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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쉬켁

반가운 친구를 만나다 그러다가 깜빡 잠들었다 깨보니, 날은 밝고, 기사가 졸리는지 호숫가에 차를 대놓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나도 내려 기지개를 켜고, 사진도 찍었다. 다행히 별일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고도 우리 차는 아침을 먹고 또 한참 쉬다가, 오쉬까지 가는 길에 온갖 마을에 다 들러 짐칸의 짐들을 배달하며 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마을에 티코가 그렇게 많은 거다. 택시는 거의 다 티코였고. 도대체 몇 대나 되나 싶어 헤어 봤다. 스무대를 헤아리는데 그중 12대가 티코더라. 네 대 중 한대가 아니라 세 대가 티코인거지. 나머지 한 대는 마티즈였고. 알고보니 우즈베키스탄에 대우자동차 공장이 있다는군. 그래서 티코를 비롯한 대우차가 많은 거겠지. 암튼 그 날은 내 생애 가장 많은 티코를, 하루동안 본 날이었다... 더보기
벤츠 타고 오쉬로 드디어 나는, 세상의 지붕, 파미르에 섰다. 죽지 않고 살아, 파미르고원 속의 마을 무르갑에 있다. 똥 누다가 졸도하지 않을까 잠시 걱정도 했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차이 마시며 앉아 있다. 물론 비쉬켁을 떠나 오쉬를 거쳐 이곳 무르갑에 도착하기까지의 지난 3박일간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비쉬켁에서 이틀간 쉬며 체력을 회복한 후, 나는 저녁에 출발한다는 오쉬행 버스를 타러 갔다. 오쉬행 버스가 출발한다는 오쉬바자르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탈 것 복은 참으로 없는 편이다. 좌석이 없어 웃돈 주고 기차표를 사지 않나, 버스를 못찾아 늘 비싼 택시를 타지 않나, 가는 길마다 펑크, 고장. 이번에도 버스를 못찾아, 그 대신 소형 트럭을 탔다. 앞에 두 줄만 좌석이.. 더보기
괴기스런 호텔에서 키르기스탄의 대부분의 주택이 그렇듯, 넓은 정원에 몇개인가 작은 건물이 서 있고, 담은 전부 담쟁이덩쿨 같은 풀로 덮여 있다. 마당 한켠엔, 풀로된 동굴 같은 것도 있다.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뒷뜰의 굴 같은. 비록 나무 밑둥은 아니었지만, 만화같은 굴이 있길래 뭐가 나올까 싶어 빠져 나가보니 별건 없었다. 또 다른 뒷뜰이 나왔을 뿐. 그리고 내가 묵게 된 방이 있는 건물은 여행자들의 숙소라기 보다는 옛 귀족의 별장같은느낌이 강했다. 침대 하나에 작은 화장대가 있던 구석의 내 방은, 귀족의 하녀가 묵을 듯한 방이었고. 그리고 다른 방들은 방이라기보다 응접실 같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잘 꾸며진 방이었다. 몰래 살짝 들여다보니, 가구에, 그림에, 장난아니더군. 으시시한 건, 커텐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 더보기
카라콜 설사다. 시작한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이번 여행에서 벌써세번째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설사다. 두달전 인도에서 만난 아이가, 자기는 인도 수돗물도 그냥 마실 수 있다며, 인도 1년 여행 후에 일본 돌아가서 검사해보니, 장에 스무가지의 항체가 생겼더라며, 나더러 인도 수돗물 마실 수 있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너도 가서 검사해봐, 항체 많이생겼을걸, 하길래 그런줄 알았거든. 이제 어지간해서는 설사는 안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갖고 있던 지사제는 남들 다 줘버리고, 일본 친구한테 받은 정로환만 남겨뒀었는데. 내가먹게 될줄은 몰랐다. 작년 11월 소말리랜드 이후로 이런 지독한 설사는 처음이다. 그땐 오랜만에 만난 생선에 환장해서 매일 생선튀김을 먹었었거든. 그 엄청난 파리떼를 봤을 때, 주방의 위생.. 더보기
이스쿨에서 수영하다 촐판아타까지는 금방이었다. 네시간 정도면 금방이지. 내려서는 멍청하게 서 있었다. 사람들이 어디가느냐고 물어왔다. 싼 숙소를 찾는다고, 영어로 이야기했지만, 통할리 없었다. cheap hotel을 찾고 있어요. ..음.. 칩호텔, 칩호텔, 이봐 누구 칩호텔이라는호텔 아는 사람 여기 없어? 그런 식이다. 아저씨가 택시를 타라길래, 아니라고 하고 있는데, 누군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개인 홈스쿨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그 무슬림여자 덕에, 쉽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는 그 여자를 따라 호수로 갔다. 호수, 라고는 하지만 여기도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다. 하지만 호수 건너편으로 눈덮인 천산산맥이 달리고 있어, 바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진에서 본대로였다. 파란물이 넘실거리는데 뒤로는 만년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