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리트레아

6개월, 아프리카 종단을 끝내다 결국 우리가 배에서 내려 커스텀을 통과하고 밖으로 나온 것은 한시 쯤이었다. 세명은 먼저 나가고, 영국아저씨는 오토바이 때문에 좀 더 오래 걸리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서 아스완 시내로 갔다. 미니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다보니, 이제껏 하나도 보지 못했던 한국 사람들이 잔뜩 있는거다. 하도 많아서 나는 패키지 그룹이 온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은 지금 겨울방학이더군. 대학생이며 선생님들이 잔뜩 몰려나올 때인거지. 나는 너무 반가워서 먼저 말을 걸었다. 6개월동안 아프리카 종단을 끝내고, 이제 막 문명세게, 이집트로 들어온 내 몰골은 생각지도 않고.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기분이 상했다. 카이로에 도착하고까지, 계속 그랬다. 그래서 이제 그냥 말 안걸기로했다... 더보기
에리트레아를 포기하다 아디스 아바바. 다시 올거야, 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 에리트레아 비자는, 이번에는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물가 비싼 지부티에서 5일을 기다렸지만, 대답은 No, 였다. 내가 보기엔 그 사람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내 여권 가지고 있다가, 귀찮으니까 안된다고 한 것 같지만 말이야. 왜냐면 12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중, 일하는 날은 17일 월요일 하루 뿐이고, 그것도 오전만 잠깐 하고 끝나거든. 짧은 시간에 다른 할 일도 많은데, 나 같은 여행자 한 사람의 비자 때문에 수도인 아스마라에 연락하고 어쩌고 하는 게 귀찮았겠지. 나도 오전에 갔으니 그 시간 동안 그 사람들이 내 비자를 위해서 뭘 했겠느냐고. 첨엔 가니까, 잠깐 기다리라더라. 내일은 문을 열.. 더보기
다시 시작하는 여행, 다시 시작하는 삶 그동안 언니는 현장조사를 다 끝내놓고 있었다. 우선 사고의 주된 원인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바퀴와, 울퉁불퉁한 비포장 내리막길이었고, 바닥에 깔려 있는 자갈 때문에 브레이크가 듣질 않은 거였단다. 게다가 가드레일도 소금기에 완전 삭아 버려 가드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그래도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였다. 그런 돌밭에 차가 뒤집히고도 말짱했으니. 우선 차가 튼튼했다. 지붕도 높고 튼튼했으니, 그정도 찌그러지고도, 살아남을 공간이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떨어진 오른쪽은 3미터 정도로 얕은 곳이었지만, 반대쪽은 10미터도 넘는 낭떠러지였다. 그 쪽으로 떨어졌으면, 몇바퀴 구르는 사이에, 벨트를 안하고 있던 나는 튕겨져 나가 돌밭에 내팽개쳐졌겠지. 그리고, 도로를 벗어나 부드러운 흙에 한번 박은.. 더보기
Lac Assal로 가던 길 12월 19일. 오늘은 한국에서는 5년에 한번 있는 대통령 선거일이고, 전세계 13억 무슬림들에게는 양을 잡는 날,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희생제. 그래서 누구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행복한 날이다. 그런 날, 거의 대부분의 인구가 무슬림인 이 나라 지부티에서도, 다들 즐거워 시끌시끌,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나고, 서로를 축하하는 오늘, 나는 호텔 방 안에 혼자 틀어박혀 울고 있었다. 자꾸만 반복적으로 생각나는 어제의 교통사고에 몸이 떨리고, 그래도 아직 이렇게 살아있음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엄마와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나니 더더욱 서러워지더라. 나, 효도같은 건 해본적도 없지만, 적어도 부모님보다 먼저 죽는 불효 같은 건 정말 하고 싶지 않다고, 오늘 다시 한번 간절하게 생각했다. 결국 에리트레아 비자는.. 더보기
야밤괴담 다음날은 금요일, 무슬림인 이 나라의 휴일이라, 언니와 언니 친구들과 함께 Lac Assal에 가기로 했었다. Lac Assal은 소금호수다. 세계에서 두번째, 사해 다음으로 지표가 낮은 곳이다. 마이너스 150미터. 한여름엔 숨도 쉬기 힘들만큼 덥다고 했다. 지금 12월에 해발고도 0미터인 이곳이 이정도로 더운데 오죽하겠느냐고. Lac Assal은 지부티에서의 내 유일한 목표였다. 전에 다녀온 여행자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었거든. 정말 멋있다고, 지구가 아닌 것 같다고. 소금으로 덮인 호수주변과, 하얀 소금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가는 방법은 투어 혹은 택시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는데, 그게 또 장난아니게 비싸다. 여기서 100킬로 정도 떨어진 곳인데, 100불 가까이 되는 돈을 지불해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