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콜롬보다, 하고 써야하는데, 나흘째다, 하고 쓰게 되었다. 같은 해변에 나흘째 묵게 되었다. 같은 방에서, 같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또 맥주를 마시고 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날이 맑더라고. 그래서 콜롬보로 못갔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떠나기를 포기한 것이다. 처음이거든. 이 바닷가에 와서, 하늘이 이렇게 맑았던 건. 하늘이 푸른 빛을 드러내자, 바다도 그 초록빛을 조금은 보여주었다. 바람도 별로 없는데 파도는 여전히 높아 수영은 역시 망설이기만 하고 말았지만. 맑은 하늘아래에 바다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남자 아이 하나가 내 주변을 서성거렸다. 무릎 깊이 밖에 안되는 고인물에서 잠수도 하고, 첨벙청벙 물장구도 치고, 아이가 고개를 쳐박고 헤엄을 칠 때면, 공기 때문에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풍선처럼 불룩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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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낚시터
다음 날, 둘 중 한 아이가 오토바이로 날 데리러 왔다. 음. 아무리 달려봐야 시속 40킬로가 채 안되는 오토바이였지만, 해변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어딜 가고 싶냐길래, 그 어부들 말고는 특별히 보고 싶은게 없다고 했다. 자기가 잘 알고 있다고 그 특이한 낚시터로 데려다 줬다. 여느 곳이나 다름 없는, 하지만 바위가 많은 비치였다. 기다란 봉들이 서 있고, 사람이 앉을 수 있게 가로로 짧은 작대기가 붙어 있었다. 거기 앉아서 물 속을 들여다 보고 있다가는 물고기를 잡는 거란다. 왜 그런 식으로 하는가에 대해서는, 바닥에 성게가 많아서, 혹은 얕은 물가까지 오는 고기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라고들 하지만, 그 봉에 가서 앉을 때까지 맨발로 저벅저벅 걸어서 가는 걸 보면, 꼭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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