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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레다와

지부티 가는 길 에티오피아의 디레다와에서 지부티로 가던 길이다. 총 312킬로미터밖에 안되던 이 길은 50시간이 걸렸다. 가는 길에 우리는 이틀밤을 기차에서 보내야했다. 화물을 운반하는 기차의 맨 마지막에 딸린 객실.. 객실이라고 하기도 좀 그런 나무의자와 다 썩어빠진 나무바닥이 있던 그 기차를 타고 가던 길이다. 그나마 나는 지붕은 있는 객실에 탔지만, 객식에 타지 못하고, 화물을 실어나르는, 지붕도 없는 칸에 탄 사람들은 밤에 얼마나 추웠을까. 사람이나, 짐승이나, 짐짝이나, 하찮게 여기지기가 똑같은 나라들이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누구보다 풍요롭다. 에티오피아에서 한 가장 좋은 경험이었고,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가장 좋은 사람들이었다. 더보기
악몽같은 아프리카의 버스 그리고 지부티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다. 하루는 에티오피아 사람들과 찻을 하며 시샤를 피웠고. 아, 그리고 터키 아저씨들을 만났다. 프랑스와 독일에 살고 있는, 그래서 한 사람은 프랑스어, 한 사람은 독일어만 하고 영어를 못 하더구만. 그래서 나의 모자란 터키어가 우리 사이에서 가장 잘 통하는 언어였다. 국제 이슬람 기구 같은 곳의 회원으로 이번 이슬람 명절에 자기들이 지원한 것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가를 보러 왔다는 아저씨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지부티에서 터키 사람들을 만나, 터키말로, 이슬람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될지는 몰랐다. 지부티에서 다시 디레다와로, 그리고 다시 아디스로,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으로 버스가 지겹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에티오피아의, 아프리카의 버.. 더보기
비스밀라히라흐마니라힘 기차 안에서 두번째 아침을 맞았다. 기차는 내 그름자가 기차보다 길어지고도 한참을 더 있다가, 완전히 깜깜해진 후에야 다시 출발했다. 점심 저녁을 먹여주고, 환타에 커피에 차까지,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까지.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제공해 주고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던, 기차 식당차 아저씨와, 기차 관계자 아저씨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이미 어두워져 아무래도 좋은 곳에서 마지막으로 볼일을 보고는 다시 기차를 탔다. 그렇게나 덥더니,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날은 다시 선선해져, 방한용 두터운 잠바를 다시 입어야 했다. 잠바를 껴입고, 목도리 대용 천을 두르고, 어제와 같이 다들 바닥에 누워 잘 준비를 시작하자, 나도 가방을 베고, 어제처럼 다시 누워 불빛이라곤 없는 기차 안으로 쏟아져 .. 더보기
기차, 멈추어 서다 그렇게 유일한 사람, 두두의 배웅을 받고도, 내가 탄 차량을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한참을 더 역 안에서만 왔다갔다 하더니 드디어 출발하기는 했다. 8시 45분에. 화물칸의 마지막에 연결된 유일한 차량은 그나마의 나무의자도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창은 있지만 창문은 없어, 먼지도 바람도 그대로 들어오는 그런 차량이었다. 새벽 일찍 지부티에 도착할거라는 이야기에, 두꺼운 잠바를 껴 입고, 밤을 날 준비를 했다. 기차가 자주 서기는 했다. 잠시 달리고 한참 서고를 반복하던 기차는 역이 아닌 곳에서도 멈췄다. 도대체 여기서 뭘 하려고 서는걸까를 생각하다, 밖을 바라보며 별을 찾다가 꾸벅꾸벅, 나도 졸기 시작했다. 졸다가 딱딱한 나무의자에 엉덩이가 아파 깨기를 몇차례. 기차는 아까부터 계속 멈춘 채였다... 더보기
아프리카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디레다와에서는 별일은 없었다. 우리한테 이야기를 듣고, 소말리랜드로 가는 성애와 같이 디레다와로 넘어 와서, 곧장 지부티로 넘어가는 기차를 타지 않고 1박만 하고 버스를 타든지 하려고 했지만, 버스는 비싸고, 화물차에 탑승칸이 하나 붙어 있는게 다음날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기로 했지만, 화물차는 하루 연기되었다. 2박3일 디레다와에 머무는 동안, 지부티로 넘어가면 누리기 힘든 즐거움, 낮부터 밤까지 맥주를 마시고, 심심할 땐 성애와 둘이서 고스톱을 치고, 돈을 따서는 그 돈으로 밥을 샀다. 점점 꾼이 되어가는 것 같다. 맥주를 마시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소말리 다녀오는 길에 만났던 안토니오, 스페인친구를 다시 만났다. 안토니오는 영어를 못하는 백인이다. 상식을 깨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