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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귀리아로 가는 밤버스는 카라카스 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변두리를 둘러서 달렸다. 창 밖으로 보이는 카라카스는 드문드문 불을 밝힌 산동네가 전부였고,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온 수도의 야경이라도 보고 싶었던 나로선 약간 실망스러웠다. 열다섯 시간, 다시 밤차를 달려 도착한 귀리아는 항구도시다. 베네수엘라 북쪽 해변의 가장 동쪽에 있는 마을이지. 유명하지도 않은 이 마을에 온 이유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행 배를 타기 위해서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뭘 보러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중미가 끝날 무렵부터,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가고 싶었다. 일반적인 여행자라면 일정에 그런 나라를 넣을 리 없지만, 내 꼬드김에 나와 동행하기로 결정해 준 두 사람이 없었다면, 나도 어쩜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여행자들에겐 불모.. 더보기
카라카스 통과 처음 말해 온 금액보다는 싸게 해결하긴 했지만, 부당한 돈을 뜯긴 우리는 화가 났다. 나쁜 새끼, 개새끼, 온갖 욕을 퍼부으며 얼른 돌아와 우리를 한참이나 기다려 준 택시에 사과하고 올라타면서도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 놈이 우리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작정한 이상, 일개 여행자인 우리는 국가공무원인 그 놈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협상만이 살 길이었다. 그 놈도 한번 돈을 요구해 온 이상, 한푼도 받지 않고 물러설 리는 없었고, 그렇다고 달라는대로 다 줄 수도 없는 거였다. 싸게 해결한 거라고, 최선의 방법으로 통과해 온 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했지만, 그래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다. 마라카이보까지 가는 두 시간 동안, 숱한 검문소를 통과했고, 그 때마다 우.. 더보기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그냥 통과만 한 카라카스다. 위험한 걸로 유명한 곳, 물가도 엄청 비쌌다. 마라카이보에서 밤차로 도착해서는 곧장 밤차로 다시 귀리아로 갔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가는 배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만 친 것이 아쉬워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던 지하철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국경에서 이미그레이션 오피스 직원이랑 한참 실랑이 끝에 결국 약간의 돈을 뜯긴 상태라, 경찰에게 걸리면 또 돈을 뜯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나는 몰래 셔터를 눌렀다. 카라카스의 떼르미날 데 오리엔떼. 베네수엘라의 동쪽 끝 마을, 귀리아로 가는 버스는 여기서 출발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