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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카

전쟁터, 에티오피아 정말이지.. 참으로 오랫동안 편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징카를 떠나 아르바민치와 샤샤메네를 거쳐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하기 까지는 참 바쁘게 다녔고, 에티오피아에 조금씩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편지를 쓰고 있을 겨를이 없었고, 아디스에 도착한 이후로는 같은 호텔에서 만난 한국애랑 참 오랜만의 한국어에 반가워하며 계속 수다를 떠느라 또 편지 쓸 시간을 갖지 못해 결국 이곳 소말리랜드의 수도 하르게이샤에 오고도 5일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편지를 쓰기로 맘먹게 되었다. 징카를 떠난 후 2주가 넘는 시간동안, 참 많은 이야기거리를 남겼다. 에티오피아는 전쟁터다. 에티오피아에서 보내는 시간은 전쟁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내 몸의 어딘가에 새로운 자국을 남겨 벅벅 륵게 만드는 찐드기와의 전쟁, 거리.. 더보기
마을의 구경거리 잠시 두시간정도 산책을 다녀왔다. 큰 길을 벗어나지 않고, 메인도로를 따라 언덕위로 주욱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길에 초등학교가 있길래 잠시 서서 구경하고, 살짝 골목길로 들어갔다가 나와서는 작은 찻집에 앉아 차를 마시고, 돌아오는 여정에, 300명 정도 되는 사람이 나를 쳐다봤고, 100명 정도가 나한테 유, 유! 혹은 차이나! 혹은 자파니즈! 라고 말을 던졌고, 20명 정도와 악수를 했고, 그 중 10명 정도가 내 머리를 만졌다. 이 작은 동네에서. 저녁 먹으러 나갔더니, 남자 두명이 제 맘대로 내 테이블로 옮겨와서 앉더니, 아침에 까페에서 널 보고 말을 걸었는데, 왜 대답을 안했느냐고 묻더라. 먹을 땐 방해받고 싶지 않고, 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말을 걸어오기 때문에 일일이 다 답을 해.. 더보기
잠시 휴식 이제부터는 진짜 혼자 간다. 친절한 일본인과도 이제 떨어졌다. 계속 같이 가도 되었지만, 그냥 혼자가 낫겠다 싶었다. 어젯밤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면서 끌어안는 바람에 깜짝 놀랐지만, 더더욱 헤어지길 잘했다 싶었지. 어제는 하루종일 뒹굴뒹굴 했다. 그 전날 맥주를 마시고 잤더니 아침에 일찍 깨게 되었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화장실에 갔다가는 더 잠은 안오고, 빨래나 샤워를 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추워서, 동네 한바퀴 산책을 나섰다. 장이 안서는 날이라 그런지,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동네는 한산했다. 하지만 골목을 지날때면 어느 틈엔가 아이들이 나타나 유, 유!를 외치는 것은 여전했다. 한시간쯤 허적허적 걸어 다니다가 작은 차이집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 컵의 3분의 1을 설탕으로 채운 달디단 차다. 에.. 더보기
옛날의 전사, 물시족을 만나다 사진은 어떡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시족의 사진을 찍으려면 어른 2브르, 아이 1브르를 내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길래, 돈 주고 사진을 사느니 차라리 그림엽서를 사겠다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래도 한장 정도는 찍어둘까 어쩔까를 고민하며 걷는데, 우리가 찾을 필요도 없이 물시족이 먼저 우리를 찾아 왔다. 막 달려와서는 사진을 찍으라는 거다. 가죽으로 만든 치마 비슷한 것에 위는 그냥 천 한장으로 앞만 살짝 가린듯 만듯, 귀에다가는 지름 10센티쯤 되는 접시를 끼운 여자 아이들이었다. 경쟁하듯 two birr!를 외치며 달려들어 사진을 찍어달라는 아이들한테, 필요없다고, 안찍는다고 말해줬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실로 그 접시들이 대단하기는 했다. 귀에다, 혹은 아랫입술에 구멍을 뚫어 첨에는 작은 .. 더보기
드디어 징카의 장터로 일어나서는 아직 마르지 않은 옷가지를 바깥 빨래줄에 널고, 찔찔 나오는 물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는, 친절한 일본인과 함께, 길 건너편으로 차를 마시러 갔다. 여덟시에서 아홉시 사이에 올거라는 버스가, 더 빨리 올 리는 없다고 확신하면서, 여유있게 차 마시고 동네구경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버스가 왔다는 거다. 허겁지겁 화장실도 다녀오고, 마른 옷은 가방에, 덜 마른 옷은 비닐에 대충 쑤셔 담고 부리나케 버스로 달려 갔다. 다행히 버스는 아침식사를 하는 듯, 제법 오래 머물렀다. 자리를 확보하고, 장거리를 갈 마음의 준비를 했다. 드디어 버스는 움직여 출발했고, 콘소에서 징카까지의 길은 험했다. 우기를 보낸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서인지 군데군데 길은 끊어져, 버스는 사륜구동 지프인양 냇물을 건너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