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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차웅따로 가는 길 보름 밖에 안되는 미얀마에서의 귀한 시간을 알뜰하게 보내기 위해서, 우린 야간버스를 타고 도착한 양곤에서 묵지 않고, 곧장 차웅따로 향했다. 강을 몇이나 건넜고, 다리도 몇이나 건넜다. 털털거리는 버스가 고장나지 않고 달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중간에 들렀던 휴게소에서 먹었던 밥이다. 버스가 멈추어 서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자리에 앉은 순서대로, 주문할 것도 없이 정해진 음식이 나왔다. 노랍게도, 음식은 맛있었다. 미얀마에서 먹은 최고의 밥상. 이렇게 생긴 나무 다리도 건넜다. 사람을 가득 실은 무거운 버스가 지나가도 무너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됐지만, 마주오는 차가 지나간 후, 우리 버스도 이 다리를 무사히 건넜다. 반나절을 달려 우리는 차웅따에 도착했다. 어디가나 보는.. 더보기
정리할 시간 공항이다. 겨우 공항까지 왔다. 도착하던 날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골치 아프더니, 이번엔 이란 대통령 방문 때문에 힐튼 호텔 주변 교통 통제로 길이 아주 꽉 막혀 버렸다. 나름 머리 쓴다고 주말 피해서, 비행기표 샀더니, 계산에 넣지 못한 일들이 날 힘들게 한다. 며칠전부터 스리랑카 대통령 사진과 나란히, 이란 대통령의 얼굴이 같이 붙어 있는걸 보긴 했다. 하지만 그게 하필 오늘 내 발목을 잡을지는 몰랐던 거지. 그래도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으니, 내 스리랑카 방문은 무사히 끝난거다. 바닷가에서 나흘을 묵고, 나는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마지막 이동은 기차를 타고 싶었다. 스리랑카의 버스가 특별히 힘든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기차만한 여유는 없거든. 튀김, 스.. 더보기
나흘째 콜롬보다, 하고 써야하는데, 나흘째다, 하고 쓰게 되었다. 같은 해변에 나흘째 묵게 되었다. 같은 방에서, 같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또 맥주를 마시고 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날이 맑더라고. 그래서 콜롬보로 못갔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떠나기를 포기한 것이다. 처음이거든. 이 바닷가에 와서, 하늘이 이렇게 맑았던 건. 하늘이 푸른 빛을 드러내자, 바다도 그 초록빛을 조금은 보여주었다. 바람도 별로 없는데 파도는 여전히 높아 수영은 역시 망설이기만 하고 말았지만. 맑은 하늘아래에 바다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남자 아이 하나가 내 주변을 서성거렸다. 무릎 깊이 밖에 안되는 고인물에서 잠수도 하고, 첨벙청벙 물장구도 치고, 아이가 고개를 쳐박고 헤엄을 칠 때면, 공기 때문에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풍선처럼 불룩해졌.. 더보기
독특한 낚시터 다음 날, 둘 중 한 아이가 오토바이로 날 데리러 왔다. 음. 아무리 달려봐야 시속 40킬로가 채 안되는 오토바이였지만, 해변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어딜 가고 싶냐길래, 그 어부들 말고는 특별히 보고 싶은게 없다고 했다. 자기가 잘 알고 있다고 그 특이한 낚시터로 데려다 줬다. 여느 곳이나 다름 없는, 하지만 바위가 많은 비치였다. 기다란 봉들이 서 있고, 사람이 앉을 수 있게 가로로 짧은 작대기가 붙어 있었다. 거기 앉아서 물 속을 들여다 보고 있다가는 물고기를 잡는 거란다. 왜 그런 식으로 하는가에 대해서는, 바닥에 성게가 많아서, 혹은 얕은 물가까지 오는 고기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라고들 하지만, 그 봉에 가서 앉을 때까지 맨발로 저벅저벅 걸어서 가는 걸 보면, 꼭 그렇.. 더보기
코코야자 그늘아래서 내가 때를 잘못 맞춰서 오긴 했지만, 여기도 사실은 멋진 바다다. 코코넛 야자수 숲과 나란히 있는 해변만 봐도 상상이 된다니까. 12월이나 1월에 왔더라면, 비르알리보다 더 멋진 바다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렇지만, 시즌이 끝난 바다는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일단 사람이 바글바글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일 거고, 물가가 싸진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해변이 마주 보이는 이 방을 6000원에 독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사실 오늘까지 사흘째, 이 호텔의 투숙객은 나 혼자 뿐이다. 야자수 아래에 걸려 있는 한목들을 그늘따라 옮겨다니며 누워 뒹구는 것은 나 한사람만의 권한인거지. 사실, 코코넛 야자수 아래에 누워, 바로 머리위의 코코넛을 바라보면 좀 겁난다. 내 바로 위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