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한국의 3월은 5년만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나오는 전철 안에서 한국의 3월이 이렇게 삭막하고 황폐했던가, 생각했다. 2년 가까이만에 들어온 한국.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나오는 전철 안에서 여기선 못살겠다, 생각했다. 예쁘고, 깔끔하고, 단정하고, 손에손에 들려있는 각종 단말기들. 예전, 탄자니아에서 만났던 인도계 영국아이가, 한국의 하이테크놀로지가 그럽지 않느냐고 물었었다. 가끔은 그런 것들이 그립기도 했지만, 역시 하이테크놀로지 속에 묻혀 살고 있을 때면, 그런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욕망이 더 커진다. 촙다. 5년 전에 사 둔 옷을 이제서야 입게 되었다. 어젠, 운전면허증 갱신하러 갔다가 외국인으로 오해 받았다. 얼굴이 많이 하얘졌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저 내 생각이었을 뿐인가보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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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부줌부라, 부룬디로
다음날 아침, 또 여유있게 국경을 넘었다. 부룬디는 작은 나라니까, 국내에서의 이동은 짧을 거니까. 어제의 식당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간에 출국도장을 찍고, 국경까지 갔다.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은 차림으로 서 있는 곳의 선을 하나 넘었을 뿐이지만, 여기서부터는 부룬디, 다른 나라다. 이제부터는 불어를 쓰는 사람들인거다. 봉쥬르. 국경을 넘고, 처음 들은 말이었다. 언덕 위에 있는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에 계단을 올라가서 입국도장을 받고, 또 합승 택시를 타야했다. 수도인 이곳, 부줌부라로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지. 계속 이동에 이동, 거기다, 여기서부터 상민이의 설사가 심해져 아직도 드러누워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나는 구운 옥수수를 하나 먹었지만, 상민이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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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국경으로
다음날, 힘든 이동은 또 이어졌다. 중간 목적지는 Biharamulo라는 곳. 버스는 일단 배를 탔다. 그래서 우리는 버스요금 외에도 배삯을 더 내야했다. 왜 배를 탔는가. Victoria라는 호수를 살짝 건너야 했기 때문이었다. 빅토리아 호수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나일강의 수원이 되는 호수다. 30분쯤 배를 타고 가다가 내린 버스는 또 비포장도로에서의 이동을 계속했다. 그래도 이번엔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그나마 그 전날 같은 생고생은 안했다. 꼬리뼈가 닳아 없어지겠다, 라든가, 엉덩이에 진물 나겠다, 하는 대화를 주고받을 만큼 의자는 딱딱하고, 저절로 자꾸만 열려 버리는 창으로, 비포장도로가 뿜어대는 흙먼지를 들이켜야 한다는 사실은, 뭐, 포기해야 했고. 비하라물로에 내려서는 그 다음 도시까지,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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