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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용

트라브존 일기 3-2 이을용선수를 만나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남아있는 시간은 여전히 넘쳤다. 해바라기씨도 까먹어보고, 사진도 찍어 보고, 별거별거 다 했지만, 시간은 좀처럼 흘러주지 않았고, 게다가 점점 추워오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란게 멈춰있는건 아니어서, 지루했지만 그 긴 시간이 가고, 드디어 여섯시 반, 축구 경기는 시작되었다. 트라브존 스포르 대 디야르바크르 스포르. 누가 봐도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나고, 잠시 휴식시간이 있은 후,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북소리 둥둥, 경기장이 떠나가라 외치는 사람들의 고함소리, 대화를 주고 받듯 하는 응원전, 해바라기씨 까먹는 사람들의 손놀림, 환호 소리, 실수하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야유의 손짓, 이곳 저곳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후반전 시작하고 23분이 지났을 때,.. 더보기
트라브존 일기 3-1 이을용선수를 만나다 사흘째, 눈을 뜨니 또 열시반이다, 제길. 내가 먼저 눈을 뜨고 내려가서 커피를 얻어왔다. 그리고 오전시간 내내 또 빈둥빈둥. 그래 뭐, 어차피 바쁠 것 없는 여행이잖아. 그게 좋아 여행을 하는 거잖아. 다섯시 반에 경기장에 가서 축구경기 보는 것 말고는 다른 계획이 없다. 내일은 꼭 수멜라 수도원에 가자, 혼자서라도 약속을 해 본다. 내일은 꼭 일어나야지. 10시에 버스 꼭 타야지. 가서, 거기서 컵라면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실컷 찍고, 책도 읽고, 오랜만에 엽서라도 써 봐야지. 주말은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대로 토요일인 오늘은 흐리다. 그렇지만 밝다. 맨날 지하에서 우중충하게 살다가 밝은 지상으로 오니, 적응이 잘 안된다. 자연광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