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샨베의 악몽같은 날들
날은 덥고, 말은 안통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그간 몇마디 터키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러시아어를 외울 생각은 전혀 안했었거든. 몇마디 외웠다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이해를 시킬만한 수준까지는 못되었을 거지만.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가방은 그대로 팽개쳐 둔 채, 로비의 소파에 앉아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니들 맘대로 해라. 안되면 로비에서 그냥 밤새지 뭐. 소파에 푹 파묻혀서 눈 지그시 감고 부채질 해서 땀 식히며, 어떻게 되겠지 뭐, 하지만, 어뛓게 된다 해도, 저런 아줌마들이 지키고 있는 호텔에 열흘도 넘게 묵는다는 건 피곤할텐데, 그런 생각들을 하기를 30분쯤. 왠 남자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으로 그 사람이 내 구세주가 될거란 걸 알았다. 역시 난 참 운이 좋다. 항상 어디..
더보기
음주운전 차를 타고 하록까지
길은, 해발고도 4000미터의 산 속을 달린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게 편편했다. 파미르 하이웨이는 그렇게 힘든 길도 아니고, 포장도 비교적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는전부터 듣고 있엇지만, 승용차에 편하게 앉아서 가서인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편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를 왜 세상의 지붕이라 부르는지 깨달았다. 단순히 높기만 해서 지붕이라 부른다면, 여기보다 더 높은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히말라야가 있는데, 왜 여기가 지붕일까. 여긴 편편한 거다. 높고 편편한 고원인 거다. 이렇게 높은 산 속에, 이런 평지가 넓게 이어지니까, 바로 여기가 세상의 지붕인 거다. 이렇게 평탄한 길이라면 나도 자전거로 넘을 수 있겠다 싶어, 조카가 조금만 더 크면 데리고 같이 자전거로 넘어, 조카를 최연소 파미르고원 자전거 ..
더보기
파미르 하이웨이로
두샨베. 천국같은 파미르를 떠나, 이 빌어먹을 도시에 온지 일주일. 같은 나라인데, 어쩜 이렇게 사람들이 다를 수 있는지. 하지만, 나는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에서 가장 긴 시간을 여기에서 보내야 할 듯하다. 급하게 서둘러서, 곧장 두샨베로 달려온 이유,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기다려야 하거든. 마지막으로 비쉬켁을 떠나기 전 들은 정보에 의하면, 최근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관계가 악화되어, 아제리 비자가 여권에 붙어 있으면 투르크멘 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비자가 없으면 투르크멘의 트랜짓비자를 신청할 수도 없으니, 방법은 먼저 이란비자를 받은 후, 그걸로 투르크멘 트랜짓 비자를 받고, 그 후에 아제리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는 거지. 게다가 우즈벡의 타쉬켄트에서는 투르크멘 비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