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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민치

불량써클과 2차 자리잡기전쟁 차드를 씹는 불량써클은 새벽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차드를 씹고, 시샤를 피면서, 피차 유창하지 못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차드는, 말 그대로 그냥 나뭇잎을 씹는거기 때문에 썩 맛인 좋은건 아니다. 그냥 풀 씹는 기분이라, 삼키기 힘들때도 있다. 그래서 보통 차드를 씹으면서는, 설탕이나 땅콩을 같이 씹거나 물이나 음료수를 같이 마신다. 그날밤에 내가 먹은 나뭇잎은 얼마이며, 내가 마신 콜라는 또 몇병인지. 그렇게 차드를 씹으면서 열두시가 넘도록 꽤나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종교에 관한 이야기며, 국제정세에 관한 이야기며, 내 영어 수준으로는 도무지 힘들 것 같은 이야기들까지. 내가 비록 불량서클이라고 이름을 짓긴 했지만, 젊은이들은 밝았다. 예의도 지킬 줄 알았다. 만약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날 계획.. 더보기
아르바민치에서의 또하루 ] 그 친절한 일본인은, 다른 마을을 한군데 들렀다 왔기 때문에 우리보다 하루가 늦은 거였다. 그리고 변명하듯, 같은 호텔에 묵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셋이서 함께, 친절한 일본인이 찾아놓은 생선가게에서 인제라와 함께 생선을 먹었다. 아르바민치가 맘에 든 나는 하루 더 묵기로 했다. 다음날은, 푸욱, 오래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이미 몸에 익어버려 일곱시가 채 안되어 눈이 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그 활기찬 아르바민치의 아침을 구경할겸, 아침 식사를 할겸, 또다시 아침산책을 나섰다. 어제 무리 했으니, 오늘은 조금만, 하며 동네를 한바퀴 돌아 구경하는데, 한 여자가 나를 따라 왔다. 10년전 자기가 아직 어렸을 때, 한국으로 일하러 간 아.. 더보기
길을 걷다, 사람을 만나다 오기로, 걸어걸어, 뜨문뜨문 보이던 사람들한테 물어 도착한 호수는, 호수가 아니라 지저분한 연못이었다. 말라 비틀어진 바나나 나무와, 옥수수대가 지저분하게 늘어져있는, 늪이 아닐까 싶은 물웅덩이였다. 실망. 이걸 보려고 이 고생을 하며, 땀 삐질삐질 흘리며 여기까지 왔는가 싶었다. 그래도 물은 맑은 듯, 새들이 못가에 앉아 물을 먹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에티오피아의 호수는, 거의 대부분, 투어로나 갈 수 있지, 개인이 쉽게 갈 수 있는 호수가 아니란다. 제길헐, 왜 이렇게 되는게 없어! 하며 투덜거리며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이제껏 온 길을 다시 걸어나가려니 깜깜했다. 썬크림도 바르지 않고, 썬글라스도 모자도 없이, 슬리퍼만 질질 끌고 온 나는 그날, 현지인의 피부색에 가까워졌다. 터덜터덜.. 더보기
호수탐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다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는 샤샤메네행 버스를 탈 생각이었지만, 새벽 네시반에 깬 나는, 그냥 다시 자버렸다. 혼자서 다시 자리잡기 전쟁에 뛰어들 엄두가 나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이틀연속의 전투라는 생각에 나는 무기력해져버린 것이다. 해가 뜨고난 후 다시 일어난 나는, 아침산책을 나섰다. 설렁설렁 걸어 큰길가로 나갔더니, 아르바민치의 활기찬 아침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게마다 큰 소리로 음악이나 라디오를 흘려보내고 있었고, 그 음악소리에 맞춰, 보라색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 양산쓰고 출근하는 여자들과 자전거를 끌고 걷는 남자들, 소들과 염소들까지, 큰 물결을 이루며 걷고 있었다. 생활에 찌들어 지친 모습의 아침출근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 신나게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음악과.. 더보기
아르바민치, 동네 산책 올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산길을 달리고 물도 건너며 8시간만에 버스는 아르바민치에 도착했다. 아르바민치는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라, 남북으로 연결되는 교통때문에 들러가는 곳이라, 나도 다음날 아침 바로 뜰 생각으로 버스 정류장 근처에다 숙소를 잡았다. 비교적 깨끗한 곳에 숙소를 잡고나서는 그날의 첫 식사를 하러 나섰다. 아르바민치는 커다란 호숫가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생선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들어, 생선요리를 찾아 다녔지만, 쉽게 찾을 수 없어 스파게티를 먹었다. 물가는 정말 쌌다. 스파게티가 350원. 아까부터 모래바람이 심하게 일더니, 밥을 먹고 있는 동안에 엄청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밥을 다 먹고도 비가 그치는 걸 기다려, 식당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어야 했다. 문앞에 서서 밖을 바라보며, .. 더보기