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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길에서 구원을 만나다 겐제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후 우리는 물어물어 가이드북에 나온 가장 싼 호텔을 찾아갔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30분 가까이 걸어 찾아간 호텔은,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어마어마하게 크고 낡은 러시아식 건물이었다. 정말 꼬질꼬질하게 낡은 이 호텔이 처음 우리에게 요구한 금액은 40달러. 그 멋진 케르반사라이 호텔과 같은 금액이었다. 조금 더 싼 방은 없는가 물어보니, 관리인 아줌마는 말을 바꾼다. 외국인들이 묵으면 경찰도 왔다갔다 하고, 귀찮아지니까 방 안줄거야, 얼마를 내도 안줄거야, 다른데 가봐. 차라리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길 바랬다. 이미 늦은 오후, 그 곳이 가장 싼 호텔인 줄은 자기들이 가장 잘 알텐데, 방 안준다고 나가라니. 참으로 동정심 없는 사람이었다.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갈 곳.. 더보기
카스피해를 건너 바쿠로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다. 그날도 야경은 못보지만, 그래도 이틀 꼬박, 투르크멘바쉬가 만들어 놓은 꿈의 도시를 구경하고, 아쉬가밧을 떠나야 했다.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가 차이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가방을 메고 역으로 갔다. 기차는 놀라우리만치 싸고 깨끗하고 쾌적했다. 중국산 기차였다. 내가 북경에서 우루무치까지 40시간동안 무려 170불을 주고 탔던 그 4인실 기차가, 14시간 짜리이긴 했지만, 달랑 4불에, 어쩜 그럴 수 있는지. 기차는 정말 싸고 좋았지만, 편하게 잠들지는 못했다. 우리칸에 누군가가 심하게 발냄새를 풍기면서 코를 골았기 때문이다. 결국 참지못하고 일어나 흔들어 깨우고 말았다. 기차는 투르크멘바쉬에 도착했다. 4일째의 아침이 되었고, 나는 여기서 바쿠로 는 페리를 기다려야 하는 .. 더보기
아르바민치에서의 또하루 ] 그 친절한 일본인은, 다른 마을을 한군데 들렀다 왔기 때문에 우리보다 하루가 늦은 거였다. 그리고 변명하듯, 같은 호텔에 묵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셋이서 함께, 친절한 일본인이 찾아놓은 생선가게에서 인제라와 함께 생선을 먹었다. 아르바민치가 맘에 든 나는 하루 더 묵기로 했다. 다음날은, 푸욱, 오래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이미 몸에 익어버려 일곱시가 채 안되어 눈이 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그 활기찬 아르바민치의 아침을 구경할겸, 아침 식사를 할겸, 또다시 아침산책을 나섰다. 어제 무리 했으니, 오늘은 조금만, 하며 동네를 한바퀴 돌아 구경하는데, 한 여자가 나를 따라 왔다. 10년전 자기가 아직 어렸을 때, 한국으로 일하러 간 아.. 더보기
최악의 날, 끝나다. 호텔주인은 좀 비싼 방을 팔아보려고 우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지만, 우리는 딱 잘라 말했지. 제일 싼 방. 카파도키아의 동굴방을 연상시키는 흙벽으로 된 방이었다. 방에 습기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며 우선은 옷을 갈아 입었다. 제발 침낭만은 젖지 않았기를 하고 바라며 하나씩, 가방 안의 물건들을 꺼냈는데, 제일 밑바닥에 들어있던 침낭만 조금 젖고 다른 것들은 비닐을 씌워 두어서인지 젖지 않고 남아 있었다. 속옷까지 홀라당 다 벗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나니, 에티오피아의 이제껏 지나온 다른 지역과 비교하니 거기는 더운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른 옷을 입고, 마른 천을 목에 두르고는 밥을 먹으러 갔다. 오늘 같은 날, 절대로 인제라는 먹지 않을거야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제라는 에티오피아 모든 .. 더보기
5리라짜리 밥상 아직 라마단이 끝나지 않은 때였다. 하루종일 구경을 마친 후, 그날의 금식이 끝남을 알리는 아잔(모스크의 코란 낭송)을 들으면서 부르사의 친구들과 함께 라마단 메뉴를 먹으러 갔다. 밥, 스프, 샐러드, 빵, 고기요리, 야채요리, 콩, 요구르트.. 이렇게 푸짐한 밥상이 5리라(3800원)였다. 2005년 11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