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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라

먼 길, 수단으로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이동은 시작되었다. 택시기사와 싸워 흥정을 해서 버스정류장까지 갔다. 자기가 있을 거니까 찌끄레이 옐름! 노 프라블럼이라던 차장아저씨를 찾아 두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앞자리는 꿈도 못꾸고 뒷 문 쪽에 서서, 문이 열리면 시작된 자리전투를 각오하고 있으려니 어떤 놈이 내 앞으로 기어 들어오려고 하길래 나도 절대로 안비키고 뻐팅기고 섰다. 그랬더니, 나를 노려보면서 차이나!라고 하는거다. 순간, 이 씨팔! 하고 싸우려는데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아 끌었다. 버스 차장이 나를 데리고 가서 앞문으로 태워주었다. 나만 먼저. 덕분에 기사 뒷 맨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1박2일을 가는 내내 그 차장이 그렇게 잘생겨 보일 수 없었다. 돈을 요구하는게 아닌가 잠시 .. 더보기
다 좋은 사람들이다 또 깜빡깜빡하다 깼을 때는, 새벽이었다. 해가 뜨고 있었다. 나도 일어나 앉았다. 일어나긴 했지만, 아직은 춥고 졸렸다. 사람들은 역으로 몰려온 사람들이 파는 짜파티와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난 아무것도 먹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기차는 다시 고장인게 아닌가 하는 내 염려를 뒤로 하고, 출발했다. 햇빛에 등을 쬐며 바람을 피해 앉아 또다시 꾸벅꾸벅 졸고 있으려니, 누가 다가와 you!하고 부른다. 또 뭐야, 하고 잠시 무시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다른 사람이 hello!라고 가르쳐주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제 비스켓을 준 그 군인이 똑같은 비스켓을 손에 들고 나한테 먹으라고 준다. 어제는 창틀에 머리를 기대고 죽은 듯 눈을 감고 있을 때, 누가 차벽을 자꾸 두드리길래 날 부르는 것일리 없다 .. 더보기
아르바민치에서의 또하루 ] 그 친절한 일본인은, 다른 마을을 한군데 들렀다 왔기 때문에 우리보다 하루가 늦은 거였다. 그리고 변명하듯, 같은 호텔에 묵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셋이서 함께, 친절한 일본인이 찾아놓은 생선가게에서 인제라와 함께 생선을 먹었다. 아르바민치가 맘에 든 나는 하루 더 묵기로 했다. 다음날은, 푸욱, 오래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이미 몸에 익어버려 일곱시가 채 안되어 눈이 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그 활기찬 아르바민치의 아침을 구경할겸, 아침 식사를 할겸, 또다시 아침산책을 나섰다. 어제 무리 했으니, 오늘은 조금만, 하며 동네를 한바퀴 돌아 구경하는데, 한 여자가 나를 따라 왔다. 10년전 자기가 아직 어렸을 때, 한국으로 일하러 간 아.. 더보기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 2007년 10월-12월 많은 여행자들이 말하길, 에티오피아는, 좋은데, 사람과 음식에 질리는 나라다. 거리를 나서면 유! 차이나!의 외침, 외국인만 보면 달려들어 머니!를 외치는 아이들. 특히나 여성여행자라면 어떻게든 들러붙어 보려 치근덕거리는 남자들. 남자여행자들은 다른 아프리카 여자들에 비해 예쁘고 옷차림이 화려한 에티오피아 여자들에 행복해 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어 정보노트에서 본 정보. 예쁜 에티오피아 여자친구를 만드는 조건. 첫째, 돈이 많다. 끝. 그들의 음식은 인제라다. 인제라는 얇게 만든 팬케익 같이 생긴 빵이다. 널따란 쟁반에 인제라를 펼쳐 놓고, 그 위에 고기나 다른 재료로 만든 음식을 올려, 한손으로 인제라를 뜯어 같이 먹는 식이다. 약간 신맛이 있고, 특히나 남부로 가면.. 더보기
인제라 호수가 있는 아르바민치에서는 특정한 요일에만 생선마리네 비스무리한 요리와 함께 인제라를 먹을 수 있다. 저렇게 푸짐하게 차려서 1200원이었다. 스프도 같이 줬지만.. 두모금 이상 마시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이것은 에티오피아의 유명한 3단 쥬스. 스프리스. 초록색은 아보가도, 분홍색은 파파야, 주황색은 망고다. 저건 그냥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맛있고, 휘휘 저어 섞어 먹어도 맛있다. 저것이 아르바민치에선 300원, 비싼 곳에 가도 6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다. 2008/06/1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