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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탄

만년설을 발 아래에 두다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밖은 바람이 불어 많이 춥지만, 차 안은 태양빛에 더웠다. 또 졸아가는 참을 수 없는 더위에 깨어났다. 겨울 잠바를 껴입고 있으니 덥지. 깨어나니 우리 차는 호수 옆을 달리고 있었다. 지도상에서도 꽤나 크게 보이는 karakul 검은호수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나 모르겠다 싶게, 호수는 푸른 색이다가 에메랄드 그린이다가 했다. 졸려서 눈을 반도 못뜨고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제대로 나올리 없었다. 이런 산꼭대기에 믿을 수 없는 넓은 평지가 이어지고 있었고, 도로는 계속 눈산을 향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참 지독하구나 생각했다. 이런 산속의평지도 찾아내어 전기도 들이고, 길도 닦고,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다니. 호수 근처에서 차는 멈췄다. 늦은 점심을 먹고 가려는 .. 더보기
가장 높은 국경 다시 차가 출발하고 아이는 더 심하게 토했다. 당연한 일이다. 먹었으니 나올게 있는거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더 심한 고통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 아이가, 아니 그 아이의 엄마인지 할머니인지 모를 아줌마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는 거다. 내 옆에 앉은 그 여자는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까지 둘을 데리고 탔다. 어린 아이는 자기 무릎에 앉히고, 큰 아이는 그냥 내버려 두는 거다. 처음엔 그 아이가 다른 집 아이인 줄 알았다. 아무데나 가서 사이에 끼어들어 앉고, 이 곳 저 곳, 그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기대서는 토하고, 하는데도 나는 그 아이가 뉘집 아이인 줄 몰랐으니. 잠시 섰다가 다시 타니, 내 자리가 더 좁아져 있다. 자기 옆에 그 아이를 앉힌 거다. 자리는 늘어나지 않으니,.. 더보기
파미르로, 무르갑으로. 다음날은 그 친구도 떠나고, 나도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7월 19일. 내 타직비자가 20일에 시작되니까, 19일 저녁에 출발하는 차를 타면 자정을 넘기고서야 타직 국경을 넘게 되어 있었다. 우즈벡에서 투르크멘을 비롯한 비자들을 받는게 꽤나 시간이 걸릴 듯하여, 나는 하루라도 빨리 우즈벡으로 국경을 넘고 싶어 서두르고 있었다. 파미르고원의 무르갑. 지금 와 있는 이곳으로 향하는 합승차들이 출발하는 정류장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다. 미니버스를 타고 내려 또 한참을 걸어 찾아가 보니, 그날 저녁 7시나 8시쯤 출발한다는 거다. 무르갑행 차는 1주일에 두 번 정도, 부정기적으로 사람이 모이면 출발하거든. 그런데 내가 간 바로 그 날 있다는 건, 지나치게 운이 좋은 거였다. 반신반의하며, 온 길 다시 돌아가 짐.. 더보기
반가운 친구를 만나다 그러다가 깜빡 잠들었다 깨보니, 날은 밝고, 기사가 졸리는지 호숫가에 차를 대놓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나도 내려 기지개를 켜고, 사진도 찍었다. 다행히 별일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고도 우리 차는 아침을 먹고 또 한참 쉬다가, 오쉬까지 가는 길에 온갖 마을에 다 들러 짐칸의 짐들을 배달하며 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마을에 티코가 그렇게 많은 거다. 택시는 거의 다 티코였고. 도대체 몇 대나 되나 싶어 헤어 봤다. 스무대를 헤아리는데 그중 12대가 티코더라. 네 대 중 한대가 아니라 세 대가 티코인거지. 나머지 한 대는 마티즈였고. 알고보니 우즈베키스탄에 대우자동차 공장이 있다는군. 그래서 티코를 비롯한 대우차가 많은 거겠지. 암튼 그 날은 내 생애 가장 많은 티코를, 하루동안 본 날이었다... 더보기
벤츠 타고 오쉬로 드디어 나는, 세상의 지붕, 파미르에 섰다. 죽지 않고 살아, 파미르고원 속의 마을 무르갑에 있다. 똥 누다가 졸도하지 않을까 잠시 걱정도 했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차이 마시며 앉아 있다. 물론 비쉬켁을 떠나 오쉬를 거쳐 이곳 무르갑에 도착하기까지의 지난 3박일간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비쉬켁에서 이틀간 쉬며 체력을 회복한 후, 나는 저녁에 출발한다는 오쉬행 버스를 타러 갔다. 오쉬행 버스가 출발한다는 오쉬바자르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탈 것 복은 참으로 없는 편이다. 좌석이 없어 웃돈 주고 기차표를 사지 않나, 버스를 못찾아 늘 비싼 택시를 타지 않나, 가는 길마다 펑크, 고장. 이번에도 버스를 못찾아, 그 대신 소형 트럭을 탔다. 앞에 두 줄만 좌석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