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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쉬켄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은 재밌는 나라다. 중앙아시아의 북한이라고 불리는 폐쇄된 나라지.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중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독립을 했고, 그 후 2006년 12월까지 투르크멘바쉬(투르크멘의 머리, 지도자)라고 나중에 이름을 바꾼 종신 대통령에 의해 통치되던 나라다. 천연가스가 아주 풍부한 나라라 가스도 전기도 수도도 공짜로 쓰는 곳이다. 물가가 쌀 수 밖에 없지. 황금을 아주좋아하고, 기록을 만들기 좋아하던 대통령 덕에,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많이 가진 나라지. 국가의 수퍼스타, 국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적어도 언뜻 보기엔 그런 단 한사람, 투르크멘바쉬가 거리마다 관공서마다 장식되어 있다. 터키의 아타투르크처럼, 시라아의 대통령처럼, 그리고 북한이 그럴거라고 생각되는 것처럼. .. 더보기
쿡시와 국수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로 돌아와 동네에 하나 밖에 없는 듯한 구멍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 동네 아이들이 끈질기게 따라 왔다. 첨엔 헬로헬로 소리만 지르더니, 나중엔 용기를 내서는 따라오며 옷도 만지고, 가방도 잡아당기고 하는거다. 한순간 홱 돌아서 뒤에 바짝 붙어 잡아당기던 녀석들 둘의 머리를 재빠르게 때렸다. 이런 건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 때에 헛손질이라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더 기고만장해서 웃고 약을 올리게 되거든. 실수없이 한대씩 쥐어박아 줬더니, 한놈은 멀리 도망가고, 한놈은 완전 울상이 되어 서 있더군. 그리고 아이들은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심하게 까부는 아이들을 혼내주는 건 에티오피아 이후로 습관이 되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해뜨는 걸 보러 가고 싶었지만, 혼.. 더보기
5년만의 체스, 10년만의 볼링 타쉬켄트를 떠나 사마르칸드로 갈 땐 카즈와 함께였다. 사마르칸드엔 왜 또 갔느냐고? 사실 사마르칸드엘 또 간게 아니라, 거기서 묵었던 호텔에 다시 간거였다. 아주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고, 중간에 정원이 있어 기분좋은 호텔이거든. 타쉬켄트를 떠나면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 도착하기까지 미친듯이 달려야하는데,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치는 듯하여, 하루 쉬었다 가기로 한거다. 여전히 많은 일본아이들이 몰려있었고, 그 중 한 아이와 나는 체스를 뒀다. 5년만의 체스였다. 다른 아이와 함께 두고 있는걸 보고 있으려니, 다시 옛날 생각이 났고, 두고 싶지 않았지만, 내 앞에다 체스판을 놓고는 말을 다 늘어놓은 뒤, 먼저 두세요, 하고 재촉을 하는 바람에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5년만이라 생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 더보기
추억의 타쉬켄트 편지는 이제 겨우 우즈베키스탄을 시작했을 뿐인데, 나는 지금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쉬가밧을 떠나,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는 페리가 출발하는 투르크멘바쉬로 가는 기차 안이다. 중앙아시아가 거의 끝나가는 거다. 두샨베에서 참 길게도 편지를 썼던 날들 외에, 우즈벡으로 넘어온 이후로는 거의 편지를 쓸 시간이 없었다. 너무 탓하지는 마라. 편지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내가 이곳저곳 부지런히 다니고 있거나,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해줄 누군가가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니까. 타쉬켄트에서는 바쁘진 않았지만, 같이 맥주 마시면서 수다 떨 친구들이 늘 있었고, 1주일만에 타쉬켄트를 떠날 때는 일본친구와 함께였다. 사마르칸드에서 부하라로 갈땐 다른 일본아이들 셋이 더 붙어 무려 다섯명이 함께 이동했고, 그 중 한명이랑 히바, 모.. 더보기
드디어 떠나다 타쉬켄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까지 왔다. 지난 열흘간, 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 중앙아시아행은 착착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비자도 다 받았고, 터키까지는 순조롭게 가는 일만 남았다, 생각했더니 그루지아에서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 열흘간 생긴 일들중 가장 나빴던 건, 카메라 충전기가 망가진거다. 정말이지 땅을 치고, 벽에 머리라도 찧으며 자학이라도 하고 싶었다. 씨벌, 이놈의 두샨베에서는 되는 일이 없어! 하면서. 두샨베 시내를 다 뒤져봤지만, 내 카메라와 똑같은 카메라는 없고, 호환되는 거라도 없을까 싶어 물어볼라치면,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고개를 저으며 노! 라는 말부터 나오니. 절망했었다. 한국에서 받으려고 해보니, 그것도 쉽지가 않아 십몇만원을 들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