. 그런 나라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구경거리가 뭐가 있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었고, 가이드북을 보다가 어느 사진을 보고, 어! 한거다. 일본친구의 홈페이지 대표사진에 걸려있던 사진이 거기에 있는거다. 남미의 어디쯤이리라 생각했던 것이 나고르노 카라바흐였던거지. 그 상은 마을의 북쪽에 산과 주민들의 조화를 상징하며 1963년에 세워진 거고, 독립 후에는 국가의 상징이 되어, 비자에도 장식되어 있다. 모든 여행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관광포인트로 가장 유명한 조형물이고, 그 외에는 폐허가 된 마을을 구경하러 다니는 거다. 최근까지도 사람들이 잔뜩 살고 있던 마을이, 94년 전쟁이 끝난 이후로 거기 살던 무슬림들은 모두 아.. 더보기
아르메니아에서 3주 아르메니아 3주째. 그 추운 기차를 타고, 비싼 비자피를 내고, 국경을 넘을 때까지만 해도, 이 나라에 이렇게 오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그저 예레반 주변의 수도원 몇군데 구경하고, 나고르노 카라바흐 구경하면, 열흘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지. 뭐가 날 이렇게 오래 머무르게 했냐고? 사람들 때문이지 뭐.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땐 한국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또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 사람들에, 한국어에, 나는 또 반가워 어쩔 줄을 몰랐다. 일본 사람에 정이 떨어진 상태라 그 반가움은 더했다. 그 사람들이랑 같이 이곳저곳 부지런히 다니며 예레반 주변을 구경했고, 밥도 해 먹고, 즐겁게 다니느라 시간 가는 것도 몰랐지. 추석엔 닭백숙도 해먹고, 나무로 윷을 깎아 윷놀이도 했다. 일본아이들도 끼워서 했더니 아주 .. 더보기
서울의 코리아, 평양의 코리아 나고르노 카라바흐 공화국.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나라다. 공화국이긴 하지만, 이 나라를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세상에서 단 하나, 아르메니아 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 나라를 아르메니아 혹은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아제르바이잔에 속해 있었지만, 90년대 초반 전쟁 후 지금은 아르메니아령이거든. 주민들도 모두 아르메니아계 사람들이고. 전쟁 후 여기 살던 아제리계 사람들은 아제르바이잔으로 떠나버려, 폐허가 된 마을도 많이 남아 있다. 이 땅 차지하려고 전쟁한다는 비난을 듣기 싫으니, 아르메니아는 여기를 독립국가라고 인정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 ,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전쟁의 원인이자, 아직도 아제리 사람들의 반아르메니아 감정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는 곳. 고르노 카라바흐 .. 더보기
아제르바이잔을 떠나다 형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옆집 아줌마가 놀러왔다. 여기 아줌마들도 세상 어느나라의 아줌마들과 마찬가지로 생기발랄하고 유쾌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감기에, 목에다 손수건을 감고 있는 내게, 옆집 아줌마는 약이라며 작은 유리컵에 누르스름한 액체를 담아 왔다. 마시란다. 과일 달인 물인가 하고 냄새를 맡았더니, 알콜이 코를 확 찌른다. 과실주인 모양이었다. 살짝 맛을 보니, 엄청나게 독한 술이다. 입안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찔끔찔끔 마시지 말고, 완샷 하란다. 이거 마시고 혹시 기절하면, 뒷일은 부탁한다고 코지에게 말해놓고, 쭈욱 들이켰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위장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이 났다. 아까 먹은 음식들이 높은 도수의 알콜에 끓어오르는 듯했다. 다행히 기절은 하지 않.. 더보기
카프카스, 아제르바이잔 밖으로 나온 우리는 일단 밥부터 먹었다. 밥을 먹고 비싼 값을 치를 때만 해도 그 식당은 항구 앞이라 비싼 것이려니 하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바쿠에서 처음 하루를 보내고 그 식당은 싼 편이었다는걸 깨달을 수 있었다. 호텔까지는 택시를 타야했고, 가장 싼 듯한 호텔에 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50달러 란다. 다른 방은 없는가 물어보니 더 비싼 방도 있어, 한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내고 싶지 않아 나왔다. 우리가 갈 곳은 기차역에 딸린 간이숙소 뿐이었다. 여기는 20달러였다. 시설을 생각하면 결코 싸지 않은 값이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부부가 아니면 한방에 묵을 수 없다는 거다. 수단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 4인용 도미토리를 4인분 값 치르고 혼자 묵어야 하던. 또 그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