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가

여행에 관하여 바닐라 아이스크림 두 스쿱이 얹어진 따끈따뜩한 애플파이는 맛있었다. 맛있게 먹으며, 또 여행자들의 자랑이야기가 시작되더군. 나온지 얼마나 됐어요? 하는 질문에, 한 아이가 자랑스럽게, 최근 3년간 반은 일본에 있었고, 반은 나와 있었어 라고 하더군. 같은 질문이 나에게도 돌아오길래 최근 5년간 3개월, 한국에 있었다고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군. 보통 얼마나 여행했냐는 질문에, 이번엔 몇달, 다 합하면 몇년, 그렇게들 답하는데, 그 아이가 그렇게 답하길래, 나도 같은 식으로 답을 해 본거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놀라워하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댔다. 그렇게 우와 하는 말을 듣는게 쑥스러워, 나는 요즘 누가 먼저 물어오기 전에는 여행기간은 잘 묻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돌아다녔는가가 뭐 그리 중요.. 더보기
산 사람은 먹어야 산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 갔다. 멀리 간 건 아니고, 호텔 바로 앞으로 나와 배를 탄 것 뿐이지만. 뭐, 배타고 보는거나, 그냥 강가에 앉아서 보는거나 별 차이는 없더라만. 카나요가 아니었으면, 물론 그 새벽에 일어나 가지는 않았을거고. 배를 타고 내려서는, 한 시간 가까이 산책을 하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 먹고, 요구르트 먹고, 차 마시고, 우유까지. 과식을 했는데, 마지막의 우유가 문제였던 것 같다. 호텔로 들어가 잠을 자는 내내, 뱃속이 출렁거리고 부대꼈다. 뱃속에 우유를 넣은 커다란 고무풍선이 들어있는 듯했다. 낮잠을 자고 난 후 카나요와 함께 시장거리를 걸어다니는데, 설사가 시작되었다. 배는 계속 아프고, 좀 있으니 무릎이 후들거리는 거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먼저 호텔로 들어가.. 더보기
푸자 그 외에 바라나시에서, 별다른 일은 없었다. 쇼핑이나 하러 다니고, 거의 매일밤 푸자를 보러 다닌 것 정도. 인도가면 옷 사야지, 인도 가면 다 버려야지 했던 내 계획대로, 옷 사서 입고, 아프리카 내내 함께한 구멍 뚫리고 닳고 헐은 옷들을 다 쓰레기통에 집어 넣고, 좀 성한 건 남주고, 했다. 인도 옷으로 사악 갈아 입었다. 역시 인도의 쇼핑은 즐겁다. 싸고 예쁜 옷들이 잔뜩 있고, 흥정하는 재미까지 있으니. 옷을 갈아입고, 나는 푸자를 보러 다녔다. 푸자는 제사의식 같은거다. 생명의 강, 강가에 있는 많은 가트들, 가트는 제단, 이라고 하면 될까. 가트는 종류가 있다. 죽은 사람들 화장하는 가트, 제사를 올리는 가트, 목욕하는 가트 등. 강가에 있는 수십개의 가트들 중에서 몇몇 큰 가트에서 매일 저녁.. 더보기
바라나시 이삼일만에 뜨려던 바라나시에 온지, 벌써 일주일 가까이 되었다. 늘 그런 식이다. 잠시만 왔다 가야지 하며, 예정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 버린다. 몸도 마음도 자꾸만 축축 늘어지게 되어, 그럴까봐 빨리 뜨려던 건데, 그래서 결국, 또 오래 있게 되었다. 이제 흐르는 갠지스에 보내야 하는데, 보내려고 온 건데, 여기까지 오고 보니, 보내기 싫은건 왠지, 놓아주기 싫은건 왜인지. 머릿속이 복잡해서, 미칠 것 같다. 도착하고는 곧장, 예전에 묵었던 숙소로 왔다. 언제나 인기 많은 숙소인만큼, 성수기가 끝나지 않은 지금은 당연히 만원. 다른 곳에서 2박을 하고 사흘째에 다시 이곳에 체크인을 했다. 첫날 저녁엔, 푸자를 보러 갔다. 생명의 강 갠지스, 생명의 신께 드리는 제사지. 푸자를 보고, 꽃으로 장식된 접시에.. 더보기
thinking temple 그런 이름이 붙여진 사원이란다. 옛날 어느 불효막심한 왕이 저 사원 하나랑, 자기를 젖먹여 키워주신 어머님의 사랑을 맞바꾸려고 절을 줄테니 모자간의 관계를 끊자고 했단다. 그러자 절은 계속 기울어져 지금의 저 모습이 되었단다. 2008.06.1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