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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르

파미르 하이웨이로 두샨베. 천국같은 파미르를 떠나, 이 빌어먹을 도시에 온지 일주일. 같은 나라인데, 어쩜 이렇게 사람들이 다를 수 있는지. 하지만, 나는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에서 가장 긴 시간을 여기에서 보내야 할 듯하다. 급하게 서둘러서, 곧장 두샨베로 달려온 이유,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기다려야 하거든. 마지막으로 비쉬켁을 떠나기 전 들은 정보에 의하면, 최근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관계가 악화되어, 아제리 비자가 여권에 붙어 있으면 투르크멘 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비자가 없으면 투르크멘의 트랜짓비자를 신청할 수도 없으니, 방법은 먼저 이란비자를 받은 후, 그걸로 투르크멘 트랜짓 비자를 받고, 그 후에 아제리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는 거지. 게다가 우즈벡의 타쉬켄트에서는 투르크멘 비자.. 더보기
여긴, 지구 속의 다른 혹성이다. 무르갑에서의 물같은 날들이 흘러가고 있다. 벌써 5일째다. 다행히 이 집에는 다른 외국인들이 하룻밤씩 묵어 가, 이 큰 집에 나혼자 자는 일은 없었는데, 오늘은 저녁이 된 지금까지도 아무도 안들어오고 있다 .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땐, 삭막하다고 생각했다. 똑같이 고도가 높은 것 치고는, 레가 훨씬 예쁘다고 생각했다. 물론 레 쪽이 훨씬 다양한 경치에 나무도 많고, 볼 것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레보다 여기에 훨씬 더 정이 들고 있다. 특히나 내가 묵는 숙소는 마을에서 좀 떨어져 100미터는 더 높은 곳에 있어 올라올 땐 정말 죽어라고 힘들지만, 거실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을이 아담해서 좋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도 새파란 하늘도, 그리고 밤이면 미치도록 많은 별들. 거기에 사람들까지 하.. 더보기
무르갑의 평화로운 날들 밀린 편지를 열심히 쓰는데 '아니! 아니!' 하며 주인아줌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름이 '안'이라고 했더니 나를 '아니!'라고 부르시더군. 나가 봤더니 따라 오란다. 날 데리고 부엌으로 간 아줌마는 과자 튀기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반죽을 밀어서 자르고, 모양을 내서는 튀기는. 그리고 막 튀겨내어 따끈따끈한 과자를 접시에 담아 먹으라고 주신다. 아줌마 옆에 쭈그리고 앉아 과자를 먹다가 나도 과자 만드는 걸 도왔다. 어제, 여기 홈스테이, 민박 같은 곳으로 옮겨 왔는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루 세끼 다 챙겨주시고, 음식도 아주 맛있고, 무엇보다 아줌마가 너무 좋다. 어제 바자르에 갈 때, 따라 갔다가 수박 사 가지고 오시길래 들어다 드렸더니, 그 후로는 얼마나 나한테 잘 해 주시는지. .. 더보기
만년설을 발 아래에 두다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밖은 바람이 불어 많이 춥지만, 차 안은 태양빛에 더웠다. 또 졸아가는 참을 수 없는 더위에 깨어났다. 겨울 잠바를 껴입고 있으니 덥지. 깨어나니 우리 차는 호수 옆을 달리고 있었다. 지도상에서도 꽤나 크게 보이는 karakul 검은호수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나 모르겠다 싶게, 호수는 푸른 색이다가 에메랄드 그린이다가 했다. 졸려서 눈을 반도 못뜨고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제대로 나올리 없었다. 이런 산꼭대기에 믿을 수 없는 넓은 평지가 이어지고 있었고, 도로는 계속 눈산을 향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참 지독하구나 생각했다. 이런 산속의평지도 찾아내어 전기도 들이고, 길도 닦고,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다니. 호수 근처에서 차는 멈췄다. 늦은 점심을 먹고 가려는 .. 더보기
가장 높은 국경 다시 차가 출발하고 아이는 더 심하게 토했다. 당연한 일이다. 먹었으니 나올게 있는거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더 심한 고통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 아이가, 아니 그 아이의 엄마인지 할머니인지 모를 아줌마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는 거다. 내 옆에 앉은 그 여자는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까지 둘을 데리고 탔다. 어린 아이는 자기 무릎에 앉히고, 큰 아이는 그냥 내버려 두는 거다. 처음엔 그 아이가 다른 집 아이인 줄 알았다. 아무데나 가서 사이에 끼어들어 앉고, 이 곳 저 곳, 그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기대서는 토하고, 하는데도 나는 그 아이가 뉘집 아이인 줄 몰랐으니. 잠시 섰다가 다시 타니, 내 자리가 더 좁아져 있다. 자기 옆에 그 아이를 앉힌 거다. 자리는 늘어나지 않으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