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받아 둔 영어로 된 주소를 보여주니, 택시기사들이 전부 이건 주소가 아니라고,
스트리트명을 대란다. 모른다고 해도 자꾸만 스트리트명이 뭐냔다. 모른다고! 하며 나중엔 성질을
버럭 냈다. 전화를 해보니 잘못된 전화였다. 악몽이었다.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기사가 아무 택시나 잡아주며 무조건 타고 가란다. 갈 데를 모르는데
택시를 타고 어딜가란 말인지. 성질을 막 내 버렸다. 그랬더니 50솜을 주며 택시 타고 아무 호텔로나
가란다. 일단 시키는 대로 택시를 타고 앉았으려니, 내가 탄 택시 문을 열고는 잘가라고 인사한다.
나 이것 참.
일단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숙소로 가보자 싶어 책을 보는데 어디로 가느냐며 잠시 멈추어 선 녀석이
불을 켰다 껐다 하며 장난을 친다. 첨엔 실수로 그러는 줄 알았더니, 나중에 보니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성질을내줬다. 많이 까칠해져 있는데 장난이라니.
지명을 댔다. 잠시 달리는 듯 하더니 으슥한 골목 같은 데에 세운다. 왜 안가느냐고 그랬더니,
얼굴을 들이밀면서 어디간다고? 그런다. 욕하면서 노려봤더니 조금 주춤하면서 거기 가려면
500솜이야이지랄 한다. 너 이 새끼 미쳤냐, 하고 욕을 퍼붓고는 내려버렸다. 잡는다. 뒤도 안돌아보고
골목을 다시 돌아 큰 길로 나갔다. 다행히 거기 서서 부르기만 할 뿐 따라오지는 않는다.
사실 좀 긴장했었다. 여자 혼자, 이렇게 늦은 시각에 처음 오는 도시에 도착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가능하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벌써 두번째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일단 그 미친택시로부터는 도망쳐 왔지만, 막막했다. 딱 한사람, 길가에 사람이 서 있길래,
그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우선 시내로 나가자 싶어 지도상에서 번화할 것 같은 곳을 댔다.
그 사람이 몇번이나 시도하며 택시를 잡아줬다. 그런데 막상 거기까지 가보니 전혀 번화하지 않은거다.
하루만 우선 조금 비싸더라도 묵자 싶어 가이드북상의 호텔을 찾아 갔더니 문이 닫혀있다.
기사가 다른 호텔에 가보자하며 이름을 대길래 가이드북을 보니, 몇백불짜리 호텔이다.
거긴 못간다고, 어떡하지 하고 있으니 자기도 가봐야 한다며 빨리 얘길하란다.
일단은 시내 중심으로 가자고 하고 돈을 줬다. 그 기사도 착해서 날 그냥 두고 가지는 못하고,
다른 호텔을 이리저리 찾아다녀줬다.
결국엔 안되겠다 싶어, 그냥 인터넷까페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돈을 조금 더 주고 보냈다.
안되면 인터넷 까페에서 밤새고 아침에찾지 뭐 하는 생각도 했다. 이제까지 알아본 곳 중 가장 싼 곳이
60달러였는데, 그런 돈을 쓸 수는 없었다. 터키에서 일하던 동안 모로코에 갔을 때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3성호텔에 들어가 자버렸지만, 지금 나는, 가난한 백패커인거다.
인터넷을 열어 혹시나 하고, 내가 모르는 일본사람에게 물어둔 답이 왔나 확인해 보니 와 있었다.
그 숙소로 가는 방법, 답은 트램 6번을 타고 가라는 거였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없이 트램타고 가는
방법만 적혀 있다. 하지만 시각은 1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그시각에 트램이 있을리 없었다.
어떡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택시를 타자.
08/04/2008 07:12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