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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지르

에티오피아로 같이 있는 일본 사람이 깨워서 일어나니, 트럭은 이미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수도 안하고 이도 안닦았으니 풀지도 않은 가방을 그대로 들고 다시 흙투성이의 트럭에 올랐다. 이번에는 30킬로미터 밖에 안되는 거리니 아무리 오래 걸려도 1시간이면 될거야, 1시간만 버티면 되는거야, 하는 주문을 다시 외면서. 짧은 거리였지만, 산을 넘는 듯, 트럭은 더욱 격렬하게 흔들렸다. 결국은 더이상 앉아 있다가는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아 서서 갔다. 계속 뛰어서 갔다. 쓰러지거나 튕겨져 나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트럭의 넓적한 작대기를 붙들고 안간힘을 쓰면서 내 손은 너무 작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격렬한 흔들림 속을 한시간 반 버텨냈더니, 트럭은 드디어 달리기를 멈췄다. 드디어, 국경에 도착한거다. 국경에 도착한.. 더보기
로리 안에서, 먼지와의 전쟁 에티오피아로, 아프리카 10번째 나라로, 국경을 넘었다. 아랫 입술을 뚫어 접시를 끼우는 걸로 유명한 물시족이라는 부족이 사는 마을로 가는 도중 마을에 머물러 있다. 걱정했던대로 에티오피아의 호텔들은 벌레가 많아서, 어제 국경 마을에서 머무른 하룻밤을 악몽같이 보내고,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양쪽 팔에 상처를 남겨야 했고, 오늘은 조금 더 깨끗한 호텔을 찾는다고 오긴 했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방은 어제보다 훨씬 낫지만, 화장실 사정은 어제보다 결코 나은게 없어 또다시 어제처럼 바퀴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산지이니만큼 어디에서 어떤 커피를 시켜도 맛있는 커피가 나온다. 하루 한 잔 이상은 마셔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에 가면 커피.. 더보기
에티오피아 국경으로 가는 길 그렇게 나이로비에서 상민이를 보내고, 이 친구도 보내고, 드디어 나도 떠나 왔다. 운 좋게도 에티오피아로 간다는 일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당연히 이 친구랑 같이 말라위로 가는 줄 알고, 나한테는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더니, 이 친구한테서 내가 북쪽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와서는 자기도 간다더군. 피차 고되고 긴 이동이니 같이 가면 서로 편하겠지. 우선은 표를 사러 갔다. 호텔 직원한테 물어서 마타투 타고 찾아가서 내리니, 어떤 할아버지가 우리를 도와주겠다며 따라오는거다. 케냐에도 의외로 친절한 사람들이 많거든. 전에도 몇번이나 먼 길을 데려다 준 사람들을 만나, 이번에도 그런줄 알았지. 이 할아버지는 자기도 잘 모르는 길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하지만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우리가 가려는 곳으.. 더보기
드디어 나이로비를 떠나다 하드코어 이동 첫날, wajir라는 곳에 와 있다. 큰 도시일줄 알았더니,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다. 버스는 여기서부터는 없다. 내일은 트럭을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는 국경을 넘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침에 출발하는 트럭은 없고, 저녁에 출발해서, 중간에 하루 쉬고, 다음날 또 타야한다. 드디어 나이로비를 떠나 왔다. 힘들었다. 자꾸만 하루 이틀씩 미뤄져서. 마지막에 아는 한국 사람들이 와서 또 몇일이 미뤄질 뻔 했지만, 뿌리치고 길을 나섰다. 사람들이랑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가 참 힘들긴 했지만, 같이 온 일본사람이 깨워줘서 어떻게든 버스를 탈 수는 있었다. 나이로비, 마지막으로 떠나기 힘들었던건, 몸바사부터 일주일 넘게 계속 같이 지낸 일본.. 더보기
트럭 와지르에서 에티오피아쪽 국경 모얄레로 가던 트럭이다. 아무런 쿠션이 없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울퉁불퉁한 길에 트럭이 흔들리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천으로 머리며 입이며를 다 감싸고 입을 꼭 다물고 있어도 어떻게 비집고 들어오는지 아주 작은 붉은 흙먼지들은 내 입속으로 들어와 계속해서 서걱거렸다. 해가 지고 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어둠속에서 나는 홀로 주문을 외고 있었다. 괜찮아, 나는 안죽어. 괜찮아 내 허리는 안부러질거야. 곧 끝날거야. 조금만 참자. 그나마 가장 먼지가 적게 들어오고 시야도 넓었던 것은 지붕이었지만 올라가서 보니 경치는 좋지만 제대로 된 손잡이가 없어 앉아있기가 불안했다. 불편한 자세로 허리 꼬부리고 가다가 흔들리면.. 아주 공포의 도가니였다. 그렇게 1박2일을 트럭 속에서 주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