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6개월동안 종단해 왔다고 말하면,
한결같이 물어온다. 아프리카는 어때요? 좋아요? 라고
나는 거침없이, 한치의 망설임없이 답한다. 아니오, 라고.
첫째로, 아프리카의 물가는 비싸다. 엄청나게 비싸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는 나라들에서
여행자들이 여행을 하려면 그들의 한달 월급을 하루 생활비로 써야한다.
물가는.. 비쌀 수 있다. 유럽도 비싸고, 일본도 비싸고, 한국도 비싸다.
하지만, 화가 나는 건, 비싼 만큼 돌아오지 않는 대가다.
달리다보면 한두번씩은 고장나는 털털거리는 고물버스를 타고
메이드인차이나의 걸레같은 포장도로 혹은 비포장도로를
하루종일 달려 이삼백킬로미터를 겨우 가는데에 20불씩 교통비를 내야하고,
좀 잘만한, 가이드북에 나온 숙소는 터키나 유럽의 숙소만큼 비싸다.
전통음식은 거의 남아 있지도 않아, 유럽식 밥을 먹으려면 또 한국보다 비싸고,
전통복도 찾아보기 힘들어, 메이드인차이나의 천쪼가리를 사려면 그 또한 싸지 않다.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것에, 꽤나 큰 돈을 뿌려야한다는 것은,
참으로, 여행자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다.
둘째로, 아프리카는 볼 것이 없다.
아프리카, 하면 다들 떠올리는 킬리만자로 등반이나 야생동물 사파리.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아무런 장비없이 등반하여 정상을 찍을 수 있는 의미있는 산이라 많이들 오르지만,
정말이지 빡시고, 비싸고, 정상찍는 것 말고는 별 의미없는 산이다.
오르는 풍경도 그닥 예쁘지 않단다. 나는 돈 쳐들여서 고생하는건 딱 질색이라 안갔다.
야생동물 사파리. 그래 아프리카에 야생동물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야생동물 사파리에서 야생동물을 보기는 힘들다.
동물들은 많이 볼 수 있지만, 많은 지프들이 뿜어대는 먼지 속에서,
지프에 탄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며 사진찍고 이야기하는 속에서,
밥 먹고, 똥 누고, 잠 자고, 놀라지도 않는 그 동물들이 과연 야생동물일까 하는 생각은 든다.
야생동물 사파리는 좀 회의적이다.
원주민 부족들의 생활. 물론 볼 수 있다. 수백달러씩을 내고 투어에 참가한다면.
하지만 그렇게 해서 가서 볼 수 있는 부족들이 정말로 옛 전통을 잘지키고 살고 있는
그 부족들이 맞을 거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나를 먼저 발견하고 다가와선, 이봐 내 사진 찍고 돈 좀 주지 않을래? 하는 부족들.
물론, 진짜 부족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곳, 갈 수 없는 곳에.
유적. 아프리카는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살아 왔음에도
유적을 찾아보기 힘든 참으로 희한한 땅이다.
이집트보다 먼저 세워진 피라미드가 수단 땅에 있다고는 하지만,
보잘것 없을 것이 뻔하니, 고고학자가 아닌 이상에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나마 에티오피아에 좀 많은 유적들이 있지만 그 유적을 보러 가는 길에
사람들이 정떨어지게 하는 곳이라, 가고 싶지 않게 된다.
자연. 거대한 땅덩어리가 거의 개발되지 못했으니 자연이 남아있어야 마땅하다.
자연, 글쎄, 남아는 있다. 타들어가는 황야, 혹은 사막에 말라비틀어가는 나무와 풀.
우기에 가면 좀 다를지 모르겠지만, 건기에 간 내가 본 건 그랬다.
유명한 자연으로 빅토리아 폭포를 꼽을 수 있겠지만, 음.. 빅폴은.. 그냥 폭포다.
유네스코에 지정되었다는 이유로 입장료가 비싼 폭포다.
마지막으로 사람이다. 아프리카에는 사람이 없고, 나도 사람이 아니다.
아프리카땅에 사는 사람들은 지주인 백인, 중간지배계급인 인도인, 하층민인 흑인이 있다.
일이백년 전과 비교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지주인 백인을 만날 일은 드물고, 중간지배, 혹은 상인계층인 인도인은
거기에서 나름 부자들이기 때문에, 인도에서 보는 인도부자들과 비슷하다.
별로 프렌들리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담, 예나 지금이나 거기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은 어떤가.
다 빼앗기고, 무시당하고, 억압당하며 살아온 그들의 역사 때문인지,
그들이 우리 여행자들을 바라보는 눈은 두려운 존재, 혹은 돈에만 한정되어 있다.
우리를 사람으로 봐 주는 사람들이 드물다.
시골의 아이들은 아직도 우리를 보면 울거나, 엄마 뒤로 숨고,
어른들은 거리낌없이 돈 달라는 말을 한다. 너네들 다 부자잖아, 그러니까 돈 줘.
사람과 사람으로의 의사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프리카에는, 특별히 좋았던 나라나, 싫었던 나라가 없다.
모잠비크는 어때요? 잠비아는 어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음.. 그냥, 아프리카예요, 라는 대답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나마 에티오피아가 애증이 섞인 감상이 남아 있는 나라다.
물가도 싸고, 볼 것도 그나마 많은 편이고, 음식도 먹을 만한 편이고,
사람들도, 좋은 사람 싫은 사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싫은 나라가 에티오피아가 되면서, 가장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이건 내 느낌이고, 아프리카를 다녀온 후의 내 생각이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많다.
현지인들보다 조금은 편하게 지내고 싶었으니 당연히 모든 것이 비쌌을 거고,
킬리만자로도 오르지 않고, 번지점프도 하지 않고, 스카이다이빙도 안하고,
수백달러씩 내야하는 투어에 참가하지도 않았으니 볼 것 없다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왜 먼저 다가가지 않고,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가, 하는 말을 듣는다면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지치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아시아든 남미든, 다른 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아프리카에 많이 지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징글징글 하긴 하지만.. 나는 다시 서아프리카를 꿈꾸고 있다.
이건 또 뭔 오기인지..
한결같이 물어온다. 아프리카는 어때요? 좋아요? 라고
나는 거침없이, 한치의 망설임없이 답한다. 아니오, 라고.
첫째로, 아프리카의 물가는 비싸다. 엄청나게 비싸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는 나라들에서
여행자들이 여행을 하려면 그들의 한달 월급을 하루 생활비로 써야한다.
물가는.. 비쌀 수 있다. 유럽도 비싸고, 일본도 비싸고, 한국도 비싸다.
하지만, 화가 나는 건, 비싼 만큼 돌아오지 않는 대가다.
달리다보면 한두번씩은 고장나는 털털거리는 고물버스를 타고
메이드인차이나의 걸레같은 포장도로 혹은 비포장도로를
하루종일 달려 이삼백킬로미터를 겨우 가는데에 20불씩 교통비를 내야하고,
좀 잘만한, 가이드북에 나온 숙소는 터키나 유럽의 숙소만큼 비싸다.
전통음식은 거의 남아 있지도 않아, 유럽식 밥을 먹으려면 또 한국보다 비싸고,
전통복도 찾아보기 힘들어, 메이드인차이나의 천쪼가리를 사려면 그 또한 싸지 않다.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것에, 꽤나 큰 돈을 뿌려야한다는 것은,
참으로, 여행자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다.
둘째로, 아프리카는 볼 것이 없다.
아프리카, 하면 다들 떠올리는 킬리만자로 등반이나 야생동물 사파리.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아무런 장비없이 등반하여 정상을 찍을 수 있는 의미있는 산이라 많이들 오르지만,
정말이지 빡시고, 비싸고, 정상찍는 것 말고는 별 의미없는 산이다.
오르는 풍경도 그닥 예쁘지 않단다. 나는 돈 쳐들여서 고생하는건 딱 질색이라 안갔다.
야생동물 사파리. 그래 아프리카에 야생동물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야생동물 사파리에서 야생동물을 보기는 힘들다.
동물들은 많이 볼 수 있지만, 많은 지프들이 뿜어대는 먼지 속에서,
지프에 탄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며 사진찍고 이야기하는 속에서,
밥 먹고, 똥 누고, 잠 자고, 놀라지도 않는 그 동물들이 과연 야생동물일까 하는 생각은 든다.
야생동물 사파리는 좀 회의적이다.
원주민 부족들의 생활. 물론 볼 수 있다. 수백달러씩을 내고 투어에 참가한다면.
하지만 그렇게 해서 가서 볼 수 있는 부족들이 정말로 옛 전통을 잘지키고 살고 있는
그 부족들이 맞을 거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나를 먼저 발견하고 다가와선, 이봐 내 사진 찍고 돈 좀 주지 않을래? 하는 부족들.
물론, 진짜 부족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곳, 갈 수 없는 곳에.
유적. 아프리카는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살아 왔음에도
유적을 찾아보기 힘든 참으로 희한한 땅이다.
이집트보다 먼저 세워진 피라미드가 수단 땅에 있다고는 하지만,
보잘것 없을 것이 뻔하니, 고고학자가 아닌 이상에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나마 에티오피아에 좀 많은 유적들이 있지만 그 유적을 보러 가는 길에
사람들이 정떨어지게 하는 곳이라, 가고 싶지 않게 된다.
자연. 거대한 땅덩어리가 거의 개발되지 못했으니 자연이 남아있어야 마땅하다.
자연, 글쎄, 남아는 있다. 타들어가는 황야, 혹은 사막에 말라비틀어가는 나무와 풀.
우기에 가면 좀 다를지 모르겠지만, 건기에 간 내가 본 건 그랬다.
유명한 자연으로 빅토리아 폭포를 꼽을 수 있겠지만, 음.. 빅폴은.. 그냥 폭포다.
유네스코에 지정되었다는 이유로 입장료가 비싼 폭포다.
마지막으로 사람이다. 아프리카에는 사람이 없고, 나도 사람이 아니다.
아프리카땅에 사는 사람들은 지주인 백인, 중간지배계급인 인도인, 하층민인 흑인이 있다.
일이백년 전과 비교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지주인 백인을 만날 일은 드물고, 중간지배, 혹은 상인계층인 인도인은
거기에서 나름 부자들이기 때문에, 인도에서 보는 인도부자들과 비슷하다.
별로 프렌들리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담, 예나 지금이나 거기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은 어떤가.
다 빼앗기고, 무시당하고, 억압당하며 살아온 그들의 역사 때문인지,
그들이 우리 여행자들을 바라보는 눈은 두려운 존재, 혹은 돈에만 한정되어 있다.
우리를 사람으로 봐 주는 사람들이 드물다.
시골의 아이들은 아직도 우리를 보면 울거나, 엄마 뒤로 숨고,
어른들은 거리낌없이 돈 달라는 말을 한다. 너네들 다 부자잖아, 그러니까 돈 줘.
사람과 사람으로의 의사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프리카에는, 특별히 좋았던 나라나, 싫었던 나라가 없다.
모잠비크는 어때요? 잠비아는 어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음.. 그냥, 아프리카예요, 라는 대답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나마 에티오피아가 애증이 섞인 감상이 남아 있는 나라다.
물가도 싸고, 볼 것도 그나마 많은 편이고, 음식도 먹을 만한 편이고,
사람들도, 좋은 사람 싫은 사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싫은 나라가 에티오피아가 되면서, 가장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이건 내 느낌이고, 아프리카를 다녀온 후의 내 생각이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많다.
현지인들보다 조금은 편하게 지내고 싶었으니 당연히 모든 것이 비쌌을 거고,
킬리만자로도 오르지 않고, 번지점프도 하지 않고, 스카이다이빙도 안하고,
수백달러씩 내야하는 투어에 참가하지도 않았으니 볼 것 없다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왜 먼저 다가가지 않고,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가, 하는 말을 듣는다면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지치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아시아든 남미든, 다른 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아프리카에 많이 지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징글징글 하긴 하지만.. 나는 다시 서아프리카를 꿈꾸고 있다.
이건 또 뭔 오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