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베이트 알 파키프 시장과 세계유산 자비드 마을 다음날은 금요일, 베이트 알 파키프라는 곳에 큰 시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예멘에는 1주일에 한번 서는 7일장이 많다. 장이 열리면 그 근처 산간마을 곳곳에서, 자급자족으로 해결 못하는 것들을 사고, 남는 것들을 팔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온단다. 그 중 하나, 호데이다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마을의 장날을 보러 갔지. 여기도 물론 오전 중에 끝나기 때문에 아침 일찍 갔다. 시장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한두사람이 겨우 지나칠 수 있을만큼의 통로만 두고 빽빽이 노점상들이 들어서 있었다. 첨엔, 이런 곳 다니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그냥 갈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야채상, 물장수, 튀김장수, 달고나 장수들을 지나 좀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니 시장은 비교적 헐렁해졌다. 그래도 그 시장은 .. 더보기
'찻'에 관하여 찻 에티오피아와 그 몇몇 주변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찻을 아는 것은 필수다. 에티오피아의 장거리 이동 중의 버스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씹는 것이 찻이고, 소말리랜드나 지부티의 1-2시 이후의 오후시간을 장악하는 것이 찻이다. 혹은 캇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염소처럼 풀을 뜯으며, 한쪽 볼을 불룩하게 만들어가며, 입술 주변은 초록색으로 물들인 채로 이야기를 나누며 콜라나 물을 마시고 있는 장면은, 아주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다. 시장통이나 마을의 골목길가에 작은 좌판을 내어 놓고, 얇은 나뭇가지를 다발로 팔고 있는 모습도, 한번도 보지 못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에티오피아의 북부가 원산지인 찻은 일종의 식물이고, 하라르산 찻이 가장 질이 좋다. 키가 작은 나무에서 .. 더보기
소말리랜드를 떠나며 나 이제는 너를 떠나려 하네, 아직 못다한 말들을 여기에 남긴채. 나 이제는 나의 길을 가야만 하네, 아무도 모르는 곳이지만 너를 두고 가야하네. 수많은 별들이 가득한 이밤, 창가에 스치는 얼굴들. 모든 것이 여기에 있는데, 내가 정말 떠나야 하는지. 하르게이사를 떠나며 내가 흥얼거리던 이 노래에 수현이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이렇게 좋은 소말리랜드를 두고, 지옥같은 에티오피아로 돌아가야 하다니. 에티오피아로 들어간 순간부터 우리의 싸움은 또다시 시작되었지. 우리가 떠나는 길에, 아흐멧이 택시 정류장까지 배웅을 와 주었다. 호텔 근처에 있던 캇 가게 아저씨다. 얼기설기 천조각을 연결해서 만든 움막이다. 이 담배.. 아주 쌌다. 한보루에 2천원. 2008/06/20 더보기
시샤와 찻 에티오피아에선 에티오피아인들을 그렇게 싫어했건만 지부티에서 나는 에티오피아인들과 놀고 있었다. 찻 씹으며, 시샤 피며, 콜라에 맥주도 마시며.. 언뜻 보면 아주 불량스러운 분위기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평화로운 시간이다. 아무 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 이 시간만큼은 평화다. 지부티에서 오후 한시가 넘어가면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방 안에서건 길거리에서건 누구나 캇 타임을 가진다. 2008/06/08 더보기
사나아로 돌아가는 길 예멘에서는 마지막 이동이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갑자기 버스는 길가에 멈추어 섰고, 빨리들 내리라고 했다. 사람들이 허둥대며 모두들 내렸다. 내려서 보니, 버스 지붕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몇몇이 캇을 씹느라 볼을 불룩하게 하고는 올라가서 물을 붓고 소화기를 뿌려대고 난리였다. 하지만 결국 버스는 고쳐지지 않았고, 우리는 미니버스를 잡아타고 사나아까지 돌아와야 했다. 2008/06/2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