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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데이다의 시장 구경 3년 전, 다합에서 즐기던 홍해를, 그 건너편인 예멘에 와서 봤다. 그땐 홍해로 떠오르던 해를 봤는데, 이번엔 반대로 해가 지는 홍해를 봤지 사실 홍해의 석양은 별거 없더군. 붉은 기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석양을 호데이다에서, 기대에 차서 보다가, 해가 아니라 달 같군, 하는 생각을 했다. 호데이다는 더웠다. 수도인 사나아는 해발고도 2300미터에 위치한데다 건조하기까지 해서, 한낮의 태양아래만 아니면 서늘했는데, 호데이다는 바로 바닷가니 습하기까지 해서, 2월이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더웠지만, 그래도 겨울이라, 저녁이면 선선해져서 바닷가의 노천까페(라고는 하지만 의자만 몇 개 놓여있을 뿐이다)에서 시샤를 피고 놀기 좋더군. 바닷가에 위치한 큰 도시니만큼 사람들도 복작복작하니 많더군. 사람들 사는 모습 구.. 더보기
낙타고기, 악몽같던 첫외식 하루종일 이동해 왔으니 뭐라도 좀 먹어야했다. 가격이 전부 달러로 표기되어 있어 꽤 비싼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미 어두웠으므로 그냥 호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환전부터 해야 했다. 어디서 환전을 하면 되는가를 물어보니, 친절하게도 같이 가준다. 멀지도 않은 호텔 입구 앞에 많은 환전상들이 창살친 상자에 돈을 가득 쌓아 놓고, 앉아 있었다. 남은 에티오피아 브르를 50달러 조금 넘게 환전을 했더니 돈다발을 일곱뭉치나 준다. 전부 500실링짜리. 그래서 큰 돈으로 달라고 했더니 그게 제일 큰 돈이란다. 1달러가 6,000실링인데, 50불이 넘으니 3만실링이 넘었고, 그게 전부 500짜리니 600장이 넘는거지. 그 돈다발을 들고 밥 먹기는 좀 그렇다 싶어 우선 방으로 들어와 사진.. 더보기
불량써클과 2차 자리잡기전쟁 차드를 씹는 불량써클은 새벽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차드를 씹고, 시샤를 피면서, 피차 유창하지 못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차드는, 말 그대로 그냥 나뭇잎을 씹는거기 때문에 썩 맛인 좋은건 아니다. 그냥 풀 씹는 기분이라, 삼키기 힘들때도 있다. 그래서 보통 차드를 씹으면서는, 설탕이나 땅콩을 같이 씹거나 물이나 음료수를 같이 마신다. 그날밤에 내가 먹은 나뭇잎은 얼마이며, 내가 마신 콜라는 또 몇병인지. 그렇게 차드를 씹으면서 열두시가 넘도록 꽤나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종교에 관한 이야기며, 국제정세에 관한 이야기며, 내 영어 수준으로는 도무지 힘들 것 같은 이야기들까지. 내가 비록 불량서클이라고 이름을 짓긴 했지만, 젊은이들은 밝았다. 예의도 지킬 줄 알았다. 만약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날 계획.. 더보기
아르바민치에서의 또하루 ] 그 친절한 일본인은, 다른 마을을 한군데 들렀다 왔기 때문에 우리보다 하루가 늦은 거였다. 그리고 변명하듯, 같은 호텔에 묵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셋이서 함께, 친절한 일본인이 찾아놓은 생선가게에서 인제라와 함께 생선을 먹었다. 아르바민치가 맘에 든 나는 하루 더 묵기로 했다. 다음날은, 푸욱, 오래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이미 몸에 익어버려 일곱시가 채 안되어 눈이 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그 활기찬 아르바민치의 아침을 구경할겸, 아침 식사를 할겸, 또다시 아침산책을 나섰다. 어제 무리 했으니, 오늘은 조금만, 하며 동네를 한바퀴 돌아 구경하는데, 한 여자가 나를 따라 왔다. 10년전 자기가 아직 어렸을 때, 한국으로 일하러 간 아.. 더보기
소말리랜드 하르게이사와 라스길 소말리랜드 2007년 10월-11월 많은 사람들이, 계속되는 전쟁으로 하루에도 수십명씩 죽어나가는 소말리아와 같은 나라라고 알고 있지만, 소말리랜드는 소말리아와는 다른 독립국가이다.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1991년의 전쟁 끝에 독립을 하게 되었고, 아직까지 전쟁의 상흔을 가지고는 있지만, 밝고 즐거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슬람국가다. 도무지 볼거리라고는 없는 소말리랜드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완벽한 이슬람국가이므로 여성여행자라면 그들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써 주는 것이 도움 받기도 쉽고, 여행하기 편하다. 소말리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찻이다. 에티오피아에서 100퍼센트 수입되는 찻은 소말리랜드 전국의 오후를 장악하며, 물가에 비해 비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