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분위기 파악
하룻밤만 자고 바로 다른 곳으로 뜨려던 생각이었지만, 하룻밤 더 묵기로 했다. 하루종일 자 버렸으니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하루를 더 있는다고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대강의 루트를 짜고, 콜롬보라는 동네의, 스리랑카라는 나라의 분위기 파악이지 뭐. 하루동안 거리를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바닷가를 산책하고, 하면서 파악한 분위기는 이렇다. 첫째, 스리랑카는 아시아의 나라이면서도 거리의 분위기는 유럽이다. 유럽식 건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라기 보다 거의가 유럽식 건물이다. 그건 16세기부터 시작된 포르투갈,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으로 이어지는 오랜 식민지 생활의 영향일거다. 그래도 도시구획은 잘 되어 있다. 둘째, 국민 대다수가 불교도이니만큼, 불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거리에는 보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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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에서의 첫날
그 나라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그 나라 전체의 이미지와 같다는 내 주의가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다. 공항에서 콜롬보 시내로 나가는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니, 오늘 축일이라 버스가 없으니 택시 타고 가라고, 택시 직원이 알려 준다. 필요 없다고, 돈 없다고 했더니,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2000루피 밖에 안해, 비싸? 이지랄. 2000루피면 2만원이다. 스리랑카에서의 이틀치 내 생활비지. 그게 대다수 이 나라 국민들한테 얼마나 큰 돈인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내가 아주 쉽게 써주길 바라며 '밖에' 라고 말하는 싸가지가 싫은 거다. 330원이면 가는 걸, 왜 2만원을 내고 가느냐고.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의 픽업서비스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봉고차가 와서는 타란다. 어디 가냐고, 콜롬보 간다고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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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빛나는 섬, 스리랑카로
세상에 적응되지 않는 일이 있을까. 아끼던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도 경험이라, 몇번 겪고 나니, 이미 없어진 것,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포기도 빨라진다. 여전히 속상하고, 화나고 잃어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그렇게 속상해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그렇게 사는건가 보다. 계속 차고 다니던 발찌가 사라졌다. 어느 순간 보니 없더라.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여행이 즐거워지기 시작한 날, 기념으로 바가지 옴팡 써주며 산건데, 이번에 다시 여행을 나오면서부터 계속 차고 있었는데, 발찌가 늘어난건지, 발에 살이 빠진건지, 자꾸만 벗겨지는게 좀 불안하긴 했다.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이었어,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다시 인도가서 더 예쁜거 사면 되지 뭐, 하며. 또다시 시작되었다. 정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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