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브존 일기 7, 8 - 리제
4월 19일, 4.19다. 그래, 이런 것들도 잊고 산지 이미 오래다. 한국을 떠나 살면서 마음까지도 다 가지고 나와서 살고 있는 거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샌가 난 그렇게 되어 있었다. 딱 두 캔만, 이라고 생각하고 마신 맥주가 끝나버리자, 어중간하게 마셔서 그런지 머리 속이 너무 복잡해졌고, 결국 벌떡 일어나서 사러 나가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어제 둘이서 마신 맥주가 열 캔. 미쳤지. 잘도 마셨지. 그래도 어젯밤엔 재밌었다. 일주일이나 같이 지내면서도 필요한 말 외엔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과,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내 이야기도 많이 했고, 저 친구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오랜만에 웃기도 하고, 그렇게 맥주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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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브존 일기 1 - 흑해다!
어제 새벽 2시까지 맥주를 마시고 3시반 픽업을 타고 공항으로 가서, 또다시 두시간 반이나 기다린 다음에야 6시 40분 트라브존행 오누르항공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졸음과 싸우면서 피로와 싸우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짓 하지 않으리 맹세 했다. 버스표를 구할 수 없었고, 가격차이 얼마나지 않으니까 비행기를 타라는 주위의 권유 때문에 그렇게 하긴 했지만,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좀 더 편할 줄 알았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어제 하루는 완전히 비몽사몽이었다. 도착해서 차 마시고, 세수만 한 상태에서 잠 들었다 깼다를 오후 다섯시까지 반복했다. 그래도, 그렇게 피곤했지만, 트라브존에 도착해서 공항 활주로 옆을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바다다, 흑해다, 난 역시 바다가 좋다. 안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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