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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

사마르칸드 엎치락 뒤치락 설잠을 자다가 새벽에 깼다. 이제 가야하는 거다. 8월15일. 내 우즈벡 비자가 이미 반은 날아가 버렸다. 왜 벌써 가느냐고, 자기집에도 가자는 친척 아줌마들과도 작별을 하고, 도시락으로 싸주는 빵과 사탕을 들고는 사마르칸드로 향했다. 국경에 도착해서 막 떠나려는데 누가 나를 부르며 아는 척을 한다. 아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는데. 돌아보니, 무르갑! 무르갑!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왜국인 태우고 왔던 지프의 기사아저씨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곧 헤어졌다. 정말 짧은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 내게 인사를 해주는 그들의 친근함이 타직에 대한 내 마지막 기억이다. 국경은 작았지만, 통과하는 데에는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제대로 일을 안하기 때문이다. 열명의 직원이.. 더보기
펜지켄트에서 사모사 만들기 보름 넘게 풀어두었던 짐을 챙겨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사실은 버스는 한 대도 안다닌다. 전부 지프 아니면 택시, 가장 많은 인원을 태우는 것이, 다마스처럼 생긴 중국산 차다. 어떤 길인지는 몰라도, 300킬로를 가는데 7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또 차비가 비쌌다. 택시가 40불, 지프가 50불이라는 거다. 정류장 입구에 서 있던 승합차로 다가가서 물어봤다. 그게 가장 쌀거니까. 깎아서 30불에 가기로 했다. 알고보니 그 차는 영업용차가 아니라, 부부와 시누이가 펜지켄트로 가는 걸, 내가잡은 거였다. 내가 타자, 차는 다른 사람들을 더 태우지도 않고, 곧장 출발했다. 맨 뒷자리는 전부 내차지였다. 두샨베를 바로 떠난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좋은 사람들이었다. 두샨베의 그 호텔 아줌마들 말고는 모든 타직 사.. 더보기
드디어 떠나다 타쉬켄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까지 왔다. 지난 열흘간, 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 중앙아시아행은 착착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비자도 다 받았고, 터키까지는 순조롭게 가는 일만 남았다, 생각했더니 그루지아에서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 열흘간 생긴 일들중 가장 나빴던 건, 카메라 충전기가 망가진거다. 정말이지 땅을 치고, 벽에 머리라도 찧으며 자학이라도 하고 싶었다. 씨벌, 이놈의 두샨베에서는 되는 일이 없어! 하면서. 두샨베 시내를 다 뒤져봤지만, 내 카메라와 똑같은 카메라는 없고, 호환되는 거라도 없을까 싶어 물어볼라치면,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고개를 저으며 노! 라는 말부터 나오니. 절망했었다. 한국에서 받으려고 해보니, 그것도 쉽지가 않아 십몇만원을 들여 .. 더보기
두샨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날들 두샨베 17 일째가되었다. 아는 아직도 여길 떠나지 못하고, 같은 호텔에서, 여전히 투덜거리며, 오늘인지 내일인지 구분 안가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제대를 며칠 안남겨둔 말년 병사처럼, 출소일을 기다리는 수인들처럼. 하루하루가 가는 것을 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투르크멘 비자 신청 열흘째는 토요일이었다. 월요일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힘드니까 하루 일찍 금요일에 받을 수 없을까하고 물어봤더니, 영사가 자기 번호를 주며, 일단 전화를 해보라고 했었다. 수험생들의 합격자 발표 전화처럼 떨리는 기분으로 전화를 했더니, 이게 왠일. 월요일도 아니고, 수요일에 오라는 거다. 뭐가 나빴는지, 영사는 화를 내고 있었다. 월요일에 한번 더 확인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관뒀다. 또 화를 내고, 다음주 월요일! 하고 .. 더보기
두샨베 열흘째 두샨베 열흘째, 투르크멘 비자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정말로 하는 일 없이 여기서 더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어제, 오늘 이틀은 좀 낫다. 좀 시원하다 싶어 보니 38도더군. 매일 40도를 훨씬 넘다가, 구름 끼고 안개 끼니 38도. 훨씬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열흘씩이나 뭘할까. 당연히 인터넷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깨달았다. 중앙아시아는 아프리카보다도 인터넷 쓰기가 힘든 곳이라는 걸. 인터넷 가게도 없고, 몇 안되는 곳 다 뒤져봐도, 한글이 읽히는 곳조차 없는거다. 그러다 딱 한군데 우체국에서 한글이 읽히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요즘은 우체국이 문을 여는 날이면, 버스 타고나가 서너시간씩 다리가 퉁퉁 붓고, 허리가 아플 때까지 쓰다가 온다. 한글이 안돼서 끙끙거리다가, 결국 엉성한 대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